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종합편성채널의 특혜 중 하나인 ‘방송발전기금 징수 면제’를 사실상 1년 연장했다. 종편은 4년째 방발기금을 내지 않게 됐다.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야당추천 고삼석·김재홍 상임위원은 회의 도중 퇴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징수율을 0.5%로 정하되 2016년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방통위가 접수한 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산업 진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방통위가 광고 매출액에 따라 방송사에 징수하는 부담금을 말한다. 방발기금은 해당 연도 방송광고 매출액에 따라 6%범위 이내로 책정할 수 있다.

야당추천 위원들은 종편의 방발기금을 1%로 정하고 즉각 징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여당 추천 위원들은 0.5%를 징수하되 1년 유예, 3년 유예 등의 의견을 냈다.

   
▲ 정부과천청사에서 2일 오후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삼석 위원이 중도퇴장하고 있다. 이어 김재홍 위원도 퇴장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야당추천인 고삼석 위원은 “종편은 공적책무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여러 특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삼석 위원은 “개정된 시행령을 보면 방발기금을 정할 때 방송시장의 경쟁상황과 수익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생겼고, 면제 대상 사업자의 기준을 별도로 정했다. 종편은 방발기금을 면제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 2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방발기금 산정기준을 기존 △‘방송운영 공공성’ △‘재정상태’에 △‘방송시장의 경쟁상황과 수익규모‘를 추가했으며 분담금 면제 기간이 만료된 위성 IPTV사업자에 대한 면제 조항을 삭제했다. 또, 개정된 시행령에는 전년도 방송광고 매출이 50억 원 이하에 당기 손순실 발생한 사업장일 경우 방발기금 징수를 면제하도록 했다. 고삼석 위원의 주장에 관해 방통위는 면제규정의 유무를 떠나 부칙을 통해 방발기금 납부시기를 따로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야당추천인 김재홍 위원은 “방발기금 징수를 1년 유예하는 건 사실상 면제이고, 이는 신생매체를 위한 배려인데 종편4사는 신생매체가 아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거대신문사들이 핵심으로 있는 미디어그룹의 일원이다. 시청점유율이 10%를 넘어섰고 방송매출 또한 지난해 31.2%나 올랐다. 그럼에도 몇 억에 불과한 방발기금을 내지 않는 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재홍 위원은 “종편의 막말, 편파방송은 방통위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급증했다. MBN미디어렙의 불법적인 불법광고영업도 논란이다. 그럼에도 왜 방통위가 앞장서서 종편의 편을 드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발기금 징수를 미루면 특혜를 더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은 2011년 출범한 이래 △의무재전송 △10번대 채널배정 △ 1사1미디어렙 설립 통해 사실상 직접영업 허가 △중간광고 허용 △ 방발기금 통한 지원 등의 특혜를 받았다.  

   
▲ ※ MBN의 경우 2015년 하반기부터 이행실적 점검 예정
 

반면 여당추천 위원들은 종편과 보도PP의 방발기금 징수에 관해 ‘1년 유예(최성준 위원장, 이기주 위원)’와 ‘3년 유예(허원제 부위원장)’를 각각 의견으로 냈다.

이기주 위원은 “징수대상 사업자들에게 최소한 예측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 방송시장의 광고매출도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1년 유예하는 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시행령이 적용되는 게 올해 6월인데, 2014년 방송광고매출액 추이를 근거로 방발기금을 징수하면 소급적용을 하는 게 된다. 올해부터 바로적용하는 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원제 부위원장은 종편의 방발기금 징수를 3년 더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야당 위원들이 중도퇴장하면서 1년 유예안에 동의했다. 재적인원(5인)의 과반(3인)이 동의해야 안건이 접수되는 하는 상황에서 야당위원(2인)이 중도 퇴장했기 때문이다. 허원제 부위원장은 “과거 IPTV사업자와 유선방송 사업자가 그러했듯 종편과 보도PP 역시 최소 6년 동안 방발기금을 유예하는 안이 일관성 있다”고 말했다.

종편의 매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편의 지난해 방송매출은 전년대비 31.5%나 늘었으며 광고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JTBC와 MBN의 광고매출은 늘었다. 종편4사의 협찬매출은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관련기사: <방송시장 힘들다는데, 종편 방송매출 31.5% 늘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일 오후 방발기금 징수 유예를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대주주를 등에 업고 사세를 키우고 있는 종편은 태생부터 약자가 아니다. 약자의 탈을 쓴 강자가 현재의 종편”이라며 “지상파가 적자에 허덕이고, 홈쇼핑이 1%대에 머무를 때 종편 매출은 놀랍게도 31.2%나 성장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종편에게 주어진 온갖 특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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