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초기 방역 실패에다 대규모 환자까지 양산한 삼성서울병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진이 우리 사회에서 정관계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세청 공시자료를 확인한 결과,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지난 4월 30일 신고한 지난해 12월 기준 재단의 이사 및 감사는 모두 9명이었다. 지난달 이건희 명예회장 대신 바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제외한 6명 중 대다수가 유력 인사였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에는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전 대한변협 회장 및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비롯해 김종석 새누리당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전 홍익대 경영대학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신희섭 한국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과 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실 정책자문단 위원 역임), 이정용 가톨릭대 교수, 윤현숙 한림대 교수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로 활동중이다.

이밖에 ‘(법인) 출연자 및 이사등 주요 구성원 현황 명세서’에는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강용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태평양 대표변호사) 등이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삼성재단이 밝혔다.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
@연합뉴스
 

이 가운데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원장으로 선임된 직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3년 째 삼성생명공익 재단 이사를 해온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과 관련해 대법원 홍보팀 담당사무관은 지난 23일 이 위원장이 “이사 임기는 2년이며, 연임된 지 한달이 됐다”며 “명예직으로 2년 하고 2년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고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원장으로 선임된 직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24일 미디어오늘에 밝혔다.

24일 임명장을 받고 여의도연구원장직에 취임한 김종석 원장은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사를 해오다 지난주 여의도연구원장 선임이 된 이후 사임계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제출했다”며 “또한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직도 사직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홍익대 경영대학장직도 23일자로 휴직했다고 홍익대측이 전했다.

신희섭 한국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과 관련해 연구단의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삼성생명공익재단 2012년부터 이사로 활동해온 것이 맞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강용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측 관계자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석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 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겸 전 홍익대 경영대학장. 지난 16일 여연원장에 임명된 직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 사임계를 냈다고 김 원장은 밝혔다. 사진=여의도연구원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1982년 5월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출발해 이듬해 9월 종합병원 사업 시행을 허가받은 뒤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명칭을 바꾼(1991년) 이후 1994년 삼성서울병원을 개원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생명공익재단과의 관계에 대해 삼성재단측은 24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설립한 재단의 산하기관이 삼성서울병원이라고 밝혔다. 이 재단은 공익법인 활동을 위해 설립됐으나 한해 손익계산서의 대부분이 병원 수익과 지출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손익계산서를 보면, 총수입액 1조5687억 원 가운데 ‘입원수익’과 ‘외래수익’만 합쳐도 9602억 원에 달하는 반면, 공익사업 수입은 1238억 원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재단 산하기관의 매출이 다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의료분야에서는 현 정부에 비해) 슈퍼갑”이라며 “여러 면에서 정부 질병관리본부보다 전문성과 권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삼성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힘,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등을 삼성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삼성에 뭐라 얘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제는 이번 사태처럼 삼성병원 스스로가 과신하고, 복지부가 눈치를 보는 과정에서 방역 실패라는 총체적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사실상 갑의 입장인 삼성서울병원을 복지부가 눈치보면서 제어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를 확산시킨 한 요인”이라며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진 면면의 파워도 그런 영향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삼성의 파워가 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최근 재단 이사직 사임계를 제출한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24일 “그렇게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비영리법인이라 이사에게 별 혜택도 없다. 그냥 이사회일 뿐이다. 그런 해석은 정확한 정보전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생명 공익재단 홈페이지
 

재단 이사인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사회는 절차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메르스 책임 문제를 따지는 것은) 재단 이사와는 아무 상관 없다. 사장단과 이재용 이사장도 잘못했다고 사과했지 않느냐. 이사들이 누구냐에 따라 정부가 눈치보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선 삼성재단 홍보팀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회와 메르스사태 책임의 근원과 연결지어) 그렇게 보는 것은 사실 무근이며, 과장해서 보는 주장 같다”며 “재단 이사들은 설립목적에 맞도록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분들이지 그런 의혹제기와는 무관한 분들”이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메르스 확산 사태의 책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를 했으니 그 내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를 대표해 메르스 확산 차단에 나선 대한병원협회 임원진 가운데에는 복지부 출신 인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협회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계융씨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식약청 등에서 국장까지 근무했다. 또한 대한병원협회 경영쪽 부회장은 손재환 삼성서울병원장이 맡고 있다.

병원협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동안 병원들은 질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금번 메르스는 정부의 철저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감염 환자가 확산됐습니다”고 밝혔다. 협회는 “난무하는 유언비어에 동요하지 말고 정부 시책과 병언계 대처에 적극 협조해 달라”며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극복한다면 이번 사태를 신속하게 종식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부와 병원, 병원협회는 그 이후에도 메르스 환자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2015년 4월 공시된 삼성생명 공익재단 이사진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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