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가 정부부처의 요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제대군인 일자리 마련의 일환으로 예비역 장교 출신의 비상대비업무담당자(비상계획관)를 선발해 정부부처 뿐 아니라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획관은 박정희 정부 시절에 도입됐다가 문민정부 들어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선출되면서부터 대부분 없어지거나 역할과 위상이 축소됐으나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이후 다시 복원되기 시작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 초기 ‘유신사무관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온 적도 있었다.

7일 국민안전처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지난 1일 육군 예비역 소령인 하아무개씨를 비상대비업무담당자(3급 차장)로 채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언론재단을 중점관리대상업체로 지정한 뒤 국민안전처에 군 출신 담당자를 선발하도록 요청해 선발된 인사를 언론재단이 임용했다. 언론재단에서 이 같은 인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4년 비상계획관 확충 대상기관 현황’표에 나온 대상기관 20개(20명) 가운데 군 출신이 임용됐거나 임용예정인 곳은 모두 6곳이다.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임용예정)과 국토부 산하 한국시설관리공단, 미래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언론진흥재단이다.

   
5·16 쿠데타 직후인 1960년 5월 18일의 박정희(가운데) 박종규(왼쪽) 차지철.
@연합뉴스자료사진
 

현재 비상대비 중점관리 대상 업체가 6800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모두 549명(공무원 93명)이 비상계획관으로 임용돼 있다고 국민안전처는 밝혔다. 장명환 국민안전처 비상대비자원과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비상계획관 제도가 1974년 도입돼 1988년 937명(공무원 115명)까지 늘었다가 문민정부 때 민선 지자체장이 시작되면서 각 시도의 경우 민방위국장 직제 자체가 사라지면서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718명(공무원 80명), 이명박 정부 때 500여 명(공무원 67명)까지 줄어들었으나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진 이후인 2010년 12월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012년 기준 578명(공무원 92명)까지 늘었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도엔 527명(공무원 93명)으로 일부 줄었다가 지난달 30일 현재 총 549명(공무원 93명)으로 다시 증가추세에 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보훈처 업무보고 때 ‘제대군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챙겨보라고 하기도 했다고 장명환 과장은 전했다.

이를 두고 언론재단 관계자는 “과연 비상대비업무에 군인만이 전문가라 할 수 있느냐”며 “그런 담당자 없이도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생뚱맞게 군 출신의 자리를 만드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비상대비 역할로만 보면 소방공무원이 더 잘할 것”이라며 “유신 회귀, 유신사무관의 부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화당과 유정회 의원들과 악수했던 사진. 1973년 12월 20일자.
@연합뉴스자료사진
 

오성택 ‘행정부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유신정권 때 군 출신을 우대 해주기 위해 만든 것을 부활시키려느냐”며 “군에 있다가 정식 절차로 공무원이 된 사람도 있는데, 이들을 시켜도 될 일을 제대한 사람에게 별도로 혜택을 더 주면서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익균 언론재단 경영지원팀 차장은 7일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라 문체부가 우리를 중점관리대상업체로 지정해 안전처가 비상계획관을 선발한 뒤 문체부의 추천을 거쳐 우리가 임용했다”며 “언론재단 자체의 고유목적 보다 프레스센터 건물관리 측면에서 자격을 갖췄다고 선발돼 추천받은 사람을 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명환 국민안전처 비상대비자원과장은 “새로 생긴 곳도 있지만 업체 사정상 없어진 사람도 있기 때문에 현 정부 때 규모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 유신사무관 때는 육사출신 대위급 인사를 5급 공무원 신분을 주고 행정업무를 하게 했으나 지금은 자격요건을 갖춘 군 출신 인사를 유사시 물자 보급 등 군사작전 지원 업무만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인 출신만이 이 업무를 하도록 한 문제에 대해 장 과장은 “분단돼 있는 상황과 군에 대한 예우, 비상대비업무의 중요성이 맞물려 군 출신이 계속 해온 면이 있다”며 “하지만 비상계획관 역할이 평시에도 재난업무 등 폭넓게 할 수 있다면 자격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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