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게 전 세계 어느 문화권이나 남자들이 자기보다 약간 계층이 밑에 있는 여자들이랑 결혼하는 경우가 많게 돼요. 그래서 남자랑 여자를 놓고 보면 최상위층 여자가 결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최하위층 남자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동남아나 외국에서 신부를 데리고 오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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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정이 깨져버려요. 깨지면 어떻게 되냐면 거기서 낳은 아이들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데, 얘네들은 엄마가 키우기 때문에 한국말을 못해요. 여기가 굉장히 숫자가 늘고 있는데 여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큰 문제가 되고 있고, 이 관리가 상당히 많은 세금이 투여가 될지도 모르는데… 성매매 특별법 같이 엄격한 법이 없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안 했을 텐데 결혼을 외국 신부를 데려와서 하는 바람에 사회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지난 3월 26일 JTBC <썰전>에서 강용석 변호사가 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20일 방송소위원회 회의에서 ‘권고’조치만 내렸다. 방심위는 심의 규정 등의 위반 정도가 경미해 제재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책임자나 관계자에게 ‘권고’ 또는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다.

방심위는 지난 2월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여고생 간 키스 장면을 문제 삼아 ‘경고’처분을 내렸다. 경고 징계는 권고와 달리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 방송 편성 책임자와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주의 등과 함께 제재 조치의 수단이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는 “방심위는 반인권적 심의를 중단하라”며 논평을 발표했다. 민우회는 “여고생 키스 장면을 문제 삼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더니 또 다시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방심위의 인권의식에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썰전>에서는 강용석의 발언에 대해 다른 패널의 반론도 싣지 않았는데 방심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문화의 다양성 존중 조항만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JTBC <썰전>에서 ‘성매매특별법 위헌 소송 논란’을 주제로 다루던 중 강 변호사의 왜곡된 결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생각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강 변호사는 결혼이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든 남자들이 낮은 계층의 여자와 결혼한다며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렀다. 그럴 때 최하층 남자들이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성을 사기 어려워지자 외국인 여자들을 데려온다며 편협한 결혼관을 드러냈다. 

또한 해당 방송에서는 강 변호사가 가진 다문화에 대한 차별적 시선도 드러났다.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 때문에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여기에 많은 세금이 들어가 문제가 된다는 발언은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강 변호사는 지난 2010년 한 토론회에서 토론 패널 구성 방법에 대해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한 아나운서 지망생에게는 “다 줄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며 “모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성차별적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 지난 3월 26일 JTBC <썰전> 화면 갈무리
 
   
▲ 지난 3월 26일 JTBC <썰전> 화면 갈무리
 

민우회는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말로 내뱉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이 생각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명백히 차별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왜곡된 생각을 가지게 만들며 차별과 혐오가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심의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민우회는 “방심위는 여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엄중하게 따지면서도 이번 사안에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공정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인권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종편에 대한 방심위의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 지적받아왔다. 방심위의 종편 제재건수는 2012년 80건, 2013년 105건, 2014년 161건으로 해마다 늘었지만 여권 인사 중심의 방심위에서 ‘정치 심의’가 이뤄진다는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조폭사제단’”, “야권 정치는 김정일의 유훈정치” 등의 종편 출연자 발언이 모두 ‘문제없음’으로 결론 나거나 TV조선의 앵커가 기자를 상대로 “쓰레기”라고 한 것도 ‘권고’조치만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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