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헌법재판소가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8조 제2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심판 사건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5명의 합헌 의견과 4명의 위헌 의견으로 갈렸다. 위헌 결정이 나기 위해서는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가운데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고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성인이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음란물의 소지 및 유포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결정이라며 비판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은교’와 같은 작품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결정에서 아청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재판관은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등 4명이다. 이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결정문을 살펴보자. 

일단 이들이 합헌 의견을 낸 5명의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는 부분은 아청법에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재판관들은 아동·청소년을 “사람의 외모나 신체 발육상태, 신원,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 등 주어진 여러 정보를 종합해 고려했을 때도 의심 없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다수 의견은 ‘표현물’이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을 일으킬만한 경우라면 규제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반면 소수의견은 ‘표현물’에 단순히 그림, 만화로 표현된 이미지를 모두 포함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정문에서 소수 의견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으로 오인하기 충분할 정도로 묘사된 표현물만 의미하는 것인지,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연상시키는 표현물이면 그림, 만화 등 이미지도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처벌 행위를 예측할 수 없다”며 “그 판단을 법관에게 맡기면 자의적 법을 해석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그 밖의 성적 행위”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다수 의견은 ‘그 밖의 성적 행위’의 의미를 아청법 제2조에서 열거한 ‘성교 행위, 유사 성교 행위, 자위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 영화 '은교' 포스터
 

하지만 소수의견은 “음란한 성적 행위를 묘사한 것만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보면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청법 제2조에서 열거한 범위가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인 것처럼 모든 성적 행위를 일률적으로 미리 정해놓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음란물 소지·유포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다수 의견은 정보통신망이용에 관한 법률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임에도 아청법에서 처벌하는 이유에 대해 “음란물 접촉이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조장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수 의견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접촉한다고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청법에서는 애니메이션과 같은 가상 표현물에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경우 그 제작과정에서 성적 대상으로 이용되지 않음에도 잠재적 성범죄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표현물과 동일하게 중한 형으로 규율한다. 아청법에서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수입·수출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단순 배포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소수 의견은 “일반포르노와 달리 아동포르노를 강력히 규제하는 이유는 아동을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객관적으로 아동·청소년을 표현하는 이미지일 뿐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없는 그림이나 만화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아동·청소년이 존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특정한 아동·청소년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청법은 2013년 개정돼 ‘명백하게’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 범위가 줄었다. 대법원도 지난해 개정된 법률안에 따라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에만 아청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합헌적 법률 해석의 기준을 명시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같이 가상 캐릭터가 등장하는 표현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헌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위헌성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아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아청법 제2조 제5호의 적용범위를 ‘실존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