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이 ‘페미니스트’를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라고 정의해 성평등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페미니스트’를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견해, 남녀동권주의, 여권 확장론’이라고 정의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8일 성명을 통해 이와 같은 뜻풀이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차별’ 또는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주장이다. 국립국어원이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은 페미니스트의 경우에도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가 ‘성차별 해소와 성평등 사회 실현을 실천하는 사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잘못된 뜻풀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월 21일부터 두 차례 의견서를 국립국어원에 보내 이 같은 뜻을 전했다. 국립국어원은 실제로 ‘페미니스트가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라는 용례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어원은 원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페미니스트’를 △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로 정의하고 있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의견서를 전달해 항의하자 지난 15일 관련 뜻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페미니스트가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라면 페미니스트조차 남자만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나 성별 불평등을 개선하자는 주장인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도 남자 입장에서 뜻을 규정했고, 이와 같은 뜻풀이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게 된다는 점에서 성평등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페미니즘’을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이라는 의미로, 또한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최근 온라인을 비롯해 한국사회 전반에서 여성혐오 및 안티페미니즘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국립국어원의 잘못된 정의는 사회에 만연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인과 몰이해를 더욱 강화한다”며 “국어에서 성차별을 불식시켜야 할 국립국어원이 낮은 성평등 인식수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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