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의 기사노출 경쟁이 어뷰징을 넘어 이제는 기사입력 시간까지 조작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 발생한 사건에 대한 기사의 작성시간이 하루 전 또는 닷새 전으로 기록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시간을 앞서서 작성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쓴  기사여야 검색결과에서 맨 윗줄에 고정 배치되는 네이버 검색시스템의 허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사의 페이지뷰 경쟁탓에 기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사실관계의 하나인 시간까지 왜곡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아침 8시에 발생한 ‘10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사건’의 경우 합동참모본부가 오전 10시40~50분 경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했다. 적어도 이 사건  발표를 듣고 기사를 실시간으로 작성한다해도 오전 10시40분 이후여야 기사출고가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와 서울신문(온라인뉴스부) 기사의 ‘기사입력 시간’(네이버 전송 기사)이 짧게는 하루 전 길게는 아흐레 전으로 기재돼 있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이 작성한 <군사분계선 넘어 귀순, 북한군 5~20명씩 조를 이뤄…‘대인지뢰·푯말 재설치’> 기사는 2015년 6월 10일 오후 3시43분이며, 계열사인 스포츠동아의 <군사분계선 넘어 귀순…10대 북한군 군사분계선 넘어 귀순한 까닭은? 충격 그 자체>는 심지어 2015년 6월 6일 오전 12시27분으로 돼 있었다. 서울신문의 경우 <북한군 병사, 군사분계선 넘어 귀순…2012년 10월 이후 처음>의 기사입력시간은 2015년 6월 10일 오전 9시46분이었으며 <귀순 북한 병사, 귀순한 이유 알고보니?>의 입력시간은 2015년 6월 10일 오후 2시22분이었다. 이들 언론이 10대 북한군의 귀순 사건을 9일 전에 이미 그 이유까지 간파하고 있었다는 황당한 얘기가 된 것이다. 

   
16일 오후 현재 10대 북한군 귀순 기사 검색결과.
 

 

   
16일 오후 현재 10대 북한군 귀순 기사 검색결과.
 
   
16일 오후 현재 10대 북한군 귀순 기사 검색결과.
 

이밖에도 중앙일보 <김현중 입대현장, 배용준과 동행…“임신한 거 어떻게 해?” 일파만파>(네이버 전송) 기사의 입력시간은 지난달 11일 오전 10시로 돼 있다. 그러나 김현중의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 입소 시간은 12일 낮 12시였다. 이미 하루 전에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동아일보의 <국무총리 후보 황교안 총리 내정…박 대통령 국정방향 잘 이해> 기사의 입력시간은 5월 21일 아침 7시3분이었다. 황 후보자 내정 발표시간은 그날 오전 11시였다. 

이 같은 현상을 업계에서는 속칭 ‘기사 엎어치기’로 부른다. 네이버에 전송한 기사의 ‘기사입력시간’은 언론사가 네이버에 전송한 시간이기 때문에 해당 페이지를 조작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과거에 전송한 기사에 지금 써야 할 기사를 덧입힌 뒤 재전송을 하면 과거 작성한 기사의 입력시간이 지금 기사의 입력시간이 된다는 것. 지난해 12월 5일부터 네이버가 실시하고 있는 ‘클러스터링’ 검색서비스 방식은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뉴스를 자동으로 한데 묶어 노출시키는 시스템”으로, 먼저 쓴 기사가 맨 위에 자동 배치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기사 작성 시점까지 조작하는 일이 나타난 것이라는 게 네이버와 언론사닷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해식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사들이 광고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 거대 포털이 주도하는 온라인 뉴스시장에 종속돼 움직이는 상황에서 트래픽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트래픽의 상당부분이 검색기사에서 나온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이 과정에서 ‘시점 앞지르기’가 (네이버 검색결과 맨 윗자리에) 잘 걸리는 경우가 있더라”며 “그래도 발생 발표시점을 앞지르지 않도록 내부적인 원칙을 세워서 시행해왔는데, 일처리 과정에서 너무 두드러진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스포츠동아의 10대 북한군 귀순 기사의 기사입력시간. 제목아래 상단 왼쪽.
 

임창룡 서울신문 온라인뉴스부장(부국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사건보다 앞서서 기사입력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며 “기술적인 오류인 것 같은데, 알아보고 오류가 있으면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사 닷컴 담당자는 “어뷰징을 막고, 걸러진 뉴스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새 검색시스템일텐데 이런 편법이 등장하면 오히려 검색의 질이 떨어진다”며 “이런 게 만연하면 새로운 기사를 아무리 써도 효과가 없고, 엎어치기 하는 매체만 다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신문 편집국 간부도 “네이버에서 이런 일을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모니터링 차원에서라도 할 수 있을 것이며, 많은 언론사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네이버 홍보팀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모니터링이나 신고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덮어씌워진 기사를 인지하면 언론사에 원상복구를 하도록 요구해왔으나 전수조사가 쉽지 않다”며 “뉴스제휴와 관련해 설치될 위원회에서 개선책이 논의될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10대 북한군 귀순 관련 서울신문 네이버 기사의 기사입력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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