약속한 콘텐츠 투자액을 지키지 않은 종합편성채널이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TV조선과 채널A는 “세월호 참사로 경영이 어려웠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재승인조건을 위반한 TV조선·채널A·JTBC에 대한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이들 종편3사는 지난해 방통위에 약속한 콘텐츠 투자계획을 지키지 않았다. JTBC는 지난해 재방송비율이 전체편성의 절반을 넘었다. MBN 역시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타 종편과 재승인 시점이 달라 이번에 시정명령을 부과받지 않았다.

일부 종편은 콘텐츠 투자계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세월호 참사 탓으로 돌렸다. 방통위에 따르면 TV조선과 채널A는 의견진술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어려워진 경영여건 속에서도 콘텐츠 투자계획을 이 정도 이행한 점은 (목표 투자액을) 성실히 준수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방통위는 “세월호 참사와 경영악화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종편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종편 4사 로고.
 

이날 종편 점검 시스템의 여러 맹점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콘텐츠 투자를 가장 많이 한 JTBC가 정작 투자 이행률은 꼴지를 보여 평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종편4사의 콘텐츠 투자이행률은 MBN 95.7%, TV조선 95.1%, 채널A 81.3%, JTBC 72.8% 순이다. 그러나 콘텐츠 투자액은 JTBC가 다른 종편3사의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JTBC 1174억4100만원, 채널A 505억5200만원, TV조선 459억6400만원, MBN 39억2100만원 순이다.

이는 방통위가 종편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 투자액에 대한 이행여부만 점검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즉, 애초에 종편이 목표치를 낮게 잡으면 이행을 못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당추천인 김재홍 상임위원은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게 아니라 실제로 투자를 얼마나 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순히 투자금액이 많고 적은지 비교하기보다는 실제 매출액 대비 투자액 등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정명령 부과와 별개로 콘텐츠 투자액 점검방식에 대해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재방비율 역시 법으로 강제되지 않고 해당 종편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만 지키면 된다. JTBC는 재방송을 49.5% 이하로 편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실제 재방 비율은 57%에 달해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TV조선과 채널A의 재방비율은 각각 37.2%, 41.4%로 나타났다. 이들 방송은 각각 44.2%, 44.8%를 재방비율 목표로 설정했다.

   
▲ 2014년 종편3사 심의조치건수.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재가공. MBN은 하반기부터 집계 예정.
 

TV조선과 채널A의 재방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과다한 보도프로그램 편성과 무관하지 않다. TV조선의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은 51.0%, 채널A의 경우 44.2%에 달한다. 김재홍 위원은 “TV조선과 채널A는 전체의 절반가량을 돈이 적게 드는 보도프로그램으로 편성했고, 이는 오보·막말·편파방송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종편의 편성 뿐 아니라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종편3사의 오보·막말·편파방송 문제로 지난달 4일 방통위가 권고조치 격인 ‘이행촉구’를 부과했다. 각 종편은 문제가 된 프로그램 폐지, 사전 모니터링 강화, 사실검증 시스템 강화 등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야당추천인 고삼석 위원은 “종편이 사회적 공기가 아닌 흉기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라며 “이행촉구가 결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도 특정 종편을 보면 여전히 패널구성과 방송내용이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시정명령을 부과받은 종편3사는 지난해 이행하지 않은 콘텐츠 투자금액을 오는 2015년 12월까지 이행해야 한다. JTBC의 경우 여기에 더해 2015년 재방비율을 준수해야 한다. 박동주 방송지원정책과장은 “보도비율 편성문제에 관한 대책은 내부 검토를 거쳐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보·막말·편파방송 문제는 이행계획을 제출받았기 때문에 계속 관찰,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종편 봐주기로 일관해온 방통위가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해당 종편이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도 강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 박동주 과장은 “시정명령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보통은 광고제한 조치나 영업정지를 하지만, 방송의 경우 시청자들의 불편을 감안해 과징금 부과를 주로 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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