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이 “YTN에 좌편향 시청자가 많다”고 했던 과거 트위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상임위원들은 임명 절차 문제, 정치적 편향성 등을 언급하며 그를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석우 이사장은 낙하산 논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30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뽑힌 것으로 안다”면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공정성, 객관성, 독립성,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한번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석우 이사장은 “다만 퇴직 후 자유언론인 시절 활동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 점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석우 이사장은 평론가로 활동하던 2013년, JTBC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보는 사람이 일부 있지, 저도 종북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그는 SBS 출연이 성사되지 않자 ‘SBS 좌편향’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으며, YTN 출연 이후 시청자로부터 비판 받자 ‘YTN에 좌편향 시청자가 많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트윗, 군의 대선 개입을 옹호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석우 이사장을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삼석 위원은 “인사의 적절성과 정당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한 야당위원은 이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언론인의 정도의 길을 벗어난 적 없다고 항변하는데, 문제는 언론인 퇴직 이후의 정도를 벗어난 발언”이라고 말했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김재홍 위원 역시 “야당 상임위원들이 이사장 선임 과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임명식도 위원들 모르게 진행됐다”면서 “재단을 이끌어갈 이사장의 소신과 비전을 먼저 물어보고, 선임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업무보고를 받을지 여부는 그 다음에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고삼석 위원은 “특히 평론가 시절 항의를 받아 방송에 못 나갈 때 ‘좌편향 SBS’라고 했으며 YTN을 가리켜 ‘좌편향 시청자가 많다’고 했다”면서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자유라고 해도 시청자 권익전문기관의 기관장으로서 시청자들을 편 가르고, 비난한 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당추천 위원들이 사실상 업무보고 받기를 거부하자 이석우 이사장은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하며 상황을 넘겼다. 이석우 이사장은 “당시 표현이 강했던 것 같다. YTN 발언에 대해 마음이 상했던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야당 위원들은 “공정성, 객관성, 독립성을 지키겠다. 반발하는 분들도 일일이 찾아가 만나겠다”는 이석우 이사장의 다짐을 받고 나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기주 위원은 “청문회도 아니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걸 논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원제 부위원장 역시 “이념적 편향성, 정치적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조직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이라며 “지나치게 미디어재단을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과거 트윗. SBS와 YTN 시청자를 '좌편향'이라고 썼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시청자 권익증진을 위해 올해 설립된 정부출현기관이다. 광역권 지역의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지원, 관리하고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 지원 등 시청자 권익증진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임명은 인사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압축하며 방송통신위원장이 최종 임명하게 되는 구조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1년 연임이 가능하다. 이석우 이사장은 이사장 공모기간 때부터 내정설이 불거졌고, 끝내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앞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항의한 시청자를 두고 ‘좌편향 시청자’로 매도했던 인물이 어떻게 시청자의 권익과 방송참여 증진을 위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될 수 있겠느냐”면서 “이석우씨는 자진 사퇴하고, 방통위는 즉각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석우 이사장은 세계일보 기자 출신으로 평화방송 보도국장을 지낸 뒤 시사평론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3월 국무총리 공보실장에 발탁됐으며 같은 해 8월 비서실장이 됐고, 지난 2월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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