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모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한국과 일본 정상이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관련 행사에서 양국의 우호를 다짐하는 메시지를 교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50년간의 우호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화답했다.

23일 아침신문은 해당 사안을 1면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다음은 23일자 아침신문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박 대통령 “과거사 짐 내려놓게 만들자”... 아베 “새 시대 열자”>
한겨레 <박 대통령 “과거사의 짐 내려놓도록 만들자” 아베총리 “미래를 내다보며 협력 강화하자”>
한국일보 <한일 해빙 물꼬는 텄다>
조선일보 <박 “과거사 무거운 짐, 상생으로 내려놓자” 아베 “다음 세대를 위해 한일관계 발전을”>
중앙일보 <“한일 신뢰 가장 중요 올해가 역사적 기회” “앞으로 50년을 위해 손잡고 새 시대 열자”>
동아일보 <한일 미래로 한발씩 내딛다>
국민일보 <“한일 새로운 50년 열자”>
세계일보 <박 대통령 “과거사 짐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야” 아베 총리 “앞으로 50년 손잡고 새 시대 열자”>

물꼬 텄지만 갈 길이 멀다

아침신문들은 경색됐던 한일관계에 순풍이 불게 됐다는 점에서 메시지 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쟁점은 ‘과거사’다. 
 
양국의 경색이 풀릴 기미를 보인 까닭은 한일 외교장관이 ‘일본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논쟁의 여지는 있다. 경향신문은 “일본이 해당 산업시설에 강제징용 사실을 명시하겠다고는 했지만 표현방법이나 형식 등에 대해서는 논의할 것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군함도 등 강제노역에 동원된 이들을 ‘강제징용자’라고 쓸지 ‘한국 출신 노동자’라고 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동아일보는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아베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며 “과거보다는 미래, 한일 간의 안보 협력에 방점이 찍혔다”면서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이름 아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분쟁지역에서 일본의 군사적 기여를 확장하려는 아베 내각의 전략에 대해 이해를 구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과거사를 반성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더라도 내각 결정이 아닌 개인 차원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한중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개인 담화의 형식을 빌리겠다는 이야기”라며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에게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침략 미화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치도록 해야 한다”면서 “총리의 역사인식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 23일자 조선일보 기사.
 

침묵 깬 신경숙 “표절 맞다. 독자들께 사과”

경향신문은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신경숙 작가와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신씨는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표절을 인정한 것이다.

인터뷰에서 신씨는 거듭 사과를 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후배 작가 이응준씨를 비롯해 내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내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렇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모두 내 탓이다. 정말 죄송하다.”

그러면서 신씨는 여전히 우국을 읽은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신씨는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신씨는 절필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절필은 못할 것 같다”면서 “나는 모국어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내 땅이 문학이기 때문에 땅에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신 신씨는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 23일자 경향신문 기사.
 

‘노답’ 메르스 대응, 또 허점

보건당국의 메르스 대응의 허점이 또 드러났다. 171번째 환자는 삼성병원 방문 23일 만에 확진판정을 받아 정부가 잠복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71번째 환자(60·여)는 가족들과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다.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14번 환자와의 접촉에서 확진까지 최소 23일 경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최대잠복기를 14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현재의 잠복기가 적정한지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 환자 접촉 이후 60일 만에 확진된 사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태 초기 일선 병원에서 병동봉쇄를 요청했으나 보건당국이 이를 거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평택성모병원 관계자와 인터뷰를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격리대상이었던 병실 내 접촉자 밖에서 확진 환자가 나왔다”면서 “그날 오후에 보건당국에 병동 전체를 폐쇄하는 코호트 조치를 제안했다.(중략) 하지만 당시 보건당국은 메르스 대응지침에 없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병원측의 요청에 보건당국이 응했을 경우를 가정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슈퍼 전파자 14번째 환자를 보다 빨리 격리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 23일자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는 정부의 총체적인 대응실패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보건당국이 보인 소극적인 정보 공개 자세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 대신 일단 숨기고 보는 구시대적인 대응 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보건당국의 늑장 정보 공개가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많다”면서 “괴담 유포와 관련한 처벌 의지를 강조하던 시점에 차라리 적극적으로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혼란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보건의료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반정부’ ‘막말’ 세월호 연대 단체에 낙인찍기

경찰이 4.16연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조선일보는 박래군 세월호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을 ‘반정부’ ‘막말’인사로 폄하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돕는 시민단체를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래군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4월 16일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을 때 혹시 마약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 나는 궁금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피부미용, 성형수술 등을 하느라고 보톡스 맞고 있었던 것 아니냐. 보톡스 맞으면 당장 움직이지 못하니까 7시간 동안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까지 동원해 박래군 위원장에 대해 “반정부 운동이 벌어지는 곳이면 거의 예외 없이 나타나 정부를 향해 욕설과 저주를 퍼부어온 사람”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어 “문제는 이런 사람이 세월호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행세하며 세월호 유가족들마저 도매급으로 넘어가게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23일자 조선일보 기사.
 

로스쿨이 성공적? ‘강남3구’ ‘특목고’ ‘스카이’ 쏠렸다

한겨레는 이틀 연속으로 ‘로스쿨 도입 7년’ 평가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로스쿨과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출진지역과 학교 등을 조사했다. 

한겨레는 로스쿨의 스카이(SKY,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비율은 47.9%로 사법시험 합격자의 스카이 비율인 54.1%보다 낮았지만 통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특정 지역과 출신이 편중된 경향이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서울 주요 로스쿨 사이에서는 학생 주고받기를 통한 과점체제 구축 현상이 뚜렷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SKY등 명문대 출신이 다른 대학 로스쿨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고려대의 경우 7년간 입학생 866명 가운데 435명이 다른 대학 출신인데, 그 중에는 서울대 출신 277명, 연세대 출신 52명, 외국대학 출신 20명으로 90%가 넘는 비율이 타 명문대 출신이었다.

한겨레는 또 관악, 강남, 서초, 송파, 성북 등 적지 않은 합격자들이 서울 출신이라는 점. 출신 고등학교가 강남3구 지역의 고등학교와 특목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대의 경우 합격자 30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민족사관고, 특목고, 강남3구 고교 출신이었다.

한겨레는 로스쿨 제도에 관해 “로스쿨 간 서열화, ‘명문고-명문대-부유층’출신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한 환경으로 인해 사법시험의 병폐극복을 내세운 도입취지를 실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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