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또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자료가 방송돼 SBS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방송사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 다음 날 발생해 ‘실수’가 아닐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SBS ‘뉴스8’은 지난 24일 <관광버스에서 술 마시고 춤판…처벌은 기사만>을 보도하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승객들의 영상을 내보냈다. 문제는 영상과 함께 나온 음악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목적으로 일베 유저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 “부끄러운지 알아야지”와 “기분 딱 좋다”에서 ‘부’와 ‘딱’을 연결해 합성한 내용이다.

SBS 관계자는 2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직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BS는 24일 밤 다시보기 영상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25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 지난 24일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버스에서 승객들이 음주가무를 즐기는 영상을 방송했는데, 일간베스트 회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을 합성해 만든 음악이 삽입된 영상이었다.
 

SBS는 사과문에서 “해당 영상은 즉시 삭제하고 노무현재단 측에는 즉시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면서 “방송되지 말아야 할 영상 효과음이 어떤 이유로든 전파를 타게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해당 음악이 방송되게 된 경위는 신속히 파악한 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의 일베 자료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빈번한 형태는 일베 회원들이 변형한 로고를 사용한 경우다. 지난 4월 14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 결과를 보도하며 사람이 달리는 형상을 노무현 전 대통령 이미지로 변형한 피파 트로피 이미지를 썼다. 지난달 8일 KBS 스포츠채널에서 방영된 <이광용의 옐로우카드2>는 독일 축구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의 공식 앰블럼 명칭을 ‘바이에른 무현(FC BAYERN MUHYUN)’ 으로 바꾼 이미지를 사용했다.

   
▲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변형한 로고를 사용해 논란이 된 방송화면 갈무리.
 

채널A는 지난 2월 7일 <쾌도난마> 서울대 로고를 ‘VERI TAS’가 아닌 ‘ILBE TAS’라고 쓰인 이미지를 썼다. 지난해 3월 SBS ’런닝맨‘에서는 일베 회원들이 변형한 고려대 로고를 사용했으며 2013년 9월 SBS <스포츠뉴스>에서 일베에서 합성한 연세대 로고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연세대의 초성인 ‘ㅇㅅ’을 일베의 초성인 ‘ㅇㅂ’으로 바꾼 이미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같은 로고를 방송한 MBN도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일베가 변형한 그래픽이나 이미지를 쓴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5일 YTN은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 찾았다> 리포트에서 어깨걸이 화면으로 일베 회원들이 제작한 ‘오스트랄로 일베쿠스’ 이미지를 사용해 권고 조치를 받았다.

일베가 변형한 이미지나 그래픽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3년 8월 SBS <8 뉴스>에서는 도표를 내보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코알라와 합성한 ‘노알라’ 이미지가 들어간 도표를 내보내 심의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SBS는 2014년 10월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동자승의 얼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내보내 주의조치를 받았다. MBC 2013년 12월 <기분좋은날>에서 악성림프종으로 사망한 화가 밥 로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밥 로스의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사용했다. 이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관리자 징계 및 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 일베가 변형한 그래픽이나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된 방송화면 갈무리.
 

합성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한 사례도 있다. 2015년 1월 10일 KBS <영화가 좋다>에서 일베에서 만들어 유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해 권고조치를 받았다. 2014년 10월 12일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배우 차승원과 그의 아들 차노아의 소식을 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사용해 경고를 받았다.

해당 방송사들은 실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제작진이 구글에서 고화질의 로고나 이미지를 검색하다보니 실수로 일베 이미지를 넣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점을 알고 있는 일베 유저들이 구글에 고화질 일베변형 로고나 이미지를 만들어 올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노알라 도표 등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경우는 방송을 급하게 제작하다 보니 일일이 검사하지 못한 탓이라고 밝혔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된 방송화면 갈무리.
 

빈번한 일베 이미지 사용으로 논란이 됐던 SBS는 로고 등 이미지를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해 실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지난 해 세웠다. SBS는 이중점검 시스템을 재발방지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방송사고 역시 SBS에서 일어났다. 이미지가 아닌 음악이지만 SBS에서 또 다시 일베 논란이 불거져 재발방지책 수립이 구호에 그쳤다. 더욱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바로 다음날 보도됐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스브스뉴스에서 캡춰.
 
   
심지어 SBS 페이스북 계정 스브스뉴스에서도 이런 현상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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