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TV 시장이 방송통신 업계의 화두다. 지상파 3사가 주축인 플랫폼 ‘푹’은 모바일 IPTV와 CJ헬로비전의 ‘티빙’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황이다. 지상파는 무너진 플랫폼을 모바일에서 일으키겠다는 구상이지만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모바일에서도 IPTV의 강세가 예견되는 가운데 모바일 영상 플랫폼사업에 진출할 예정인 카카오TV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 시장으로서 모바일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 이용자들의 전반적인 이용패턴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동영상 서비스시장은 이동속도가 더딘 편이다. 사실상 고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가 아니고서는 모바일 TV를 시청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3사가 지난달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했다. 음성통화 중심의 요금제를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물론 데이터 가격이 크게 저렴해지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통신3사가 저가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과 KT는 특정 시간대에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특정 시간을 정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경우 이용자들이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 IPTV를 시청하기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 연도열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방송시장에서는 통신이 방송을 삼키는 모양새다. 모바일TV시장에서는 '푹'의 지상파 콘텐츠 제휴중단, 포털의 시장 진입 등으로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KCTA통계자료 재가공
 

먼저 치고 나온 건 통신3사다. 모바일 IPTV 상품을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끼워 넣었다. 변화하는 소비패턴을 주도하는 요금제를 만들면서 이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IPTV(통신)가 케이블과 지상파(방송)를 삼키고 있는 방송시장이 모바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지상파가 훼방을 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지상파 3사의 출자로 OTT(over-the-top,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푹’을 운영하고 있는 콘텐츠연합플랫폼(CAP)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바일 IPTV의 모든 가입자에 대한 지상파 실시간 채널과 VOD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KT의 경우 신규가입자에 한해 VOD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CJ헬로비전이 운영하고 있는 OTT인 ‘티빙’역시 지상파 콘텐츠 공급이 중단됐다. 지상파가 지상파 콘텐츠 서비스의 가격인상을 요구했고, 콘텐츠 정산 방식을 기존 정액제에서 CPS처럼 가입자에 따른 N분의 1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으나 유료방송업계가 이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벼랑 끝 전술’은 지상파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카드다. 통신3사와 끝내 결별을 선언하게 되면 지상파 플랫폼인 ‘푹’에만 지상파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푹’의 기반이 강해진다. 반대의 경우도 지상파에 손해될 게 없다. 지상파 콘텐츠를 볼모 삼아 지상파에 유리한 콘텐츠 가격 룰을 만들게 되면 콘텐츠 수입이 늘어난다. 아직까지 지상파 콘텐츠는 방송 콘텐츠의 핵심이기 때문에, 지상파가 빠진 모바일 IPTV와 티빙은 해당 사업자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6월 1일자로 ‘푹’이 2.0버전을 선보인 점은 의미심장하다. ‘자체 플랫폼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에서 지상파가 플랫폼 전략을 취하려 한다”면서 “통신사가 주는 마약을 더 이상 맞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체 플랫폼 위주의 정책이 당장은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지 몰라도 지상파 플랫폼에게는 득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푹’은 앞으로 단순 지상파 콘텐츠 유통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복합적인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푹’은 2.0을 선보이면서 모바일 및 태블릿 시청환경을 개선했으며 New, 롯데, KTH 등 국내 영화 배급사 및 Fox, 워너, 디즈니, 유니버셜, 소니 등 해외 유명 영화사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 모바일TV시장을 두고 지상파, 유료방송, 포털이 경쟁을 벌이게 됐다. 사진은 푹2.0 자료화면.
 

기존 방송시장이었다면 콘텐츠 협상에 올인하는 전략이 지상파 플랫폼을 갉아먹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겠지만 모바일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지상파는 IPTV에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형태였던 반면 모바일 IPTV에는 플랫폼 내의 플랫폼 형태로 입점한 상태다. 전자가 IPTV라는 백화점에 물건만 공급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매장이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지상파 콘텐츠 중심으로 배타적인 모바일 지상파 플랫폼을 만들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배타적인 콘텐츠를 통해 지상파 플랫폼을 강화하게 되면 유료방송과 협상 시 이점이 있지만, 5년 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JTBC와 CJ계열 PP의 콘텐츠가 지상파에 필적할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고, 반면 지상파의 콘텐츠가 이전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상파가 빠진 유료방송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CJ계열 콘텐츠와 JTBC의 콘텐츠를 갖지 못한 지상파 방송 역시 온전한 플랫폼이 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 다음카카카오가 6월 중 ‘카카오TV’를 출시하기로 밝히며 모바일TV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구체적인 서비스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영상 플랫폼”이라며 “현재 SMR(스마트미디어렙)을 통해 지상파 콘텐츠 및 CJ계열 클립 콘텐츠와 제휴가 돼 있다”고 말했다. SMR은 SBS, MBC를 주축으로 설립한 온라인 영상 광고 대행사로 지상파와 종편 등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 프로그램별 VOD 시청현황. 방송통신위원회가 유료방송 전체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VOD 시청통계다. 지상파 콘텐츠 강세지만 JTBC 콘텐츠도 2개나 20위권에 들었다. 20위권 내에 들지 않았지만 '미생', '삼시세끼' 등 tvN 등 CJ계열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TV가 모바일 TV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우선 모바일 TV시장에서는 본편이 아닌 클립 형태의 영상이 ‘킬러 콘텐츠’가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사람들이 클립 영상을 보고나서 본편을 찾기 위해 결국 기존 플랫폼을 택하게 된다”면서 “기존 다음팟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다음카카오가 미디어사업에 진출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 역시 ”클립 위주의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푹’이나 ‘티빙’ 그리고 ‘IPTV’와 경쟁관계에 놓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TV같은 서비스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기존 포털 양사에서 SMR의 콘텐츠를 제휴 받아서 하는 서비스와 카카오TV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음카카오의 카카오TV가 기존 모바일TV 시장에 위협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전략연구소장은 “카카오TV는 모바일에 특화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거 채널 단위의 소비에서 콘텐츠 단위의 소비로 바뀌고, 이제는 또 클립 위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클립영상 위주로 소비를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MR이 현재 포털에서 클립영상만 갖고 월 20억 원 이상을 벌고 있다”면서 “기대보다 매출이 좋은 상황이다. 더욱이 카카오톡 가입자가 많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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