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계열사 코리아나호텔의 외벽에 광고물 부착이 금지된 공간에 영화 <연평해전>의 대형 광고포스터가 게시돼 당국이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세월호 천막이 서울시 광화문 광장 사용 조례를 위반했다고 비판했으나 정작 자신의 계열사는 광화문 한복판의 건물 외벽에 불법 광고물을 부착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5일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 건물의 광화문 방면 외벽 중 위쪽 ‘조선일보 chosun.com’이라 쓰인 간판과 아래쪽 ‘조선일보 전광판’ 사이에는 길이 방향으로 영화 <연평해전>의 대형 광고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건물 옥외 현수막의 경우 ‘현수막 게시틀’로 허가받은 설치대에만 걸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적발한 중구청은 5일 오전 현장조사를 마친 뒤 8~9일 중으로 철거명령 공문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담당자는 4일과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코리아나호텔의 현수막에 대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서울시관리조례 11조 ‘현수막의 표시방법’의 위반에 해당된다”며 “현수막 게시틀로 허가를 받고 해당 ‘게시틀’에만 설치해야 한다. 불법이다. 사전 설치 신청이나 문의도 안했으며 신청한다해도 설치허가를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붙은 영화 <연평해전> 광고포스터. 중구청은 이를 불법이라고 밝혔다. 사진=조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붙은 영화 <연평해전> 광고포스터. 중구청은 이를 불법이라고 밝혔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 담당자는 미디어오늘의 취재 문의를 받고서야 알게 됐으며, 아직 신고가 들어온 것이 없는 상태라면서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불법 광고물 부착에 대해 이 담당자는 위반시 철거명령이 내려지고, 철거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5일 오전에 담당자가 현장 확인했으며, 8~9일 중으로 철거명령 공문을 시행할 것”이라며 “공문전달 받은지 15일 내로 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시기까지 붙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 담당자는 “그 때문에 악용되는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연평해전 광고물 게재 비용과 관련해 양지혜 NEW 마케팅팀장은 5일 미디어오늘에 문자답변을 통해 “연평해전 대형 현수막 광고비는 대외비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 2년 전부터 영화 제작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조선일보가 별도의 후원이나 지원 및 공동투자는 하지 않았다고 양 팀장은 전했다.

연평해전 광고포스터가 불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양 팀장은 “연평해전 옥외광고물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단기 캠페인성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영화 홍보 관례적으로 그리고 광고계약에 따라 홍보물을 부착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붙은 영화 <연평해전> 광고포스터. 광화문광장에서 본 전경. 사진=조현호 기자
 

코리아나호텔측은 ‘(광고물) 임대 담당자가 휴무’라 광고 계약 및 불법성 문제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코리아나호텔 기획전산과의 한 직원은 “담당자가 휴무라 8일(월요일)에 돌아와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호국 보훈과 관련된 상업영화 홍보물을 자신의 계열사 건물에서 불법으로까지 부착한 것은 과거 조선일보가 세월호 유가족의 광화문광장 천막 농성이 불법이라고 비난한 행위와 배치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11일자 <세월호 유족 위한 광화문광장 천막, 不法 시위단체 농성장 됐다>라는 기사에서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현재 이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벌이는 천막 농성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며 “신고제로 운영되는 서울광장과는 달리 광화문광장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서울시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 등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게 서울시와 경찰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2011년 서울시 의회가 제정한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1·3·6조)는 ‘서울시장은 시민이 평화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광장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 ‘서울시장은 광화문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을 검토해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문화 활동 등이 아닌 정치적 집회와 시위는 모두 금지한다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코리아호텔 외벽의 '불법' 영화 광고포스터. 사진=조현호 기자
 

자식과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 등이 광장에서 쪽잠을 자며 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것에 대해 이런 법의 잣대를 들이댔지만 정작 자신의 계열사가 상업광고 불법부착을 하는 것에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남에게 관대해야 할 때는 엄격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불법에도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기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코리아나 호텔과 영화사 간 계약이라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필요할 경우 우리도 임대해서 (광고물을) 게시한다”고 답했다.

9개월 전 광화문 광장 세월호 천막을 불법이라고 비판한 반면, 현재 자신의 계열사 건물의 불법행위에 눈을 감는 것은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기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개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벽면에서 일어난 일로 우리가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4년 9월 11일자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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