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긍정평가)이 33%까지 추락한 반면, 부정평가 여론은 60%에 육박한 것으로 한 여론조사결과 나타났다. 이와는 달리 신속하게 대처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해 대조를 보였다.

한국갤럽은 지난 9~11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5명에게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33%는 긍정 평가했고 58%는 부정 평가했으며 9%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5%)고 12일 밝혔다.

이 같은 박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일주일 전 보다 1%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률은 3%포인트 상승해 긍정-부정률 격차가 25%포인트로 더 커졌다고 갤럽은 설명했다.

각 세대별로는 각각 20대 9%(긍정평가)/80%(부정평가), 30대 16%/75%, 40대 28%/63%, 50대 39%/52%, 60세이상은 66%/26%였다다. 50대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밑돌게 나온 것은 지난 2월 말 이후 처음이라고 갤럽은 전했다. 

   
갤럽이 조사한 최근 20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403명)의 65%가 ‘잘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222명)은 88%가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336명)에서도 부정적 견해가 더 많았다(긍정 18%, 부정 68%)고 갤럽은 밝혔다.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평가한 응답자(577명)들은 이 같은 평가를 한 이유에 대해 “메르스 확산 대처 미흡”(27%)(13%포인트 증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밖에도 이들은 “소통 미흡”(13%)(전주 대비 3%포인트 하락),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13%)(3%포인트 상승), “리더십 부족/책임 회피”(12%)(4%포인트 증가) 등을 지적했다.

갤럽은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메르스 사태가 이번 주에도 대통령 직무 평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메르스 확진자 발생·경유 기관이 많고 확산 우려가 높았던 지역, 즉 수도권, 충청, 전라 등에서는 긍정률이 소폭 하락한 반면, 비교적 여파가 덜했던 경상권에서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갤럽이 조사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그동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밀렸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1위를 차지에 눈길을 끌었다.

   
갤럽이 실시한 차기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그래프=한국갤럽
 

갤럽이 응답자들에게 예비 조사에서 선정된 여야 정치인 각 4인(총 8인)의 이름을 순서대로 로테이션해 제시하고 차기 정치 지도자로 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17%),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1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3%), 안철수 의원(8%) 순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6%),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4%), 정몽준 전 의원(4%), 이재명 성남시장(2%) 순이었다. (3%는 기타 인물, 30%는 의견을 유보.)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전 의원과의 대결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고, 재선에 성공하며 작년 하반기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개월 연속 선두를 지키다 올해 들어 문재인 대표가 더 주목을 받아왔다. 갤럽은 “최근 메르스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다시 박 시장의 존재감이 부각된 듯하다”며 “문재인 대표, 김무성 대표, 안철수 의원까지 네 명은 작년 8월 이후 매월 조사에서 상위 1~4위에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의 신임 총리 적합 여부에 대해 응답자들은 적합하다는 의견과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2주 전에 비해서는 보다 부적합하다는 비율이 약간 더 늘었다. 다만 의견을 유보한 비율이 더 많았다.

갤럽이 인사청문회 둘째 날인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3%는 “적합하다”고 답했고 30%는 “적합하지 않다”고 봤으며 37%는 의견을 유보했다. 2주 전인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적합” 31%, “부적합” 24%, 의견유보 44%로 나타났다. 

황교안 후보가 “적합하다”는 의견은 새누리당 지지층(58%), 60세 이상(52%) 등에서 우세했고,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53%), 3040 세대(30% 후반)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갤럽은 평가했다.

이를 두고 갤럽은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지만 전반적으로 찬반 정도가 강하지 않고 판단 유보자가 많아 과거 청문회에 비해 세간의 관심이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명 직후 조사에 비해 ‘적합’은 2%포인트, ‘부적합’은 6%포인트 각각 늘어 찬반이 팽팽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5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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