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가 2003년 농민시위 사진을 세월호 참사 시위 사진으로 둔갑시켜 논란이 된지 2주 만에 왜곡보도로 도마에 올랐다.

채널A는 지난 17일 저녁 종합뉴스에서 <“정치인과 식사 않겠다” 격노, 왜?> 리포트를  주요뉴스이자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 온 새정치연합 여성 의원들에 화를 냈다는 내용이다.

지난 12일 이미경, 김현미, 김현, 배재정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여성 의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는데 채널A는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계 여성 의원들이 DJ 묘역으로 몰려들었다”면서 “이들은 ‘참배와 헌화가 끝나고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여사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또 “이희호 여사는 ‘왜 남편(DJ)의 묘 앞에서 현역 정치인들이 자꾸만 세리모니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토로하면서 ‘앞으로 현역 정치인들과의 식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권노갑 상임고문은 ‘대통령 묘역이 정치 쇼 하는 곳이냐’며 ‘왜 카메라까지 동원하는 것이냐’고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여성 국회의원 모임 ‘행복여정’은 지난 19일 “채널A가 세월호 집회와 관련한 왜곡보도로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이번에는 ‘소설’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이희호 여사 및 24명 여성 의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심각해 엄중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지난 17일 채널A '종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17일 채널A '종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동교동계와 ‘행복여정’측은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대중평화센터 윤철구 사무총장은 “보도에 인용된 이희호 여사의 격노와 권노갑 상임고문의 발언 등은 사실무근으로, 당시 이 여사는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오찬을 함께 하지 못한 것 뿐”이라며 “이희호 여사는 여건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현역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계속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정 의원은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재보궐 선거 이전에 동교동계에 연락을 해 참배 의사를 전했고, 미리 약속이 된 상태에서 참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이희호 여사와 오찬을 하기로 했는데 여사께서 소화가 잘 안 되는 등 컨디션이 안 좋아 식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원들도 마침 긴급 의원총회 일정이 잡혀 돌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 '이희호 여사 격노' 리포트 대본. 주요사실이 모두 간접화법으로 처리됐다.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채널A 보도가 사실무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다른 동교동계 관계자는 “이희호 여사가 채널A 보도에서 말하는 것처럼 화를 낸 건 아니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행복여정’측은 채널A에 정정보도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명백한 오보이며 왜곡보도”라며 “당 여성의원들은 방심위 제소, 언론중재위 중재신청을 포함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호 여사가 격노했는지 여부를 떠나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카더라식 보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널A는 해당 리포트를 ‘단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주요 내용은 모두 간접화법으로 전달했다.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고문의 발언 모두 ‘전해졌다’고만 보도했다. 배재정 의원은 “현장에서 권노갑 고문이 화를 냈고, 이희호 여사가 격노했다면 언론이 영상에 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리포트가 메인뉴스의 주요뉴스로 다룰만한 사안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방영된 <김부장의 뉴스통>의 집회사진 조작이 논란이 되자 채널A 보도국 소속 기자들은 지난 8일 “현장 기자의 사소한 보고 조차 ‘단독’과 ‘특종’을 붙여 우리 스스로를 갉아 먹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은 채널A측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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