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의 정부발표에 이견을 제기한 러시아 보고서 내용 등을 방송한 인터넷 매체의 대표에 검찰이 국가보안법 상 이적표현물 반포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사자는 정부 발표와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비판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의 벌을 받아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영찬 서울서부지검 검사는 지난 2월 권오혁 주권방송 대표를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이적표현물 반포 등의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진세리 판사는 지난 4월과 지난 10일 두차례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권 대표에 대한 공소장에서 주권방송의 동영상 3편과 이 매체 홈페이지 성명논평 게시판에 게시된 북한측 성명서 및 제휴언론(자주민보, 사람일보) 기사를 포함해 모두 12건을 이적표현물로 지목해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이적표현물 반포)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1년 1월 23일 20시50분경(실제 방송은 2010년 10월 12일) 주권방송의 ‘북, 당창건 65돌 기념행사 분석’ 동영상에 대해 권 대표와 황선 희망정치 연구포럼 대표의 2인 대담으로 북한 조선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 열병식과 신형 미사일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 무기 확산 방지 훈련(PSI)를 비판하는 등 북한의 주의·주장을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7월 27일 생방송된 인터넷 언론 주권방송의 '채널615'
 

특히 공소장에 제시한 ‘범죄일람표 2’의 주권방송 동영상 ‘정전협정 57년, 전쟁을 막는 지름길은 평화협정 체결’(홈페이지 수정 게시일자 2011년 1월 23일 20시24분-실제 방송은 2010년 7월 27일)에 대해 검찰은 천안함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 보도 내용 소개마저 북한 주장에 동조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웠다. 검찰은 “미군철수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로 규정,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북 관련설을 부정하며 불순한 날조극 모략극 등으로 몰아가는 등 북한의 제 주장을 수용·동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 내용과 진행자(권오혁, 황선)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북한의 주장을 동조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천안함과 관련한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2010년 7월 27일 한겨레가 보도한 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요약 조사보고서 내용과 이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러시아 조사단이 보고서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 △비접촉 수중폭발 △합조단이 발표한 침몰시간과 실제시간의 불일치 △승조원이 해안 통신병에 휴대폰으로 부상 사실을 알린 시간이 21시12분03초 △훼손된 스크루날개를 광택히 나도록 심하게 깍아 넓은 범위에 손상 발생 △스크루가 관성에 의해 휘었다는 합조단 발표와 불일치 △6개월 된 1번 어뢰의 부식 정도 △침몰 전 우측 해저부가 (바닥에) 접촉하고 그물이 오른쪽 프로펠러와 엉켜 손상됐을 가능성 등이 주요 방송 내용이었다.

이어 방송에서 황선 대표는 “(천안함 침몰 원인 중) 가장 신뢰받았던 것이 (첫 번째는) 좌초, 두 번째 폭발이 연이어 있었다는 추측이 많았는데, 러시아도 같은 의견을 표한 것”이라고 “러시아가 과학적으로 (합조단 발표를) 부정했다. 1번 어뢰가 6개월 됐다고 했다. 합조단이 지금 합동조작단으로 불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오혁 대표는 “전면재조사 들어가야 하고, 책임자 소환해 처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 조사결과가 드러난 것은 천안함 사건의 새로운 신호탄으로, 진실은폐 세력에 대해 진실을 밝히려는 세력의 전면적인 공세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러시아조사단 보고서 내용 소개에 앞서 우리 정부의 천안함 유엔 외교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검찰은 북한 주장에 동조한 이적표현물 반포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지난 2010년 7월 27일 생방송된 인터넷 언론 주권방송의 '채널615'. 러시아 천안함조사보고서 발췌.
 

이 때문에 지난 10일 열린 재판에서 판사가 천안함 관련 공소사실 부분을 들어 ‘천안함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의혹을 제기했다고 국보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느냐, 구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적시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고 권오혁 주권방송 대표가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했다. 당시 재판에서 검사는 “천안함 안믿는 사람 많이 있지만, 권오혁이 범죄경력과 성향, 친북성이 있어서 적시해놓았다”고 답했다고 권 대표는 전했다.

권 대표는 “마치 국가보안법이 신분법인 것처럼 얘기하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천안함 방송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에 대해 “당시 우리는 요약된 러시아 보고서 일부를 발췌해 소개하고, 천안함 의문 제기를 하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방송한 것인데, 검찰이 그런 식으로 몰아간 것”이라며 “우리는 정부 발표가 ‘날조’나 ‘모략’이라고 표현한 적도 없으며, 북한이 안했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 발표에 의문이 들었는데, 러시아 보고서도 그렇게 나왔으니 진실을 위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했는지 안했는지 우리가 말할 필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방송에서 조선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 열병식 소개 및 우리 정부의 PSI를 비판해 북한의 주의·주장을 동조했다는 검찰 공소내용에 대해 권 대표는 “열병식은 연합뉴스가 보도한 것을 소개한 것이고, 과거와 달리 북한이 생중계하고 언론과 외신을 적극 초대하는 등 특징적인 것을 따로 분석한 것이며, PSI 훈련은 많은 이들의 비판이 있었던 내용을 지적한 것”이라며 “둘을 비교해서 방송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것이 북한 주장 동조라면 모든 것이 다 동조가 된다”며 “정부와 보수언론의 입장이나 논조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북한 동조라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 자체를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3건의 방송과 성명논평 9건 등 총 12점의 이적표현물을 반포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권 대표는 “북한의 움직임이나 대외정책, 러시아와 관련한 여러 목소리는 공론장에서 토론하고 논쟁해야 할 일이지 법의 잣대로 제재할 일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우리 언론이나 정부가 북한 문제에 많은 왜곡을 해오다보니 객관적 사실 분석조차도 제약돼 있었다. 정부 입장에 반하면 다 반정부 또는 친북으로 규정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7월 27일 생방송된 인터넷 언론 주권방송의 '채널615'. 러시아 천안함조사보고서 발췌.
 

 

   
천안함 함미의 스크루 추진축에 걸려있는 그물 잔해. 사진=조현호 기자
 

자주민보와 사람일보 기사를 게재한 것에 대해 권 대표와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기사제휴가 된 언론사 기사를 단순 인용한 것일 뿐이며 게시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으로부터 삭제명령을 받은 일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여러 단체 성명을 주권방송 성명논평 게시판에 올린 것에 대해 권 대표와 변호인은 “(일부 성명의 출처는) CBS 정치부의 보도”라며 “북한의 성명을 단순 소개하는 행위를 종북투쟁의 선동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에 따라 “권 대표의 행위에는 이적성이 없거나 이적목적이 없으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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