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자 4선 국회의원을 하다 처음으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장자연 리스트 공개이후 조선일보 등 언론과 전쟁을 벌였을 때 심정을 털어놨다.

이 원내대표는 미디어오늘 1000호 발행 기념 인터뷰를 한 지난 19일 저녁 추가로 진행한 전화인터뷰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비롯해 미디어법 투쟁, 사학법 투쟁 등 우리 사회 언론·사학권력에 맞서 강경하게 나선 이유를 설명하면서 돌연 “장자연 사건 때 정말 외로웠다”고 고백했다.

“장자연사건 때 정말 외로웠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으로부터 공격당할 때, 언론으로부터 유리되면 외로움이 더 커진다. 많은 외면을 당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 때 자신을 유일하게 지켜준 곳이 미디어오늘이었다며 피고 신분으로 재판만 3년 반을 받는 동안 지탱할 수 있던 곳은 미디어오늘이었으며, 친구처럼 지켜줬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이 원내대표는 “무료 변론을 해준 동료 변호사들 역시 재판 때마다 6명 씩 나와줬던 열정은 내가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 됐다”며 “변호사 6인이 매번 재판에 참여해 한나절에서 하루종일 30여 회 변론을 해주면서 동지가 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연합뉴스
 

변호사 출신 다선 국회의원인 이 원내대표는 “당시 재판을 하면서 장본인이면서 국회의원이던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서민들이 당하면 죽음이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013년 1월 형사재판 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출석을 강하게 촉구하는 등 정면으로 맞섰던 배경에 대해 “내가 거대언론에 억하 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어린 생명이 육필로 쓴 글(‘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적혀있음)이 있는데도 경찰이 국회에서 공개한 것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안하다시피 한 것은 말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이 내 차례로 떨어졌을 때 제 양심에 비춰 그것은 국가권력이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는데도 힘있는 사람에게만 수사권력이 봐주려 했다”며 “솔직히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으나 나는 피해갈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힘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한 때 왜 제게 왜 이런 어려움을 주느냐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정면돌파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책무가 있었다. 후회하지 않고 했을 뿐이다.”

거듭 후회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이 원내대표는 “거대언론과의 싸움에 따라 언론들로부터 사라지고, 지면에 안나타나면 정치인으로서 불행해진다는 큰 값을 치뤘다”며 “그 사이에 저는 국민의 시선에서 사라진 정치인이 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도 던지지 않느냐. 무엇보다 내 정의관념에 비춰 피해갈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1월 15일 방영된 KBS <뉴스9> 장자연 문건(접대 리스트)
 

이 원내대표는 2011년 방상훈 사장과 조선일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검찰에 불구속기소된 이후 3년 반 동안 피고로 형사재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13년 1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7부(당시 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방상훈 사장이 출석하지 않자 당시 주심판사가 “방상훈 사장이 법정에 나와 어떤 말을 하느냐는 예상되는 부분이지만 변호인 입장에서 어떻게 심문할지도 지켜보는 것이 맞다”며 “(방 사장이) 법정에 나와봐야 한다는 것에 우리 재판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이종걸 당시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 사장이 검찰에서도 진술하지 않았는데 법정의 증인출석도 하지 않은 것은 사건 피해자로 법정에 재판을 청구하는 고소인으로서 권리와 의무 가운데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특권이 깔려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 사장도 하고 싶은 얘기를 법정에 나와서 하고, 사건 관계의 실체를 법원이 밝혀낼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해 1월 28일 열린 공판에서도 방 사장이 출석요구에 불응해 나오지 않았다. 조선일보 등이 형사소송과 함께 이종걸 의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항소심(2013년 2월 8일)에서까지 패소했다. 그러다 조선일보는 그해 2월 28일 모든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사건을 스스로 종결지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장자연 사건 등 조선일보와 싸움 뿐 아니라 재벌이나 검찰과 싸움에서 느꼈던 고충도 이번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이 원내대표는 “언론 뿐 아니라 재벌과 부딪히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정무위에 들어가보니 밟히는 것 투성이인데 어떻게 하겠느냐. 내 앞에 떨어진 일이고, 불공평하거나 불공정한 제도가 보이면 바로잡으려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치인들도 싸우기 힘들고, 피해를 당해도 힘이 없다”며 “생계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싸울 땐 박수라도 받았고, 힘을 얻어 다시 싸우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거대기업과 싸우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심지어 명예까지 잃는다. ‘기업이 국민들에게 귀중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많다. 이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만두는 정치인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검찰도 마찬가지”라며 “정치인으로서 맡겨진 소임을 위해 큰 비용이나 손해를 입더라도 국민들이 뽑아줬는데, 최소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내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장자연씨
@연합뉴스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민주당’으로 표현하는 것을 두고 왜 그러느냐고 종종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나 보고 왜 ‘민주당’이라는 말을 하느냐고 하는데, 우리 당은 ‘민주’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50년 정당”이라며 “내 벗이자 기반은 민주당이다. 오로지 어렵고 힘들 때 벗은 민주당이었으며 민주당원이 아니었다면 어디 가서 자리하나 얻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 분열에 대해 “나는 민주당원이자 국회의원의 힘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민주당의 귀중함을 느낀다.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한민국이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분란 해결을 위해) 서로 얘기해 나갈 것이다. 결코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민주당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서민과 기층 민중이 헐벗고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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