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가 25일 오후 성인이 미성년자를 연기한 음란물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지난 2013년 5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은 교복을 입은 여성이 성행위를 하는 음란물을 전시·상영한 혐의로 기소된 PC방 업주 사건에서 아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아청법 제2조 5호와 제8조 2항 등의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합헌 5명 대 위헌 4명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들은 아동과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행위를 하거나 신체 노출 등을 하는 필름·비디오물·게임물·영상 등을 음란물로 보고 이를 소지하거나 배포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성인이 교복을 입고 나온 영상에 대해서도 처벌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영화 ‘은교’나 ‘방자전’ 등 성인이 가상으로 미성년자를 연기하는 영상물을 보거나 소지하는 것을 아청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영화 '은교' 포스터
 

이런 음란물을 배포할 시에도 아청법에 따르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소지할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P2P 사이트에서 문제가 되는 파일이 뭔지 모르고 다운로드를 받은 사람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헌재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이처럼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라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돼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한 헌재는 “가상의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유포 및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한다”며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이에 대해 사회적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중한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 입장을 낸 재판관들은 심판대상 조항 중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등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가상의 아동·청소년음란물에의 접촉과 아동·청소년을 상대로하는 성범죄 사이에 인과관계도 입증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비슷한 판결을 했던 서울북부지법 재판부는 “성인배우가 가상의 미성년자를 연기한 영화 ‘은교’역시 음란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적 착취나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2013년 8월 수원지방법원은 음란 애니메이션 파일을 인터넷에 유포해 기소된 사건에서도 “가상의 인물이 나오는데도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음란물 구성요건 역시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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