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했다. 증거인멸 및 회유 의혹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혐의 금액이 구속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달 죽기 전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8명 중 2명만 기소한 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메모에 등장하는 나머지 6명 중 ‘친박 3인방’이라고 불리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접 조사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인다. 

또한 김기춘, 허태열, 이병기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에도 공소시효가 이미 완료됐거나 현재까지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고, 검찰은 이들을 소환조사하지 않고 서면조사나 방문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완구, 홍준표 2명만 불구속 기소한 뒤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21일자 경향신문 만평
 

다음은 2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선자금’ 본격 수사>
국민일보 <北내부 돌발변수? ‘사드’ 반발?>
동아일보 <美 ‘사드 공론화’ 전방위 압박>
서울신문 <평화 메신저 막고 ‘核엄포’…경색 악화>
세계일보 <‘중동호흡기증후군’ 국내 첫 감염 확인>
조선일보 <“위안부 문제 만든 일본이 해결해야”>
중앙일보 <윤병세 “5년 전처럼…한·중·일 정상회의 제주 개최 희망”>
한겨레 <미 ‘한반도 사드 영구배치’까지 거론…정부 사실상 무대책>
한국일보 <美 당국자 이번엔 사드 영구주둔 언급>

주요신문 성완종리스트 기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8명 중 2명만 불구속 기소로 검찰 조사가 향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최소화하며 사건을 연착륙시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발 맞춰 조중동과 한겨레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보도를 홍준표, 이완구의 불구속 소식만 간단하게 처리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관련 소식을 12면, 중앙일보는 8면, 한겨레는 5면에 각각 기사 1건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 <‘대선자금’ 본격 수사>로 제목을 뽑으며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메모에 등장한)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보도했고, 2면 기사에서도 검찰 수사가 ‘2라운드’에 들어섰다면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해 불구속한 것에 대해서도 ‘봐주기 논란’이라고 표현했다. 

   
▲ 21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2면 <‘비리 폭로’ 성완종 측근만 구속한 검찰>에서도 검찰이 두 명에 대해 불구속 결론을 내렸지만 경남기업 임직원들은 구속시킨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를 “별건·보복 수사 공정성 논란”으로 처리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메모가 나온 직후가 아닌 홍 지사에 대해 돈 전달자가 있다는 기사가 나온 뒤에서야 꾸려진 점을 비롯해 초반부터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21일 경향신문의 보도는 이와 다른 분위기다. 

<이완구 홍준표 기소로 ‘성완종 리스트’ 수사 끝낼 참인가>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각각 1억원과 3000만원을 받은 시점과 장소에 대해서 공소장에 특정하지 않고, 두 사람 모두 증인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개입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두 사람의 기소 시점을 놓고 검찰이 고심을 거듭하는 걸 보면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이 사설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2012년 대선자금도 성역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했으나 수사팀은 어디서 수사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향후 수사가 부진하면 수사팀 차원을 넘어 검찰 전체의 수사 역량을 의심받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21일자 세계일보 4면.
 

새누리당은 두 사람과 선을 그을 예정이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20일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히자 새누리당은 두 사람에 대해 당원권이 정지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이들의 최종 형이 확정될 경우 탈당 권유나 징계가 가능하다.  

국민은 다 알지만 증거는 없어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이토록 강력하게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며 검찰의 수사역량까지 의심한 이유는 이미 돈이 전달된 여러 정황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단 두 사람에 대한 구속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보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기준 혐의액은 2억원 이상이다. 특별수사팀은 이를 설명하며 9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불구속 재판 중인 한명숙 전 총리의 사례를 언급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마련한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2011년 6월 국회에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받고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점이 기소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지사가 자신의 의혹과 관려해 측근들을 통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측근들의 자발적인 행위라고 봤다. 검찰은 홍 지사의 측근들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는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 녹취록에는 회유하는 내용 뿐 아니라 홍 지사가 회유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구속수사의 사유인 ‘증거인멸 우려’에 해당하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총리는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지난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 정황까지는 확인됐지만 검찰은 돈을 줬다는 목격자나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황 증거는 많은데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수사팀은 현금 전달 수단으로 이슈가 됐던 ‘비타 500’상자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구체적인 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해 20일 수사를 마쳤고, 21일 기소할 예정이다.  

성역이 철저하게 존재하는 검찰수사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날(지난달 9일)로부터 3일이 지난 4월 12일에 구성됐다. 한 달이 훌쩍 넘은 지난 20일 수사팀은 나머지 6인에 대해서도 수사를 단계별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기춘, 허태열, 이병기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완료됐거나 추가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수사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들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로 대체하거나 방문조사할 예정이다.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과 관련한 의혹도 수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일단 홍문종, 유정복, 서병수 등 친박 3인방에 주목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단서를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 2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성 전 회장의 한 지인은 ‘2012년 10월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이 가져온 현금 6억원을 1억, 2억, 3억원씩 가방 3개에 나눠담았다’며 여야 중진의원 3명을 실명으로 거론했다”며 “대선자금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대선자금 수사를 계속 머뭇거리고 회피할 경우 검찰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라며 “수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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