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신문도 전날과 마찬가지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와 관련한 기사로 아침신문 지면이 채워졌다. 7일, 23명의 메르스 감염이 추가로 확인된 데 이어 8일 8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 전체 환자 수는 95명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2위 발병국가가 됐다.

‘민폐시민’ 프레임으로 메르스 책임 물타기?

동아일보는 <격리 무시 민폐시민 속출... “정부탓 전에 지킬 건 지켜야”- 시민 비협조가 불안 키운다>기사를 통해 이른바 ‘민폐시민’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가 기사에서 지적한 ‘민폐시민’의 유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메르스 환자이거나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을 거친 환자가 이 사실을 숨기는 경우다. 두번째는 자가격리를 지키기 않고 해외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다. 동아일보는 이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사회적 불안감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또 “정부가 모든 걸 감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증세가 있으면 환자 스스로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부천 주민 김모씨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도 <“그 병원 간적 없다” 환자 허위진술이 일 키워- 70여명 ‘날벼락 격리’부른 후천적 보건의식>기사를 내보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을 숨기고 건대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의료계에선 메르스 확산 저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환자와 보호자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국민들 스스로 협조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가 병 이력을 숨기고 다른 병원에서 진찰을 받게 된 점, 자가격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환자 관리소홀에서 빚어진 문제다. 두 신문이 ‘민폐시민’, ‘후진적 보건의식’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소수의 사례를 부각시키는 것은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물타기 전략’과 다르지 않다.

   
▲ 9일 동아일보 기사.
 

초동 대응 잘못했지만 실패는 아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지난 8일 국회 메르스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논리가 이랬다. 문형표 장관은 “환자를 늦게 파악한 점과 파악하고 나서 관리망을 협소하게 짠 것이 메르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형표 장관은 “방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실패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경향신문은 “(문형표 장관이) 정부의 실패라는 단어는 집요하게 피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문형표 장관의 발언을 두고 <“초동 대응은 잘못했지만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는 문형표>로 기사 표제를 뽑기도했다.

대정부질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환자 발생 6일 만에 첫 대면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주무장관이 이러니 현장에서 뒷북대응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6일 만에 이뤄진 대면보고도 제대로 된 대면보고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문 장관의 지난달 26일 대면보고도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메르스 현황을 위한 별도의 대면보고로 볼 수 없다”면서 “결국 지금껏 문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개별적으로 대면보고를 한 적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9일 조선일보 기사.
 

컨트롤타워가 무려 4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지휘, 대응체계가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메르스 대응 기구는 ‘중앙 메르스관리대책본부’, ‘범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 중앙대책본부 산하 ‘민관 종합대응TF’ 등 3곳이다. 여기에 청와대는 8일 전문가들로 ‘즉각 대응팀’을 꾸렸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컨트롤타워 난립에 관해 “대통령이나 총리 직무대행이 사실상 지휘를 하는데도 청와대나 총리실은 공식적인 컨트롤 타워 맡기를 꺼리고 있다”면서 “(대응팀들이) 직계도 복잡할 뿐 아니라 업무기능, 권한이 중복되거나 분산돼, 관계부처 직원들조차 정확한 위상과 기능을 딱 잘라 말하기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전문가에게 전권 준다고 사령탑 부재 해결될까> 사설을 통해 “범국가적 총력태세가 갖춰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메르스 대응을 총괄하는 정부 내 사령탑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총리든 부총리든 또는 장관이든 누군가에겐 분명하게 지휘권을 주고 대통령은 바로 그 뒤에 그림자처럼 버티고 서서 수시로 직보를 받으면서 신속한 지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대는 괜찮다더니?

정부는 그간 메르스의 아동, 청소년 감염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 8일 10대 메르스 감염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정부의 주장을 믿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그간 정부가 내놓은 전망들이 연이어 틀렸기 때문이다. 사태 초기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정부 브리핑에서 “메르스의 전염력이 대단히 낮다”고 했지만 첫 확진자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와 확진자의 가족이 줄줄이 감염됐다. 지난달 26일 질병관리본부는 “3차 감염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며 목표를 이뤄내고 있다”고 했지만 지난 1일 3차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메르스 사태 발생 뒤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한 낙관적 전망에 무게를 실어왔지만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면서 “이제라도 지역 감염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대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10대 확진환자에 대해 교육부와 보건당국이 제대로 공조를 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는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에 대해 “5월 27일 이후 계속 해당 병원에 격리된 상태에서 동 학생으로 인한 다른 학생에 대한 전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일보는 “학교 학생들이 문병을 온 적이 있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학교가 어딘지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3일 보건복지부는 학생과 교사 격리자가 300명 가량이라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교육부는 32명이라고 밝혀 혼선을 빚은 바 있다”고 썼다.

   
▲ 9일 경향신문 기사.
 

메르스 공화국 낳은 삼성공화국

경향신문은 보건당국의 삼성서울병원 특별대우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병원 측은 5월 30일 의료진과 환자 등 893명을 격리조치했다고 밝혔으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격리대상자는 6월2일 791명, 6월3일 1364명이었다”면서 “삼성병원측 격리대상자를 제외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의 유착 의혹은 어물쩍 넘긴 일이 아니다”라며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경향은 또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의 기고를 통해 현재까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6곳 중 5곳에서 환자와 방문자가 격리됐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예외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우석균 위원장은 “삼성병원 의사인 이른바 35번 환자가 31일 오전까지 회진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밝혔다”면서 “삼성공화국이 이제 메르스 공화국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르스, 황교안 돕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부실 청문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교안 후보자가 청문회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교묘한 발언으로 의혹을 피해 가도, 불성실한 답변으로 진실을 은폐해도 추궁할 자료가 없으니 검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황교안 후보자는 병역 기피의혹에 관해 “신검을 받을 때 저희가 어려운 집안이고 배경 없는 집안이라 특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교안 후보자는 두드러기 증세로 군 면제를 받았는데도 병역 기피 의혹을 해소할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두드러기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 9일 동아일보 사설.
 

 황교안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도 “결과적으로 법조계가 좁다”며 교묘히 피해갔다. 황교안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19건의 사건에 대해 법조윤리위원회가 수임내역을 삭제한 자료를 제출해 청문회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 역시 가족 간 금융거래 기록 등이 제출되지 않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황교안 후보자는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세법을 잘 몰라서 납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황교안 후보자의 태도는 동아일보도 문제 삼았다. 동아일보는 <황 총리후보자 청문회서 밝히겠다는 다짐 빈말이었나> 사설에서 “전관예우 문제에서 당당하다면 왜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지 납득이 어렵다”, “(병역면제를) 뒷받침할 증빙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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