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이야기는 최대한 단순화시킨다. 같은 상황에 출연배우, 장소만 바꿔 새로운 ‘상품’으로 거듭난다. 종합편성채널의 뉴스·시사프로그램도 포르노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재가 ‘성’에서 ‘정치’로 바뀌었을 뿐이다. 

심영섭 한국외대 박사는 지난달 30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종합편성채널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을 언급하며 “포르노의 연출과 상품생산방식을 활용한 정치포르노그래피(이하 정치포르노)”라고 설명했다.

종편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은 주로 정치현안에 관한 주제를 놓고 같은 화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패널들이 대담을 하는 형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을 향한 비판적인 내용이 주다. 사건의 원인이나 의미를 짚기 보다는 단순한 대립구도로 만들고 자극적으로 재구성한다. 여기에 패널들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막말을 한다. 이들의 막말, 왜곡방송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심영섭 박사는 정치포르노의 특성에 관해 “정치현상의 원인과 과정을 생략하고 포르노의 제작방식처럼 정치의 일부분이나 연출된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거나 강조함으로써 정치쟁점을 이슈화하고 사회적 의제를 만든다”고 밝혔다.

심영섭 박사는 또 “뉴스의 초점을 특정인에게 집중시키면서 ‘미디어스타’를 만들고, 스캔들에 초점을 맞춘다”면서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를 등장시켜 개인적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말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최근 채널A와 TV조선 등의 뉴스·시사프로그램에선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나 노건호씨의 언행을 자극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전문성 없는 패널들이 대담을 이어갔다.

   
▲ 채널A '김부장의 뉴스통' 5월 6일자 방송 화면. 화면 속 사진은 2003년 농민시위 모습이다.
 

심영섭 박사는 ‘정치 포르노’의 예로 지난 5월 6일 방영된 채널A의 ‘김부장의 시사통’을 꼽았다. 그는 “언론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침몰과정에서의 정부의 무능한 대응, 후속조치 등의 문제를 밝히기 보다는 이를 감추거나, 꼬리자르기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김부장의 뉴스통에서 ‘단독입수’자막을 넣어서 내보낸 세월호 추모집회 관련 시위대의 경찰폭행보도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당시 방송에 등장한 세월호 시위대의 경찰 폭행장면은 세월호 집회와 관련 없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조선일보 사진, 2003년 농민집회에서 오마이뉴스가 찍은 사진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정치 포르노’가 양산되는 원인은 종편의 저비용 제작구조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심영섭 박사는 “언론이 탐사보도나 기획기사를 제작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꾸준한 소비를 얻기 위해 정치포르노를 채택한다”면서 “정파저널리즘의 역할을 수행하려 하지만 생산수단, 노동력, 재원이 제한적일 때 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것도 정치 포르노가 나오게 된 원인 중 하나겠지만 이 같은 보도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과 매체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등 다른 효과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5·18 민주화운동 왜곡으로 논란이 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윤여광 경희대 박사는 종합편성채널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을 “시청자를 위한 맞춤형 아부 저널리즘”이라고 말했다. 막장드라마처럼 자극적인 정치보도에 대한 소비가 있으니 공급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윤여광 박사는 “종편의 정치 포르노는 시청자가 동조하고 있다”면서 “종편에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해 주니 정치적인 효능감이 생기고 대리만족이 된다. 일종의 팬덤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 포르노’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담형식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은 종편 뿐 아니라 보도PP에서도 방영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패널들 역시 보도PP에 출연하고 있다. 심영섭 박사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매체를 복합경영하는 미디어기업에서 정치 포르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신문기업이나 방송기업에서도 차츰 증가하는 추세”라며 “미디어계에서 저질포르노방식의 뉴스제작이 정규적인 형식이자 주도적인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결국 저널리즘의 품질을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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