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를 풍자하는 내용의 TV프로그램을 잇따라 제재하자 야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5일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은 방통심의위의 제재를 풍자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6일 전체회의에서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과 MBC <무한도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제재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9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풍자하는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특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며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일 MBC <무한도전>에 대해 “메르스 예방법으로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유재석의 발언이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낙타와 염소 등을 언급하며 ‘중동지역’이라고 특정하지 않아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 지난달 13일 MBC <무한도전> 방송분 중 갈무리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일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개그콘서트 제재가 부적절하다고 분명히 방통심의위원장에게 말했는데, 방통심의위는 그날 <무한도전>을 제재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의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인데 ‘중동’ 단어가 빠졌다는 이유로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보는 게 코미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승희 의원은 “이런 식으로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과거 전두환 정부 때 특정 배우를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고 금지곡을 지정했다. 지금 방통심의위의 징계도 이처럼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방통심의위가 정부 비호를 자처하는 건 사실상 유신시대로 돌아가는거다. 이 문제는 국회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갈무리.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은 명백한 제재인 행정지도(의견제시)를 제재가 아니라고 밝혀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박효종 위원장은 “의견제시는 엄밀한 의미에서 제재가 아니다. 방송평가에서 패널티가 없다. 경미한 잘못에 대해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방송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민상토론’ 제재가 적절하다고 발언해 여야 간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민식 의원은 “‘민상토론’을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대처를 잘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처를 잘못했다는 식의 내용이다. 균형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민식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특정 의사를 가리켜 메르스를 대거 전파했다고 공개망신을 줘 그 의사가 아직도 못 일어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이후 메르스 최전선의 의사들과 그 가족들까지 왕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상호 의원은 “사실관계와 다르다. 의사가 회복하지 못하는 게 박원순 시장의 발언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입증할 수 있나. 공인이 그런식으로 발언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민상토론’을 제재할 때 쟁점이 된 건 문형표 장관에 대한 인격권 침해다. 박민식 의원이 말하는 내용은 쟁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서 출연자들은 외압논란과 심의 제재를 풍자했다. 유민상이 “우리 이제 이런거 안 하면 안 되냐”라고 말하자 박영진은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라고 말해 외압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유민상이 국회의원에 대한 발언을 하자 김대성은 “형(유민상)은 지금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하는 발언을 했어. 좀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제재 사유를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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