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KBS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공영방송 실현 없이 수신료 인상 논의조차 해서는 안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8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KBS 수신료를 기존 2500원에서 4000원으로 1500원 인상하는 법안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든 의사일정을 취소하면서 관련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2014년 5월 국회가 KBS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상정한 바 있다”면서 “당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상 중이었는데 정부는 후안무치하게도 상정했다. 국민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을 때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려는 전략이다.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지금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 대표는 “세월호 참사 때 KBS는 오로지 대통령을 보호하는 보도만 했다. 유가족들이 아무리 울부짖어도 언론은 구조가 잘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양심적인 기자들이 ‘개병신’이 되기 싫고 ‘김비서’라는 소리를 듣기 싫다며 들고 일어날 정도였고, 사장이 퇴진했지만 결국 보도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언론노조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후 국회의 KBS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태봉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무처장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 관련 세미나를 열었는데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후원을 하고, 결정기관인 미방위 의원들이 그 자리에 참석하는 등 이들이 똘똘 뭉쳐 시청자는 안중에 없이 오로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방통위·새누리당은 6월 중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해 세미나 개최, 토론회 방영, 사장 기자회견을 여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태봉 사무처장은 “메르스 사태 때도 KBS는 세월호 참사 때처럼 청와대 감싸기에 바빴다”면서 “메르스 사태를 공영방송이 제대로 보도만 했어도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는 KBS가 국민의 세금과 같은 수신료를 올리겠다면서  사장 업무추진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의 요구에도 KBS가 사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정방송을 실현하려는 제도적 보완 없이 수신료 인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입장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반드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보도의 공정성 강화를 하고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사를 지배할 수 밖에 없는 이사회 구조와 사장 선임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소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역시 공영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전제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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