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회는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조치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이후 총 22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긴급구제’는 인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현행법상 인권위의 업무는 크게 인권침해 예방기능과 구제기능으로 구분할 수 있고 구제기능을 수행하는 활동 중 긴급구제신청이 있다. 

인권위법은 제48조(긴급구제)에서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대상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을 때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중지와 같은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 “여기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는 생명의 위협이나 건강악화 같이 다시 뒤로 돌려놓을 수 없는 일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병원을 옮기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병세가 악화될 수 있는데 인권위는 긴급구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명숙 활동가에 따르면 최근 인권위가 진정사건을 받아놓고 1년 이상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사진=민중의 소리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아달라는 긴급구제 신청이 기각되던 2013년 4월 4일 인권위에서는 인권위법에 배치되는 세부규칙에 대해 논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이날 ‘긴급구제 사건처리 절차와 기준’에 대해 비공개 안건으로 논의했다. 

이 세부절차와 기준은 긴급구제 사건을 ‘상임위에 상정하지 않는 경우’를 만들어 기초(현장)조사 과정에서 해결된 경우 조사 중 해결처리하고, 주요내용은 조사결과보고서 결재 후 상임위 등에 보고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긴급구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상은 긴급구제 인용 회피 절차를 새로 만든 것이란 지적이 있다. 

명숙 활동가는 “상임위에 상정하지 않는 경우는 조사관이 해결하고 조사국장이 결재하는데 이는 조사관이 인권위원의 역할을 대신하고 욕도 대신 듣는 셈”이라며 “그동안 조사관이 현장을 조사해 보고서를 올리면 상임위가 결정해 기각 결정이 나면 상임위원들이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는 인권위원들이 책임을 피해가게 됐다”고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에 따르면 조사국장이 상임위원회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는 셈이다. 

인권위 조사구제 규칙 36조를 봐도 긴급조치를 심의해 의결하는 주체는 상임위원회다. 현재 인권위 상임위원은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새누리당이 추천한 유영하,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천한 이경숙, 대통령이 추천한 김영혜 위원이 있다. 

인권위 세부규칙이 변경되면서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가 해직자에 대한 조합 활동 배제요구를 철회하도록 긴급구제를 신청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상임위에 상정하지 않고 각하 처리했다. 

   
▲ 영화 ‘밀양, 반가운 손님 (Milyang, a Welcome Guest)’ 스틸컷
 

인권위 조사국은 같은 달 밀양 송전탑 공사대책위가 신청한 긴급구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거나 해결되지 않은 부분은 일반 진정사건으로 처리해 상임위에 올리지 않았다.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인권위는 ‘긴급성을 요하는 진정에 있어서 현재 상임위 회의 체계가 적합하지 않아 별도의 요건을 신설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장 의원은 “인권위가 피해자 권리구제의 입장이 아닌 관리자의 태도로 피해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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