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환자 발생 초기 보건 당국이나 언론을 본 국민들은 메르스를 ‘독감 수준’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4차감염자가 나오면서 젊은 환자가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보도까지 등장했다.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되는 가운데 전문가 그룹은 침묵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1일 메르스 감염환자를 알리는 첫 보도가 나왔다. 환자가 지난달 4일 입국했기 때문에 최대 잠복기 14일이 지난 당시까지 동승자들이 증상이 없다면 안심해도 된다는 보도였다. 전문가들도 중동보다 한국의 의료수준이 높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독감이나 신종플루와 달리 사람 대 사람 전염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일반인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치사율이 40%라고는 했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인 등이 조심하면 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첫 환자가 호전상태에 있고 추가로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생기면 격리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중동에 다녀오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국민에게는 전파가 어렵다는 보건 당국의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환자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첫 메르스 확진환자를 간병하던 부인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1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YTN과 인터뷰에서 “현재 부인 같은 경우는 간병을 하며 시간을 많이 보냈기 때문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염성이 높다기보다 두 환자가 노출이 많이 됐기 때문에 감염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성모병원을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사진도 보도됐다.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병원을 둘러보는 사진이었다. 메르스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이었다. 환자는 늘어나는데 ‘괜찮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혼란이 가속화됐다. 국민들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구입해 각자 대비하기 시작했다.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늘어나는데 정부가 병원을 공개하지 않자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프레시안이 병원 6곳을 공개하면서 여론이 병원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돌아서자 언론은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환자는 확산되고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는 현실에서 메르스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 15일자 조선일보 5면.
 

가능성이 없다던 4차 감염자가 나오고, 의사면서 30대인 35번째 환자의 증상이 심해졌다.  7살짜리 어린 환자, 30대 경찰관 환자까지 나오자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가 사이토카인이라는 면역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해 2차 감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이토카인’이라는 낯선 용어가 주는 공포와 더불어 면역력이 좋은 젊은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난 15일부터 사이토카인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 15일 조선일보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사이토카인의 위험성을 전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고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환자가 (갑자기) 에크모를 달았다고 해서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젊은 환자가 나타나면서 메르스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 사이토카인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질 수준은 아니”라고 우려했다. 사이토카인이 폐 세포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노 전 회장은 “여기서 염증이라는 것이 세균염증하고 다른 것”이라며 “예를 들어 피부를 꼬집으면 빨갛게 되는데 이것도 염증반응”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순천향대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는 JTBC와 인터뷰에서 “여전히 젊은 사람들은 (메르스를) 가볍게 앓고 지나가고 있다”며 “사이토카인 뭐 이런 얘기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꺼낸 가설”이라고 말했다. 

   
▲ 15일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환자 사례의 의학 정보가 통제되는 상황에서 일선 의사들도 정확하게 메르스의 실체나 진행 양상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도 없다. 다만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투여 등 추가적인 치료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노인들만 걸리는 병이라고 이해하다가 갑자기 젊은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는 식의 분위기를 언론이 조장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미디어오늘에 “(대한)감염학회는 인터뷰하면 쫓아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감염내과 의사들은 인터뷰 요청이 와도 대한감염학회로 이를 넘기는 분위기다. 부정확한 정보를 통해 속보 경쟁하는 언론을 바로 잡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밝히는 공익적 역할이 필요하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연구비 등을 이용해 감염분야 전문가들을 통제하고 있다. 복지관련 전문가들도 정부에 쓴 소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비하되 지나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널뛰기’ 언론 보도에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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