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사찰논란, 연이은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 이후 정보인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국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달 6월 발의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SNS감청법안’으로 불린다. 야당의 반발로 6월 국회에서 법안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오는 7월 국회에서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창조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이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법안들도 국회에 상정 돼 있다. 연이은 개인정보유출에도 주민등록번호시스템이 제대로 보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을 당한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만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다.

1. SNS도 감청한다

SNS까지 감청할 수 있는 법안이 지난달 발의됐다. 박민식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법안은 국내에 사업을 하는 통신사업자, 인터넷 및 SNS 사업자에게 감청협조 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 1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통신사업자에게 감청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민식 의원의 법안은 서상기 의원의 법안에 ‘인터넷과 SNS등’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음성통화는 물론 전자우편,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대화까지 엿들을 수 있다. 감청설비를 구비하지 않는 사업자는 최대 연 매출액의 3%까지 이행강제금을 물게 돼 사실상 의무적으로 감청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현행법으로도 감청을 못하는 게 아닌데도 여당에서 이 같은 법안을 만든 이유는 정보 및 수사기관의 감청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미디어오늘 만평.
 

논란이 제기되자 박민식 의원은 지난달 원내대책회의에서 “선량한 국민들과는 관계가 없는 법안”이라며 “흉악범, 간첩, 테러범 등을 빨리 검거해 안전을 지키고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를 국가기관에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민식 의원은 이 법안이 악용될 소지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에 따르면 휴대전화 감청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감청 감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장여경 활동가는 “미래부가 어떻게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가. 실효성이 없다”면서 “감시위원회의 역할을 봐도 수사기관에 직접 문서를 열람하거나 요청할 권한이 없다. 대신 통신기관을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 내 개인정보 몰래 빼돌려 만드는 창조경제?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식별화 조치가 허용이 됐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과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해당된다.

이들 법안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물론 개인정보를 그대로 기업이 쓰지는 않는다. ‘비식별화’를 거친 정보에 한해서만 기업이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식별화’란 개인정보가 그 자체로 식별이 되지 않도록 일종의 암호화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A기업 소속 직원 명단’에서 ‘홍길동’이라는 직원의 실명을 ‘A’ ‘B’등으로 바꿔 개인정보를 감춘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비식별화’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비식별화’는 언제든 풀릴 가능성이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는 “빅데이터의 특성 상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언제든 개인정보가 다시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직원 ‘홍길동’의 이름을 ‘A’라고 바꿨더라도 직원의 키, 몸무게, 주소 등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언제든 개인이 특정지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지난해 12월 2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보도자료. 방통위는 비식별화된 정보가 언제든 식별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제대로 암호화된 경우에는 ‘비식별화’가 아닌 ‘익명화’라는 용어를 쓴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비식별화’라는 용어 자체에도 불완전하다는 특성이 담겼다”면서 “비식별화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언제든 다시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제3자가 개인정보를 쓸 때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다. 비식별화된 정보도 예외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3. 대책 없는 주민등록번호 대책

카드3사의 개인정보유출 등 개인정보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자 정부가 이를 보완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국민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생명이나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중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한해서다. 

절차도 복잡하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희망자가 변경을 신청하고, 행정자치부 산하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의 의결을 거친다. 이 같은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장여경 활동가는 “당사자가 개인정보보호 피해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다. 옥션, 네이트 등 관련 재판에서도 피해자들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안 해주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여경 활동가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원하지 않는 행자부가 아닌 독립적인 기관이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체계가 ‘임의번호’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진보넷의 견해다. 장여경 활동가는 “현재의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 등이 특정된다. 이 같은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임의번호로 주민등록번호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파놉티콘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으로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