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또 논란이다. ‘막말’ ‘왜곡’방송은 일상이 됐고 ‘조작’방송도 행한다. ‘MBN X파일’이 유출되면서 불법적인 광고영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종편 이행실적 평가결과는 참담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방통위 내부에서도 나온다. 방통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고삼석 위원을 만나 대응방안을 물었다.

“MBN 영업일지 조사결과 6월 공개, 다른 종편도 조사할 것”

MBN X파일로 불리는 광고영업일지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영업일지에는 MBN미디어렙이 특정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고 MBN에 해당 기업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게 하는 등 불법적인 광고영업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종편 재허가가 취소될만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파일은 선데이저널이 ‘구글링’을 해서 찾은 파일이다.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자체를 ‘증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제대로 열릴지는 방통위의 조사에 달려있다. 고삼석 위원은 “지난 3월부터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MBN미디어렙과 MBN에 방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관계자 면담조사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은 MBN 미디어렙이 프로그램의 기획, 제작, 편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라며 “이달 중으로 조사결과가 위원들에게 보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사가 3개월 동안 지속되는 점 역시 수상하다는 지적이 있다. 고삼석 위원은 “방통위는 통신사에 대한 강제적인 조사권한은 있지만 방송사를 강제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법 테두리 내에서 열심히 조사를 했다고 본다. 지난달 중간보고를 받았는데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방송시장조사 인력 뿐 아니라 통신시장조사 인력들까지 투입해 보완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MBN의 광고영업문제는 종편 전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종편 모두 광고영업을 대행하는 미디어렙을 각 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불법행위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5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TV조선과 채널A에도 유사한 광고영업 관행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삼석 위원은 “TV조선과 채널A도 조사를 할 것이다. 지난 5월 TV조선과 채널A 광고영업행태에 대한 조사 팀을 꾸렸고, 현재 법률적인 검토 및 기초적인 자료조사를 하고 있다. MBN 조사를 마친 다음 이들 종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 사진=금준경 기자.
 

“종편 문제, 여야위원 모두 공감”

지난 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종편 이행실적 점검 결과는 종편4사 모두 낙제점이었다. 막말·편파방송이 되레 늘었다. 자신들이 제시한 콘텐츠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행한 종편은 한 곳도 없었다. TV조선과 채널A는 보도프로그램을 과다하게 편성했고, MBN과 JTBC는 재방송 비율이 필요 이상으로 높았다.

고삼석 위원은 “종편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심의조치수보다 심의건수 기준으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TV조선은 100건의 심의를 받았고, 채널A는 71건의 심의를 받았다. 모두 전년 대비 2배 이상 심의건수가 늘었으며 이는 종편4사 심의의 7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삼석 위원은 “종편의 과다한 보도편성 문제와 자극적인 방송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우려는 여야 방통위 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대책 마련을 위한 ‘방송평가 개선 자문단’을 출범시킨 것이 공감의 결과인 셈이다. 고삼석 위원은 “자문단은 종편의 막말, 편파방송 문제에 대한 방통위 차원의 대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문단은 매체별로 특화된 평가지표를 만들고, 방송평가 항목과 세부기준을 합리화하는 등 방송평가제도 개선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편의 대한 우려가 야당 위원 뿐 아니라 여당위원, 방통위원장까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지난 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종편이 다양한 장르를 조화롭게 편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원들이 이견이 없다”고 밝혔으며 “실효성 있는 수단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 MBN의 경우 2015년 하반기부터 이행실적 점검 예정.
 

“결합상품 처벌 시작, 가이드라인 마련할 것”

최근 방통위가 결합상품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결합상품 문제는 방송업계에 진출한 통신3사가 자사 IPTV를 인터넷이나 모바일 상품에 묶어 팔면서 문제가 됐다. 방송이 통신에 엮인 ‘공짜상품’이 되면서 방송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저가경쟁구조가 고착화돼 업계 전반의 피해로 돌아온 것이다.

고삼석 위원은 “결합상품은 방송상품 공짜 마케팅에서 보듯 대부분이 방송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서 “통신의 지배력 유지 혹은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방송상품을 헐값에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위원은 “방통위는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1단계는 허위과장광고 근절을 목표로 제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방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결합상품 허위광고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방통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각각 과징금 3억5천만 원을 부과했다.

다음단계는 제도개선이다. 고삼석 위원은 “현재 방통위는 ‘결합상품 제도개선TF’를 운영 중이다. TF가 결합상품 고시를 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불법행위를 처벌하고, 장기적으로는 제도적인 보완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 통신 대리점. ⓒ연합뉴스
 

결합상품 문제 해결이 요금인상이나 서비스 혜택 감소로 이어져 이용자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삼석 위원은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혜택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면서 공정경쟁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지금의 결합상품 구조는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많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방송과 통신시장 모두에 지속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려 최종적으로 이용자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방통위 정책, 답 내놓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어”

그간 방통위가 방송의 공적 영역을 확고히 하기 보다는 사업자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수차례 제기됐다. 고삼석 위원은 “이 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은 우리 정책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삼석 위원은 “무료보편적 서비스로서 지상파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삼석 위원은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는 올해 하반기 내에 로드맵을 낼 예정이다. 주파수 문제도 조속히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간 지상파의 위기 이유, 해법에 대한 수 많은 논의가 나왔는데,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검토하는 연구를 연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합시청률(통합시청점유율) 시범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 역시 업계 이해관계 탓에 방통위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통합시청률은 TV로만 시청률을 측정하는 기존의 방식을 PC, 모바일, IPTV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2월 중으로 시범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 프로그램별 VOD 시청현황(시청시간).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재가공
 

고삼석 위원은 “아직 데이터검증이 충분하지 않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공개하게 되면 불필요한 논란은 물론, 새로운 제도 도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한차례 더 시범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그때도 조사결과에 대한 세부내용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조사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보완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매체별, 플랫폼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충분한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도입하겠다는 이야기다.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VOD 시청률 집계현황을 보면 지상파에서는 MBC, 종합편성채널에서는 JTBC, 기타 케이블 채널에서는 CJEnM계열이 강세로 보여, 이 채널들의 순위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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