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와 함수 외에 제3의 위치에서 고 한주호 준위가 사망했다는 이른바 ‘제3의 부표’설과 관련해 당시 구조활동을 벌인 UDT동지회장(민간인)이 법정에서 자신이 열고 들어간 선박의 문은 두팔 벌리고 동그라미를 만들 정도의 해치문(틈새없이 완전히 닫히는 선박용 출입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위에서 아래로 문을 열고 자신의 다리먼저 들어갔으며, 문이 완전히 열어젖혀지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가 작업한 곳은 한 준위가 작업하던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함수(장촌포구 아래 쪽 바다)와 함미(연화리 아래 쪽 바다) 사이에 있는 ‘제3의 부표’(용트림바위 앞)의 위치에 대해 그는 그곳이 기억나지 않으며 함수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헌규 전 UDT동지회장(현 민간잠수사)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고 신 대표의 변호인과 신 대표가 23일 전했다.

신 대표와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3월 29일 백령도에 구조하러 왔다가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부터 20~30분 간 사고해역에서 김진오씨와 함께 침몰된 선박 구조작업을 벌이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생명줄을 잡고 들어가보니 호스가 많이 있었으며, 구멍의 크기가 산소통 메고 들어갈 정도밖에 안돼 20~30분 잠수하고 그냥 올라왔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4월 7일 방송된 KBS <뉴스9>
 

이 전 회장은 “해치문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밑에서 위로 열었으나 완전히 (180도로) 열어젖혀지진 않았다”며 ‘들어가서 사방을 둘러보니 격벽으로 둘러싸였느냐’는 신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문의 크기가 좁았다”며 “다리부터 (위에서 아래로) 서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고 신 대표가 전했다. 해치문의 크기를 두고 2010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람이 손을 쭉 뻗어 동그라미를 만들 정도의 구멍’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 전 회장은 “그런 얘기는 했다”며 “위에서 아래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이 어느 부위인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들어가보니 격벽이 막혀가지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들어간지) 5~6분 가량 있다가 작업중단하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해치의 모양이 둥근 형태였는지 네모난 형태였는지에 대해 이 전 회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으나 신상철 대표가 제시한 여러 장의 사진 가운데 둥근 형태의 사진(사진 왼쪽 윗부분)을 지목했다고 신 대표가 전했다. 그러나 왜 윗 것을 지목했느냐는 재판장의 신문에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아까 착각한 것 같다”고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해치문의 무게에 대해 이 전 회장은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며 ‘완전히 제껴졌는지 아니면 옆으로 서있는 상태였는지’에 대해 “완전히 제껴지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자신이 구조 탐색한 선박이 잠수함인지, 군함인지를 묻는 검찰 신문에 이 전 회장은 “군함이었다”고 답했으나 재판장이 그 이유를 묻자 “가드레일 줄에 연결돼 있고, 함수라고 해서…군함같이 보이고”라고 답했다.

잠수함 표면을 보면 탐지를 어렵게 하기 위한 타일이 있던지 어떤 질감이 느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재판장의 신문에 이 전 회장은 “그런 것을 감지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7일 방송된 KBS <뉴스9>
 

작업한 곳의 수심에 대해 이 전 회장은 “28~29m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이 작업한 선박은 제3의 다른 구조물이 아닌 함수라고 얘기를 듣고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 자신과 여러 차례 통화한 내용을 근거로 한주호 준위가 ‘제3의 부표’ 지점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한 KBS의 보도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오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우리가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며 “용트림 바위에서 바라본 함수의 지점을 정확하게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왜 황현택 KBS 기자와 통화에서 용트림 바위 앞에서 한 준위가 작업했다고 얘기했느냐는 여러 차례 신문에 이 전 회장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얘기한 것은 기억이 잘 안나고,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그 땐 아마도 그 부근이 아니었나 생각한 것 같다”면서도 “함수쪽 위치를 정확히 몰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한 준위 사망 이후 왜 용트림 바위 앞에서 그곳을 향해 제사를 지냈는지에 대한 변호인들의 신문에도 “정확히 위치를 몰랐다”며 “부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위치인가 싶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에는 용트림 바위 앞에 있는 그 부표인줄 알고 제사지냈다는 얘기 아니냐고 따지자 이 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이 작업한 곳이 용트림 바위 앞이냐는 검찰 신문에도 이 전 회장은 “용트림 바위가 어딘 줄 모른다”고 부인했다.

용트림 바위 바로 앞이 천안함 함수라고 알고 있던 이유는 고 한주호 준위가 거기가 함수라고 말했기 때문이냐는 질의에 이 전 회장은 “한주호 준위가 얘기해서 안 것”이라며 “함수 함미가 두동강 나서 한 준위 자기가 부표를 서베이해서 띄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잠수함의 해치문 유형. 사진그래픽 제작=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제3의 부표 위치 증언과 달리 앞서 황현택 KBS 기자가 당시 이 전 회장과 취재한 녹취록을 보면 이 전 회장은 한 준위 사망장소가 용트림 바위 앞이라고 분명히 지목한 대목이 나온다. 다음은 법원에 제출된 녹취록 요약.

UDT 동지회원 이헌규씨 전화 녹취 (2010년 4월 6일 저녁)
-(황현택) 함수 쪽 다녀오셨잖아요?
=(이헌규) 네.
-(황현택) 함수 쪽이 용트림에서 봤을 때 추모제 지냈던 바로 앞에 있던 그 지점인가요?
=(이헌규) 네. 부표, 빨간 부표 들어가 있던 지점이었거든요.
-(황현택) 부표가 용트림바위 바로 앞에 있는 그 부표 말씀하세요?
=(이헌규) 그렇죠.
-(황현택) 실제로 들어가셔서 함수를 보셨어요?
=(이헌규) 네.
-(황현택) 그 부표를 바라보는 모습을 촬영했잖아요. 그 안에 들어가서 함수를 확인했어요?
=(이헌규) 네, 확인했어요.

한편 변호인단과 신 대표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당시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려 할 때 해난구조대가 제지한 일도 있었다고 이 전 회장은 증언했다. 이 전 회장은 “해난구조대 쪽에서 민간잠수부 투입하지 말라고 제지를 받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수심으로 볼 때 충분히 작업이 가능했으며 잠수실력이 떨어지지도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에게 기회달라고 했는데, 군 관계자가 마뜩찮아 하는 느낌을 받았으나 다시 요청하니 들어가라 한 것이냐’는 변호인 신문에 이 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독도함에 간 12명의 UDT동지회원들 가운데 이헌규 전 회장과 김진오 씨 2명만이 탐색구조활동을 했으며, 10명은 독도함에서 대기했다고 이 전 회장은 전했다.

   
천안함 함수의 완전 침수 직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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