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요 일간지가 1면에서 3차 감염자 발생을 전하면서 정부를 비판한 가운데,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태에 관심이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관심은 메르스가 아닌 개정 국회법에 있는 것일까. 청와대와 정치권은 메르스 확산에 대응보다 개정 국회법을 두고 이전투구다. 특히 주류 친박계의 유승민 원내대표 흔들기가 점입가경이다.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김 위원장은 ‘친노 패권주의’ 논란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비전을 따를 수 있지만, 이것이 기득권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만일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득권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는 해당행위”이라고 규정했다. 

서울신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인터뷰했다. 오 전 시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은 3일자 주요 일간지 머리기사 모음.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경향신문 <메르스 사망·3차 감염… ‘믿을 수 없는’ 정부>
국민일보 <결국 3차 감염… 정부 무능이 더 무섭다>
동아일보 <3차감염까지… 방심 뚫은 메르스>
서울신문 <3차 감염 없다더니… 손 못 쓰는 메르스>
세계일보 <급기야 휴교 사태… 메르스 공포 강타>
조선일보 <무너진 ‘메르스 방역’… 3차 감염자도 발생>
중앙일보 <메르스, 수도권 밖으로 나가다>
한겨레 <3차 감염까지 발생… ‘메르스 불안’ 키우는 무능 정부>
한국일보 <3차 감염까지… 메르스 ‘대란’ 조짐>

메르스에 무너진 정부
박근혜, 메르스 상황 파악도 못해

나라가 초비상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 2명이 사망했다. 3차 감염자도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나온 뒤 13일 만이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5명이며 이 가운데 2명은 3차 감염자다. 격리 대상자는 756명으로 불어났다. 더 확산될 태세다.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언론은 무능한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뒤늦게 격리관찰자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명단도 의료계와 공유하기로 했지만, 확산되고 있는 감염병을 정부가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정부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 환자 접촉자 조회시스템’을 각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며 “일이 터진 뒤에야 뒤늦게 대책을 내놓는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3일자 1면.
 

세계일보도 “복지부는 최초 감염자가 메르스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는데도 초기에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첫 메르스 확진환자를 진료한 대학병원에서 ‘메르스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무시하고 진단 검사를 지연시키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청와대는 지난 2일 메르스로 사망자 2명이 발생하고 3차 감염이 확인된 뒤에야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논란 등) 정치적 갈등만 키운 채, 메르스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1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했다. 당시 이미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청와대의 정보 관리 수준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조선일보 “박근혜, 메르스 관심 없나”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의 무능을 질타했다. 조선은 사설 <‘메르스 非常사태’ 대통령은 어디 갔나>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을 뿐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현장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대통령은 사망자가 2명 나온 2일에도 오래전에 예정된 창조경제센터 개소식을 위해 여수를 방문했다. 비상 상황이 닥쳤는데도 평상시 잡아놓은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국회법 개정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국회와 힘겨루기 싸움에 치중하는 인상을 주었다”고 꼬집었다. 

   
▲ 조선일보 3일자 사설.
 

조선은 “메르스 창궐 사태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중대 현안”이라며 “대통령이 국민 생명과 국가 위신(威信)이 걸린 사안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메르스 사태는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가 나라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대재앙(大災殃)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환자‧격리대상자, 죄의식 없나”

조선은 박 대통령은 비판하면서 아래 사설 <메르스 ‘국제 민폐’가 된 한국인들의 무책임 행태>에서는 메르스 사태의 일부 피해자들을 ‘민폐’라고 칭하고, 개인의 탓으로 문제 원인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실었다. ‘정부도 문제인데 안전 의식 없는 시민도 문제’라는 양비론적 관점이다. 

조선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회사원 K(44)씨가 탄 비행기에서 K씨 주변에 앉아 격리 대상에 오른 한국인이 다시 홍콩에 들어가려다 적발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 된 1차 책임은 허술한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 당국에 있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 위험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앞에 두고서도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개인들의 책임도 가벼울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선은 “첫 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68)는 메르스 창궐 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사실을 의료진에게 숨겼다”며 “1일까지 격리 관찰 대상자 682명 가운데 자기 집이 아닌 국가 격리 시설에 들어가겠다고 한 사람은 단 4명뿐”이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3일자 사설.
 

조선은 “우리 사회에는 법과 규칙은 ‘내가 아니라 남이 지키는 것’이란 인식이 너무 널리, 너무 심각하게 퍼져 있다”며 “시민들의 작은 일탈을 눈감아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규칙과 질서를 어기는 사람들이 오히려 고개를 들고 큰소리치는 것도 일상사가 됐다”고 밝혔다. 

조선은 “메르스 환자와 격리 대상자 일부가 보인 행태와 거짓말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죄의식조차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또 “전염병이 삽시간에 국경(國境)을 넘는 시대”라며 “정부의 능력도 문제지만, 우리 시민 의식으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 손으로 입도 가리지 않은 채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은 “당장 우리 시민의식이 높아질 수 없다면 홍콩처럼 전염병 의심자를 강제 격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신고 누락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태로 사회 전반에 퍼진 무책임 의식이 결국 각 개인을 위협하게 된다는 당연한 결과를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친박’과 청와대, 유승민 죽이기

국민들은 메르스 공포가 벌벌 떨고 있지만 정치권, 특히 주류 친박계의 관심은 ‘유승민 흔들기’에 쏠려 있다. 이들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권한 강화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을 도마 위에 올렸다. 국회법 개정을 강하게 비판한 박 대통령에 편승해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흔들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했던 우리당 의원들도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후회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의 진솔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며 “순진한 협상이었고 (야당에) 밀려도 너무 밀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친박계 의원들은 주축 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제정부 법제처장을 초청해 개정 국회법의 위헌성 등을 지적했다. 제 처장은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고, 김태흠, 이정우 등 친박계 새누리 의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 세계일보 3일자 5면.
 

청와대는 역시 여전히 불편한 모습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을 진행할 때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은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새누리당은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당정이 국정 현안을 놓고 조율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에 대해 “사실상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당‧정‧청 소통 중단 위기까지 거론하며 태도 변화나 거취 정리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당이 공격하면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새누리당이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여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를 근거로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도 내다봤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 나중에 내 입장을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라며 침묵을 지켰다. 경향신문은 “온 국민들이 걱정하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나 당국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이들(친박계) 사이에서 들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상곤 새정치 혁신위원장 “노무현을 기득권 활용해선 안돼”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새정치의 명운을 쥔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김 위원장은 ‘친노 패권주의’ 논란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비전을 따를 수 있지만, 이것이 기득권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만일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득권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는 해당행위”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공천 기준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호남 민심을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 “호남 민심을 주관적으로,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건 곤란하다”며 “당내 분란을 자아낼 뿐 아니라, 유권자·국민들의 (진짜) 생각을 놓칠 수 있다. 누구든 호남 민심을 이기적으로, 자의적으로 활용하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 3일자 6면.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이 일반 시민들이나 서민들에게 정말로 큰 실망과 좌절을 주고 있다”며 “대표나 최고위원들도 물론 그것을 느끼고 있고, 위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민이나 당원이 느끼는 그대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가 주장한 ‘4선 이상 용퇴, 현역 교체율 40%’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그런 식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에 따른 내부 불만에 대한 중앙일보 기자 질문에 “저항과 비판은 당연히 따른다”며 “그것을 어떻게 통합할지가 혁신의 요체다. 혁신은 단순한 변화와 개혁이 아니라 통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오세훈 “종로나 비례대표로 내년 총선 출마 고려”

서울신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인터뷰를 했다. 오 전 시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종로도 선택지 중에 한 가지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이 인터뷰에서 “다수의 당협위원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의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도 공감대를 형성해서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으면 원점부터 지역구를 선택할지, 비례대표를 선택할지 오픈된 상태에서 당과 의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 노원병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오 전 시장은 “노원병에 출마하라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라는 취지의 주문”이라며 “정치인이 어떤 지역을 선택할 때는 그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판단의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 의원이 정치권에 들어와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민은 아직 안 의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그분이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행보가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고도 했다.

   
▲ 서울신문 3일자 5면.
 

오 전 시장은 야당의 무기력에 대해 “한쪽은 진보 원리주의에 가까운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또 한쪽은 지역을 정치 배경으로 갖고 있는 분들”이라며 “필요에 의해 한 당에서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나 분란은 상시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국회법 개정에 대해 “제가 행정을 5년 책임지고 해봐서 그런지, 행정부 쪽 입장이 되는 것 같다”며 “개정안 문구를 보면 행정부의 구체적인 집행 행위에 대해서 하나하나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유보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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