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권력을 내려놓았다. 양대 포털이 제휴매체 심사, 어뷰징 관리와 퇴출 권한을 제3의 독립기구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 권력이 이용자가 아닌 업계에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당장은 밥그릇 싸움이 예상된다. 신문과 방송,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 매체와 매체, 협회와 협회 사이의 이전투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국에는 조중동 등 기득권언론이 진입장벽을 높여 뉴스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 공동의 뉴스 제휴 평가기구인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유관단체들이 주축이 돼 6월부터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연말까지 평가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평가위원회의 역할은 세 가지로 나뉜다. △과도한 어뷰징 기사 및 사이비 언론 행위에 대한 기준 마련 △신규 언론사 제휴 심사 △기존 제휴 언론사 계약해지 여부 판단 등이다.

   
▲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제휴 설명회를 열었다. 임선영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왼쪽), 유봉석 네이버미디어센터 이사. 사진=금준경 기자
 

포털이 뉴스권력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2006년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이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을 봐야 한다”는 발언을 한 이후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에는 포털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기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기계적 중립 보도를 하는 통신사를 편애하기 시작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의혹제기를 외면하고 양시양비론적 보도를 쏟아낸 것이다. ‘어뷰징’에 대한 이중잣대도 논란이 됐다. 네이버는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 민중의소리를 퇴출시키면서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와는 제휴를 끊지 않아 대형언론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포털이 내려놓은 권력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포털에게 온라인 뉴스유통의 주도권을 뺏겼던 대형언론이 뉴스유통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봉석 네이버미디어센터 이사에 따르면 양대 포털은 지난 2~3주 동안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학회 등과 사전논의를 진행했다. 이들 단체가 사실상 주축이 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조중동 등 주류 종이신문이 평가위원회의 최대지분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협회는 조중동이 주축이며 종합일간지들이 소속 돼 있다. 온라인신문협회는 조중동을 비롯한 종이신문의 ‘닷컴’사가 소속 돼 있다. 임선영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은 “언론재단과 언론학회 등 중립적인 기관이 포함 돼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들이 중립을 지킬지도 의문이다. 언론진흥재단은 방송보다는 신문쪽에 방점이 찍힌 기관이다. 종이신문, 특히 조중동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미친다. 엄호동 부국장은 “언론재단이 특정 언론으로부터 자유로울지 의문이고, 언론학회 소속 학자들 또한 주류 매체로부터 비판받을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소신발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염려했다.

   
▲ 29일자 동아일보 보도.
 
   
▲ 29일자 매일경제 사설.
 

거대 종이신문 위주로 위원회가 꾸려지면 포털제휴매체의 진입장벽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종이신문의 보도양상을 보면 우려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은 29일 지면에서 ‘사이비 언론’을 타깃으로 삼았다. ‘사이비언론’은 기업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 보도를 한 다음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는 언론을 말한다. 대형 주류매체가 바라는 포털뉴스 개편 방향을 암시한 셈이다.

동아일보는 “사이비 언론들은 네이버 또는 다음에 노출된 악의적 기사를 삭제해 주는 조건으로 기업들로부터 광고나 협찬을 뜯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면서 “광고주 86.4%가 사이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통계를 언급하며 “사이비 언론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출한 광고비 피해를 총 광고 예산의 10.2%”라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신문법을 고쳐 기자 50명 혹은 100명 이상으로 (언론의 기준을) 강화해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비언론 퇴출은 이들 대형 종이신문에 실질적인 득이 된다. 난립하는 매체 탓에 분산된 광고시장을 주류언론에 집중시키고, 나아가 여론 영향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유통망이 비약한 군소매체들이 그간 주류언론과 경쟁할 수 있었던 기반을 포털이 만들었다”면서 “주류언론들이 유통망을 다시 찾아오면 광고와 여론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되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협박성 광고영업 관행은 주류언론 역시 자유롭지 않다. 어뷰징도 이들 언론이 많이 한다. 조선, 동아, 매경이 군소언론을 향해 ‘사이비언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뻔뻔스럽다”고 말했다.

당장은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예상된다. 물론 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는 신중하다. 아직까지 위원회 참여여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그간 주류 종이신문을 중심으로 한 신문협회가 뉴스가치산정을 포함한 포털과 협상을 주도했는데, 위원회에 들어가게 되면 ‘많은 단체 중 하나’가 된다. 그래서 신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문협회가 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을 확률은 낮다. 당장 ‘사이비언론 퇴치’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은 신경전 단계인 셈이다.

위원회 최대 지분을 주류종이신문(신문협회)과 그 계열사(온라인신문협회)가 갖는다면 두번째 자리는 인터넷언론 중 입지를 구축한 언론(인터넷신문협회)이 가질 수 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양대 포털이 위원회 설립을 발표한 당일 ‘적극 환영’의사를 밝혔다. 주류 언론에 영향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위원회를 통해 지분을 얻는 것만으로도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뉴스개편과 관련한 토론회도 인터넷신문협회가 주도했다”면서 “인터넷신문협회가 바라던 바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위원회에 방송이 가세할 수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주축인 방송협회는 “위원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양대 포털에 밝혔지만 회원사와는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 등 일부 회원사가 포털 뉴스전략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추후에 참여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 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방송협회가 왜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신문이 과잉대표될 우려가 있다. 앞으로 방송협회가 회원사와 논의를 거쳐 참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진순 기자는 “언론이익단체 중심의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실효성 있는 사이비언론이나 어뷰징언론 퇴치를 하기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위원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엄호동 부국장은 “민간에 제2의 방통위가 세워지는 격”이라며 “한쪽 위원이 더 많은 방통위가 종편 등 방송의 재허가권을 쥐고 거침없이 일을 진행하듯, 특정 언론이 포털뉴스 진입권한을 쥐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한 위원회 구성에 정작 소비자단체, 시민단체가 없다는 점도 의문이다. 최진주 한국일보 기자는 “문제는 소비자의 입장이 너무 고려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포털과 언론의 관계에서만 보고 내놓은 대안 같다”고 지적했다.

포털이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예상하지 못했다면 순진했거나, 아니면 ‘계륵’같은 뉴스권력을 떨쳐내는 게 본래 목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 중견 온라인편집기자는 “포털이 자기반성이 없다. 사이비 언론사의 제휴를 확대한 주체는 포털인데, 정작 퇴출은 언론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게 아니라면 포털이 위원회 도입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가 본래부터 뉴스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아니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특정 단체에 압력을 받아 포털뉴스 통제권한을 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 이익단체들은 공동의 목표가 뚜렷하더라도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다. 이를 잘 아는 포털 양사가 언론이익단체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저널리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건 대단히 비상식적이다.” 최진순 기자의 말이다.

기자회견 당일 유봉석 이사는 시민사회단체를 위원회에 참여시켜야 하지 않냐는 한 기자의 물음에 “준비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포털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여겨선 곤란하다. 위원회를 만드는 게 목적이어선 안 된다.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수언론이 독점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놓는 게 우선돼야 한다. 그 후에 포털이 뉴스권력을 내려놓아도 늦지 않다. 정연우 교수는 “힘 없는 소수 언론의 목소리,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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