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 목숨을 잃은 단원교 교사 고 김초원(27)씨와 고 이지혜(32)씨는 순직심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기간제 교사였다는 이유에서다. 정규직 교사였던 나머지 교사 7명은 지난해 7월 안전행정부로부터 순직 처리를 받았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노동현장에서 뿐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존재했다. 

교육공무원법 제2조 제1항은 교육공무원을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원 및 조교”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법 제32조는 기간제교원도 “교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에서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를 교원공무원으로 보는데 기간제 교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사망한 단원고 정교사들 유족에게는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순직 절차를 안내했지만 교사 김씨와 이씨의 유족에게는 공무원연금법이 적용되지 않음을 전제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상절차를 안내했다. 두 교사의 유족은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지만 정부는 청구서류를 반려했다.

4·16연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계종노동위원회 등은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인정 대책위원회’(대책위)를 만들고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책임부서인 인사혁신처가 있는 곳이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연금법의 (순직)유족급여 및 (순직)유족보상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인정 대책위원회'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고 이지혜 씨의 아버지 이종락씨는 “세월호에서 내 딸은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서 5층 숙소에서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을 도왔다”며 “기간제 선생님들도 고귀한 목숨을 희생했다”고 말했다. 이지혜 선생님은 2학년 7반 담임을 맡고 있었다. 

고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 딸도 순직처리 돼 명예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초원 선생님은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을 맡고 있었다.  

단원고 전 교장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고 당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두 교사는 가장 빠져나오기 쉬운 세월호 5층 객실에 있다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고 결국 구조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정규직 교사들도 발언에 참여했다.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학교에는 지금 10%정도의 기간제 교사가 있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데 차이는 없다”며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은 아이들을 구하러 내려갔다가 죽었는데 순직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이들의 교육적인 노력을 죽음 이후에도 차별하는 것으로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2년 서울중앙지법은 성과급과 관련한 소송에서 기간제 교사들도 교육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업무의 성격이나 종류에 있어 일반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의 차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이들을 교육공무원이라고 봤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7월 세월호 참사에서 기간제 교사가 맞춤형 복지 대상에서 배제됐음을 확인하고 직권조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기간제 교사에 대해 차별적 처우에 대해 교육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고 김초원 선생님. 사진=김초원 아버지 김성욱씨 제공
 
   
▲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고 김초원 선생님과 그의 아버지 김성욱씨. 사진=김성욱씨 제공
 
   
▲ 단원고 학생들과 고 이지혜 선생님. 사진=고 이지혜 선생님 아버지 이종락씨 제공
 

인사혁신처는 두 명의 교사가 공무원연금법 제3조에 규정한 ‘상시공무’에 종사하지 않았다며 교육공무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를 반박하는 법률의견서를 발표했다. 초안을 작성한 윤지영 변호사는 “매일 8시간, 주 40시간 담임업무부터 행정업무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이들도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연금법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윤 변호사는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연금 가입여부를 선택할 수 없었고, 법적으로는 사후 납부제도를 통해 납부할 수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기여금 납부여부는 공무원 순직을 판단하는 요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보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서 동종 유사 정규직 근로자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돼있다”며 “정부는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법을 위반하고 잘못된 관행을 이유로 순직 인정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현장에서 정규직 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이는 사실상 고용계약기간의 차이 뿐이다.

대책위는 오는 12일까지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받을 예정이다. 대책위는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오는 14일 교육부와 인사혁신처에 전달하고 담당자에게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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