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설립을 제안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백화점’이 됐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언론계는 평가위원회의 설립 배경, 구성, 진행절차 등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양대포털은 해명을 했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디어오늘은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긴급 토론회를 열고 평가위원회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비언론 행위 및 어뷰징 근절을 위해 포털뉴스 제휴심사 권한을 갖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연내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대포털은 평가위원회 설립에 앞서 6월까지 준비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 미디어오늘과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학계의 패널들은 평가위원회 설립에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어뷰징 근절을 목표로 밝혔지만 어뷰징을 쏟아내는 매체가 소속된 신문협회를 준비위원회의 주축으로 구성하려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신문협회장 출신의 청와대 민병호 뉴미디어정책수석의 외압을 받아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평가위원회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민간영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다름 없다”면서 “과반을 차지하는 쪽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평가위원회 멤버구성 권한을 갖는 준비위원회의 구성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이다.

엄호동 부국장은 “어뷰징을 많이하는 매체는 다름 아닌 조선, 동아, 매경이다. 준비위원회가 이들로 꾸려지면, 평가위원회도 준비위원회의 의도대로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위원회 제안을 받은 다섯 단체 중 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는 사실상 조중동과 그 자회사인 ‘닷컴’사가 주축이다.

그러면서 엄호동 부국장은 “민중의소리와 아시아투데이는 어뷰징을 했다는 이유로 퇴출시켰으면서도 이들 대형언론을 퇴출 못 시키고 있다”면서 포털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인터넷신문협회 분과위원장(프레시안 대표)는 “평가위원회 구성제안은 사실상 포털의 항복선언이다. 어뷰징을 하는 언론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왜 그들을 안 쫓아내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양대 포털은 이용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준비위원회 구성에 언론단체가 주축으로 거론된 것도 의문을 낳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준비위원회는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가 주축”이라며 “이들은 평가를 할 주체가 아니다. 오히려 평가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을 평가위원회가 될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는 “현재의 구성에는 네티즌 단체, 이용자 단체가 빠져 있다. 약자, 소수자, 지역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왼쪽)와 송경재 경희대 교수. 사진=정철운 기자
 

사전 의견수렴 절차가 전무했다는 점도 외압설에 힘을 실었다. 본격적인 여론수렴에 앞서 ‘깜짝발표’부터 있었고, 양대 포털은 준비위원회 구성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6월 내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12월까지 평가위원회를 설립하겠다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왜 청와대 개입설이 확산되느냐. 뉴스제휴평가위위원회를 12월까지 꾸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총선은 내년 4월인데 그 이전에 끝내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역시 “충분한 사전논의가 된 다음 외부에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갖춘 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면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외압설이 사실일 경우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인터넷신문협회측 패널은 독립언론 및 중소 인터넷 매체의 현업 기자들이 주축인 인터넷기자협회와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넷신문협회의 이근영 분과위원장(프레시안 경영대표)은 “건강한 위원회를 만들려면 이 주제를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야 한다. 평가위원회를 흔들지 말라”고 말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인터넷신문협회 소속 유력매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3명의 기자가 하루에 기사 40건을 썼다”면서 “왜 작은 언론을 ‘사이비언론’으로 매도하는가. 문제는 ‘반저널리즘’언론”이라고 말했다. 광고주협회와 주류언론이 쏟아내는 사이비언론 퇴치 프레임은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다.

양대 포털은 청와대 외압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재현 네이버 정책실장은 “청와대 개입은 없었다”면서 “그렇다면 왜 청와대에 가서 업무 브리핑을 했냐는 지적이 있는데, 뉴스서비스를 하다보면 우리 서비스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우리가 정부만 찾아 가는 건 아니다. 기업이나 학교 등도 요청하면 찾아간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포털 입장에서도 ‘딜레마’가 있다는 게 한재현 네이버 정책실장의 설명이다. “평가위원회 설립 시기를 어떻게 조정해도 누군가는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만일 내년까지 미뤘다면 대선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다”라며 “절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재현 실장은 “과거 우리가 직접 평가를 했는데 포털이 무슨 자격으로 언론 뉴스에 잣대를 들이미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제휴평가위원회를 내부적으로 꾸리고 위원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니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재현 실장은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뉴스제휴평가 기능은 우리가 가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운영해도 논란이 일게 되니 독립기구에 맡기게 됐다는 이야기다.

양대포털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에 관해 수렴할 의사는 있다고 밝혔지만 평가위원회를 재검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 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은 “어찌됐건 평가위원회 설립이 근본적인 해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시민단체 등 다양한 목소리가 합쳐지게 되면 문제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다고 본다. 더 고민하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평가위원회 논의가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에만 머무는 게 문제라는 견해도 있었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는 “이 기회에 우리언론의 포털 플랫폼과의 관계설정,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구축, 저널리즘 회복 등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함께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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