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채용 전형에서 4주 동안 현장실습을 실시한다고 공고해 채용갑질 논란을 일으킨 한겨레가 현장실습 기간을 2주로 단축했다. 한겨레는 직장인 등을 배려했다는 입장이지만 기자 지망생들은 2주나 4주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는 지난 25일 채용 홈페이지에 ‘2015년 정기공채 4차 현장실습이 변경되었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리고 현장실습 기간을 기존 4주에서 2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직장인 등의 부담을 고려해 2주로 줄이기로 했다”면서 “이 기간 동안 기자에게 필요한 실무능력을 쌓는 것은 물론 지원자 스스로 적성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현장실습 기간이 줄어든 대신 3차 전형이 실무면접에서 1박2일 합숙면접으로 바뀌기도 했다.

   
▲ 한겨레 채용공고. 지난 25일자로 수정된 내용.
 

한겨레 관계자는 “4주라는 기간이 응시생들의 지원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반영됐다”면서 “응시생들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기간을 줄였다”고 말했다.

한겨레 채용과정의 현장실습전형은 올해 처음 생겼다. 편집국 차원에서 회사에 건의한 것을 회사가 수용했다고 한겨레는 밝혔다. 기존 전형으로는 “기사 작성 능력 이외에 응시생이 지닌 다양한 자질을 살피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인 ‘아랑’ 등에선 4주 실습이 직장생활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원자에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고, 언론사가 갑의 위치에서 희망고문만 하다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겨레 내부에서도 현장실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자 22명이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정규직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4주 현장실습’이 한겨레가 비판해오던 청년들의 희망고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전원 정규직 채용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의 현장실습 철회를 요구했다.

   
▲ 한겨레 채용 홈페이지.
 

현장실습 기간이 단축됐지만 정작 기자 지망생들은 ‘4주 실습’이나 ‘2주 실습’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 지망생 A(29세)씨는 “지원자 입장에서 보면 전혀 차이가 없다”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망생들이라면 몰라도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는 4주 실습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자지망생 B씨(26세)는 “기간을 줄인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직장인들 배려한다고 하지만 직급이 낮은 직장인들이 2주 동안 휴가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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