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부임한지 2년이 지났다. ‘우려’와 ‘기대’ 속에서 보낸 2년이다. JTBC의 보도는 높게 평가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노력이 삼성과 족벌언론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손석희 사장은 지난달 30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JTBC 뉴스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2013년 9월 시작한 ‘뉴스9’과 지난해 개편한 ‘뉴스룸’에 이어 한차례 더 메인뉴스를 개편할 것이라고 ‘깜짝발표’도 했다.

JTBC 메인뉴스는 오는 7월 개편을 통해 이용자 참여형 뉴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손석희 사장은 “과거 대중이 단순한 ‘뷰어(viewer)’였다면 ‘유저(user)’가 되고 이제 뉴스를 생산하는 ‘센더(sender)’가 됐다”면서 “7월 뉴스룸을 개편할 예정인데 뉴스생산자로서 대중들을 뉴스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석희 사장은 또 JTBC 뉴스가 ‘어렵다’ ‘각 잡고 봐야 한다’ ‘누워서 편하게 보지 못한다’ ‘강의나 훈시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서 “개편을 하면 누워서 볼 수 있는 코너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사장은 JTBC뉴스의 기조 중 ‘품위’가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JTBC 뉴스는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표방하고 있다. 손석희 사장은 “JTBC에 온 후 처음 열린 부장단회의에서 어느 부장이 ‘뉴스를 전달하는 데 평소 소신이 뭐냐’고 물어서 사실, 공정, 균형, 품위라고 답했다”면서 “다른 것들은 흔히 나오는 이야기고, 품위가 이색적인데 애드립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석희 사장은 “품위라는 표현이 왜 떠올랐는지 생각해보면 당시 탄생한 방송들의 보도행태가 품위와는 거리가 멀어서 우리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품위’있는 뉴스가 시청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끝까지 ‘품위’를 지키겠다고 손석희 사장은 밝혔다. 그는 “품위를 지키려다 보니 제작진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청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JTBC의 낮 시사프로그램 모두 시청률에서 고전하고 있다. 낮에 목욕탕이나 사우나, 구멍가게 가면 JTBC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보도프로그램에 아무나 출연시켜서 안 되고 아무 이야기나 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성 없는 패널을 출연시켜 자극적인 내용의 정치대담을 하는 다른 종편과는 차별성을 갖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손석희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표방하는 뉴스를 설명하면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가 누구인지, 대통령이 무슨 가방을 들고 나왔는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어느날 다른 종편을 봤는데 뉴스에서 문화부 차장까지 출연해 대통령의 가방에 대해 설명을 했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JTBC뉴스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삼성언론으로서 갖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언론노조 김춘효 박사는 “손석희 사장은 삼성 미디어제국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석희 사장은 “시장통제 속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언론을 만든다는 게 가능한지 아직은 답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서 “2년이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짧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겨우 구색은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석희가 JTBC를 떠난다면 보도가 급격히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손석희 사장은 “훗날 JTBC를 떠난다고 해서 뉴스가 급격하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구성원들이 품위를 비롯한 우리 뉴스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TBC의 논조는 중앙일보와 다르다. 중앙일보가 보수성향인 반면 JTBC는 진보성향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논조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손석희 사장은 논조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MBC에 있을 때도 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때도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논조가 달랐던 적이 있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한 논조 차이로 인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없다”고 덧붙였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지난 29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현재 JTBC뉴스의 시청률은 종합편성채널 중에서도 하위권이지만 손석희 사장은 통합시청률이 도입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석희 사장은 “하루에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JTBC뉴스를 보는 사람이 25만~30만명”이라며 “지난 주에는 지상파3사를 합친 것보다 조회수가 높았다”고 말했다. 현재 JTBC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와 아프리카TV를 통해 메인뉴스를 생중계한다.

손석희 사장은 “플랫폼을 허문 결과 정작 TV방송시청률이 낮다는 점이 고민거리지만 통합시청률이 실시되면 우리가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시청률은 TV외에 PC, 모바일, VOD 등을 종합해 시청률을 측정하는 방식을 말하며, 현재 도입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시범조사 중이다.

이날 손석희 사장은 ‘아젠다 키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젠다 세팅(의제설정)’만큼 그 의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손석희 사장은 “보통은 하나의 이슈가 있으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1달이 지나면 소멸된다. JTBC는 200일동안 세월호 참사를 메인뉴스에서 다뤘다. 4대강 역시 반년 가까이 다뤘다. 의제를 설정하는 것 못지 않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도윤리 논란을 일으켰던 성완종 녹취록 보도에 대해 손석희 사장은 “보도 이후 열흘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내 결정이 아니라는 말이 있던데, 최종판단은 내가 내렸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많겠지만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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