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가 법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노인 연령을 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공론화하기로 돌연 결정한 것에 대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심 대한노인회장이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어려움을 나서서 해결해주자는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정부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사단법인인 대한노인회의 예산 대부분을 정부의 국고보조금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미디어오늘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학박사)으로부터 입수한 대한노인회의 지난 2013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대한노인회와 그 소속기관 노인지원자원봉사센터, 취업지원센터에 연간 129억9535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보조금 수익은 전년도(118억5996만 원)에 비해 10억 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대한노인회에 들어간 국고보조금 총액은 142억 원(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79억 원, 대한노인회 노인지원자원봉사센터 44억 원, 대한노인회 사무처지원 16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의 경우 인건비 인상으로 잡혀있는 예산만 해도 148~150억 원에 달한다고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28일 밝혔다.

지난 2013년 대한노인회 손익계산서에 담긴 세부적인 국고보조금 수입(보조금 수익) 현황을 보면, 대한노인회 사무처의 보조금 수익 10억 원, 대한노인회 민간단체지원 국고보조금 4억 원, 노인회의 노인지원자원봉사센터 국고보조금 37억1600만 원, 취업지원센터 국고보조금 79억2500만 원을 각각 수령받은 것으로 돼 있다.

대한노인회의 2013년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있는 손익계산서의 수입총액은 143억7518만 원이다. 이 가운데 국고보조금 수익이 129억9535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입의 국고보조금 비율은 90.4%에 이른다. 국고보조금 외 수익은 후원금 수익 10억9840만 원, 회비 수익 1524만 원, 이자수익 1944만 원, 잡수익 2억4687만 원 등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이심 대한노인회장과 지회장단이 지난달 23일 한 경로당을 방문했다. 사진=대한노인회
 

김용환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연령 연장 결의 배경과 관련해 “5년 전 이심 회장이 연령 상향 조정 목소리가 나왔을 때 절대 안된다고 신문기고도 했을 뿐 아니라 우리 역시 반대하다 보니 사람들이 대한노인회 눈치보느라고 연령 얘기는 일체 꺼내지도 못한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그랬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걸림돌이 되지 말자는 취지에서 이사회를 통해 공론화를 해보자고 했고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는 물꼬를 트고 우리가 잠갔던 빗장을 열겠다는 것이지, 반드시 70세로 늦추자거나 연령 연장에 우리가 찬성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우리 이사회에서는 70세의 7자로 꺼낸 적이 없다”며 “언론의 속성상 ‘빗장 걸어잠갔던 것을 풀었다고 하면 재미가 없으니 그렇게 보도한 것일 뿐이다. 다만 우리 결정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 <김상철의 세계는 우리는>에 출연해 “지난 7일 전국 이사회에서 전국 도단위 연합회장들이 여론조사까지 수렴해서 ‘노인들이 지금 이제 우리가 부양 받는 노인이 아니고 사회를 책임져야 되는 노인이 돼야 하는데 65세면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에 복지부분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그분들 나이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그러니 우리가 이걸 언젠가는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대한노인회에서 정책당국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좋겠다’고 해서 만장일치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한 “옛날에 노인이라고 그러면 대부분 다 구부러지고 노동능력도 없고 또 남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의 65세면 우리 한참 일할 수 있는 건강이어서 우리가 ‘일하는 노인을 만들어야겠다’,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 ‘조금 있으면 우리가 노인 1천만 명 시대를 대비해야 된다’, ‘정말 정부 입장에서는 이것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이 될 것 같아서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이 문제의 물꼬를 터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65세 이상의 기초생활수급자의 불이익과 관련해 이 회장은 “그렇게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보면 여러 문제가 나오지만 전체적 국민여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나라가 있어야 노인도 있고 노인복지정책도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 이 정책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노인들이 스스로 이 물꼬를 터준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KBS 인터뷰에서도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지, 복지혜택만 주는 나라를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한노인회가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운영비의 절대 다수를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노인회가 노인의 기본적인 이익을 침해하는 이런 입장을 낸 것은 정부 눈치를 보고 앞장서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심 대한노인회장. 사진=대한노인회 홈페이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의학박사)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한노인회가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복지부가 시켜서 이심 회장이 말한 것인지 단정적으로 애기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이라 해도 대한노인회가 나서서 어떻게 연령을 늦추라는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심 회장을 비롯한 대한노인회의 얘기는 5년 간 혜택을 줄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연금을 늦추려면 일자리를 통한 근로소득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하며, 노인의 건강이 유지돼야 근로 능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혜택부터 줄이라는 얘기부터 한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 그러니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건 정부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라며 “어떻게 우리 단체와 우리 회원의 혜택을 줄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대한노인회가 노인의 대표성을 가지는 기관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담당주무관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금이 이렇게 많은 것을 두고 “공익사업도 많이해서 지원되는 것으로 이익단체라 보기엔 좀 그렇긴 하다”라며 “국고로 많이 지원되는 면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센터와 취업지원센터도 있고, 웰다잉 사업도 많이 하고, 노인의 날 축제, 세대간 공감할 수 있는 사업 등을 하는 등 국가가 도와줘야 할 일을 많이 해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은 ‘130억 안팎 씩 매년 지원하는 것과 연령대 연장 공론화 결정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사전에 전혀 논의된 것은 없다”며 “이심 회장이 전반적인 것 고려해 노인회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노인권익을 해치는 결정이라는 지적에 대해 “2014년에 노인회가 벌인 60세 이상 노인 대상 실태조사에서 연령에 대한 인지가 평균 71~72세로 인지했다”며 “1979년도부터 노인회에 정부가 지원해 온 것으로 안다. 지회가 244개나 되고, 취업지원센터 운영하는데 대한노인회에서 하면 효과적이니 위탁을 줘온 것”이라고 답했다.

김용환 대한노인회 사무총장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정부 눈치 보느라 그런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난 공론화하기로 한 것이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금 세대별로 나누면 70세 이상은 국가를 위해 대한노인회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베이비부머 중심 세대는 (반대하느라) 난리가 나있고, 청년들 역시 ‘4대강 예산 줄여서 복지 늘려야지 왜 연령을 올리느냐’며 반대한다”며 “그런 점에서 연령 연장에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기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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