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글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22일 아침신문 사진 기사들을 살펴보자. 국민일보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들>이라는 기사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여성의 사진이 실렸고 “메르스 여파로 급증했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관광 취소가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다”며 “마스크를 쓴 여성 중국인 관광객이 롯데마트에서 쇼핑하고 있다”고 설명을 달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을까? 미디어오늘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22일 오후 서울 명동에 방문했다. 명동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명동 한 화장품 판매점 직원은 “메르스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줄었고 아직도 중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검사장의 한 직원도 “중국인들은 깃발 들고 단체로 관광 와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아직 중국인 관광객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메르스 진정된다는 기사는 많이 봤는데 여기(인천공항)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날 아시아투데이는 <활기 찾아가는 입국장>이라는 제목의 사진기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입국객과 마중객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 22일 국민일보 6면 사진기사.
 

같은날 경향신문에는 <활기 되찾는 대형마트>라는 기사가 실렸다. 세계일보에도 같은 사진이 실렸다. 주말인 21일 경기 고양시 이마트 킨텍스점에 손님들이 쇼핑하는 사진이다. 이마트 영업을 담당하는 한 기업 직원은 “킨텍스점은 지난 18일에 개장했다. 오픈 점포는 원래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22일 오후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 사진=장슬기 기자.
 
   
▲ 22일 오후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 사진=장슬기 기자.
 

 

22일 아침신문 기사 제목들만 봐도 메르스가 곧 끝날 분위기다.   

동아일보 <주말 메르스 확진 3명…진정세 계속>
조선일보 <79세 치매 할머니도 메르스 완치됐다>
국민일보 <메르스 격리 4000명대로 급감 추가 확진 환자도 산발적 양상>
국민일보 <서서히 회복되는 일상…‘메르스 불황’ 바닥 쳤다>
세계일보 <메르스 종식 기준 논의 착수>
세계일보 <추가 확진자 급감, 퇴원자>사망자…확산세 주춤> “한 달 만에 진정국면 돌입”
세계일보 <고객 늘고 번화가 북적…도심 점차 활기>

   
▲ 22일 세계일보 4면.
 

하지만 보도가 나올 당시에도 격리대상은 4000명이 넘는 상황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환자 이송요원인 137번째 환자, 메르스 초기 증상 속에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온 141번째 환자,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 입원했던 165번째 환자 등 잠재적인 슈퍼전파자의 추가 감염여부 가능성도 오는 30일(잠복기간)까지 남아있다.

지난 21일에는 격리해제 기간이 지난 이후 확진자(172번째)가 나왔고 지난 16일 확진판정을 받은 156번째, 157번째 환자도 최대잠복기로 설정한 12일 이후 감염이 확인됐다. 137번째 환자, 169번째 환자 등 의료진의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불안감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확산자 증가 속도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들어섰다고 봐도 될까?

메르스 대응에 실패한 정부와 대형병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메르스를 제대로 잡는 방식이 아닌 국민불안을 잠재울 임시방편이 이어졌다. 지난 16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에 항의했고 해당 언론사는 19일 예정됐던 3700만원짜리 정부광고가 빠졌다.

지난 18일 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메르스 부실대응에 대해 사과했다. 경제계도 메르스 때문에 경기가 침체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22일 보건당국은 아직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25일부터 정상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이런 분위기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메르스 초기 ‘독감’수준이라며 안일하게 대응했던 정부의 톤을 따라가다 4차감염자까지 발생하자 ‘사이토카인’을 언급하며 젊은 사람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보도를 했다. 정부와 삼성병원이 불안을 잠재우려 하자 22일 신문들은 방향이 180도 바뀌어 메르스가 곧 끝날 듯한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하루 만에 또 다시 분위기가 변했다. 보건당국은 잠복기가 늦춰지자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를 연장에 대해 언급했다. 170번째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정부 때문에 경기도 구리에도 격리조치한 병원이 나오자 23일 아침신문들은 다시 정부에 대한 비판과 메르스 우려에 대해 보도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종식 기준은 최대 잠복기 14일의 2배수 정도로 잡는다. 에볼라의 경우에도 잠복기의 2배 기간 동안 신규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를 종식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잠복기를 넘어선 확진자도 나오고 있고, 잠재적 슈퍼전파자가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 종식은 전문가들도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지율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이 나서 가뭄에 갈라진 논두렁에 물대포를 뿌리듯 각종 쇼맨십을 보이고 뒤에서는 언론을 관리하거나, 영업에 차질이 생긴 대형병원이 국민에게 머리 숙여 메르스로 인한 불안국면을 넘기고 싶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언론이 이 분위기에 앞장설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가 7월 말에서 늦으면 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메르스 국면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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