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5일 만에(2일 오전 기준) 다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비판받는 대상은 가장 많은 환자를 퍼트린 삼성서울병원과 초기 대응에 실패한 보건당국이다. 하지만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 원격의료를 허용해 문제를 일으킨 곳에 오히려 특혜를 준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2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열린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 긴급 진단’ 토론회에서는 국가의 무능과 외면, 의료민영화의 문제점과 공공의료의 붕괴 등을 지적했다. 노동자연대 장호종 활동가는 “지금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두 군데 문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국가 전체가 민영화를 바라보고 있어 앞으로 지금보다 더 황당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2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 긴급 진단'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없었던 7시간이 문제였다면 메르스 사태에서 대통령은 최소 7일(6월 1일~7일)간 없었다”며 정부의 무능을 지적했다. 이 기간은 대통령이 메르스 초동대응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후 관련대응을 지시한 뒤 병원명을 공개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특정병원을 밝혔을 때 그 혼란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5월 29일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병원명을 공개할 경우 더 큰 혼란”(5월 31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 “사이버상 메르스 관련 글 모니터링 강화해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하겠다”(6월 1일 경찰청 관계자) “병원 전부 공개하면 앞으로 치료할 수 없다”(6월 3일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병원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6월 3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정부가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의료산업의 피해를 우려해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환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병원경영에 대해 걱정했다는 것이다. 김남희 변호사는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14번째 환자는 슈퍼전파자가 됐는데 그는 수십명을 감염시킬 때까지 자신이 메르스 발병 병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감염병 관련 정보 비공개는 법 위반이며 국제 기준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정보 비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위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민들의 극심한 공황상태는 드물고,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받았을 때 공황상태가 가장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사회에서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정보공개는 중요하다.  

정부는 무능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스스로 접촉자 조사를 했고 정부의 역학조사를 방해했다. 정부는 삼성으로부터 명단을 6월 3일에 넘겨받았지만 정부는 3일 뒤인 6일에서야 전화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실상 삼성서울병원을 방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감염관리 평가의 ‘감염관리체계’ 7개 항목과 ‘부서별 감염관리’ 9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다. 병원전체 감염관리 성과 평가에서도 최고점수를 받았다. 응급의료기관 평가는 하위 20%였지만 이는 감염관리 평가대상에서 아예 빠져있었다. 

2004년 정부주도로 시작한 의료기관 평가시스템을 이명박 정부 때(2010년) 민간주도의 의료기관 인증시스템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부터 민영화한 꼴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1년간 생략하도록 했다. 제주도는 최근 중국의 국영기업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영리병원 사업계획서를 보건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우석균 위원장은 “메르스로 정신없는 틈에 환자 안전을 무시한 민간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며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돈을 버는 곳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뼈아픈 사건 앞에서 더 돈을 벌겠다고 나서게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재난사태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을 ‘재난 자본주의’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노컷뉴스 제공
 

해결책은 정부의 방역체계를 확실하게 세우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시도 자치단체에도 질병관리본부 혹은 그에 준하는 체계를 만들고 이는 기초자치단체 보건소까지 연결돼야 한다”며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의료 전달체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공공의료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2003년 공공보건의료기관수 비중은 7.2%, 병상 수 비중은 11.1%였지만 2013년 공공보건의료기관수 비중은 5.7%, 병상 수는 9.5%까지 줄었다. 공공병원은 수익성과 관계없이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영국은 공공의료중심 시스템이라 수익성에 상관없이 빠르게 병원명을 공개했고 이를 통해 금방(4일 만에 감염 0명) 메르스를 종식시켰다는 게 우 위원장의 주장이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한국의 독특한 간병문화를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진단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병실에 보호자가 상주해야만 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이 9.5%정도 되는데 여러 연구를 보면 국가가 이런 사태를 책임지기 위해서 공공의료 비중이 35%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더불어 열악한 시설·장비 개선과 숙련된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 나 실장은 “국립중앙의료원조차 음압병실 확보를 위해 부랴부랴 병실을 개조하고 주차장에 텐트를 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메르스환자 전담병원으로 지정돼도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거나 에크모 장비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음압시설이 없는 부산대병원을 지역거점기관으로 정했다가 급하게 동아대병원으로 재지정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또한 나 실장은 “모 병원장이 노조 지부장에게 간호사를 구해달라고 협조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공공병원에 복무할 우수의사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대안을 마련해 공공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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