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펠러가 휘어진 원인을 규명했던 노인식 합동조사단 선체관리·구조분과장이 폭발에 의해 휘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실제로 합조단이 폭발로 인한 현상임을 규명할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조단 선체관리·구조분과장을 맡았던 노인식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노 교수는 천안함 함미의 우현 프로펠러 6장 중 5장이 함미에서 함수방향으로 휘어진 것을 두차례 시뮬레이션한 결과 첫 번째 시뮬레이션 결과는 틀리게 나왔으나 두 번째 결과는 유사하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애초 천안함 프로펠러 손상이 ‘천안함 함미가 해저에 닿는 순간 회전 중이던 프로펠러가 해저지반과 접촉하면서 발생했다’는 합조단의 최초 발표와 ‘반파 순간 동력이 끊어지자 회전 중이던 프로펠러가 갑자기 정지하면서 관성에 의해 휘어졌다’는 수정 발표에 대해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천안함 피격사건 최종 보고서에서 “스웨덴 조사팀은 이와 같은 변형은 좌초로는 발생할 수 없고, 프로펠러의 급작스런 정지와 추진축의 밀림 등에 따른 관성력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썼다.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 사진=조현호 기자
 

그러나 추진축 밀림 현상이 폭발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노 교수는 “직접적인 증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과로 나타난 정황으로부터 유추할 수밖에 없다”고 검찰조사 때 진술한 것을 법정에서도 시인했다. 그러나 이런 정황으로 유추한 것의 정확도에 대해 노 교수는 “수중폭발에 의해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일 뿐 꼭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닐 수(도) 있다”고 답했다.노 교수는 급작스런 정지에 의한 관성에 따라 휘어졌다는 스웨덴 조사팀의 분석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와 다르게 나와 폐기했다고 밝혔다. 대신 노 교수는 프로펠러 추진축의 밀림 현상에 의해 프로펠러가 함수방향으로 휘어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함미 우현 프로펠러를 보면 약 10cm 정도 추진축이 뒤로 밀려있는 것을 근거로 이같이 설명했다.

폭발현상에 의한 현상이라면 실제 폭발에 의해 전달된 힘과 같은지를 검증해야 하지 않느냐는 변호인 신문에 노 교수는 “우리 실력으로는 어렵다”며 “폭발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다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폭발에 의한 현상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노 교수는 “좌초 등 다른 가능성도 조사했다”며 “저부터도 정황상 뭔가에 부딪힌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조사해보니 ‘좌초’라고 보기엔 휘어진 부분에 모래에 의한 스크래치가 없고, 반짝거릴 뿐 아니라 선체 절단면이 좌초라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폭발로 전제한 것)”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아까는 좌초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했다더니 부딪혀서 깨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왜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좌초 배제)’고 하느냐는 변호인 신문에 노 교수는 “(검토하는) 단계가 있다”며 “처음엔 (좌초 가능성도) 열어두고 봤다. 저런 손상에 대해 자세히 보게 된 것이 조사가 다 마무리될 때쯤에 보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자세히 보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지적에 노 교수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또한 축밀림 현상에 대해 선체관리·구조분과장이던 노 교수 스스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다른 위원들이 쓴 보고서를 차후에 보고 그런 분석을 하게 됐다고 노 교수는 말했다.

함미 프로펠러의 우현만 손상돼 있고, 좌현 프로펠러는 온전한 이유에 대해 노 교수는 “우리들이 그것까지 원인 규명할 실력이 없다”며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우현 프로펠러쪽으로 힘이 많이 간 반면에 좌현으로 힘이 가지 않은 정황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함미 프로펠러 좌현. 지난 4월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서 촬영. 사진=조현호 기자
 
   
다른 초계함의 함미 프로펠러. 자료사진=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제공
 

그러나 추진축이 밀릴 만큼의 충격력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에 대해 노 교수는 “프로그램에 속도만 넣으면 힘의 크기는 자동으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속도의 크기만 안다”며 힘(충격력)의 크기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본인이 조선소에서 프로펠러 ‘감리’를 했던 경험을 들어 폭발력이 아무리 크더라도 축밀림 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며 실제의 10분의 1 크기 프로펠러를 갖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흥권 재판장은 실제와 얼마나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실험결과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증거로 제출한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 재판장은 출석통보를 받고도 불출석한 이헌규 전 UDT동지회장에 대해 과태료 300만 원에 처한다고 밝혔다. 이 재판장은 이 전 회장이 증인출석요구서가 송달됐는데도 정당한 불출석 사유도 제출하지 않은채 출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에 대해 재판장은 다음 기일인 오는 22일에 재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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