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은 인조잔디가 깔린 전국 1037개 학교 운동장 중 90.7%에 해당하는 941개 운동장에서 암, 아토피, 중추신경계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다. 발견된 유해물질은 중금속 4종(납, 카드뮴, 수은, 6가크롬), 휘발성유기화합물 4종,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8종 등이다. 

김수민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은 19일 오후 환경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주로 검출된 납은 인조잔디 파일에 쓰이는 주원료이고 PAHs는 충전재 고무알갱이에 폐타이어가 재활용되면서 유입된 유해물질”이라며 “유해물질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조사대상 1037개교의 16.8%인 174개 학교”라고 밝혔다.

한 예로 녹색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는 납이 무려 7817mg/kg이 검출됐다. 이는 허용기준치인 90mg/kg의 87배에 달하는 수치다. 납은 뇌 발달에 영향을 주며 아이큐를 낮추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김 단장은 “허용기준치를 넘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한 학교라고 여기고 있는데 이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위험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NBC에서 인조잔디와 혈액암의 관련성을 언급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조잔디에서 연습했고 암 진단을 받은 선수 38명 중 34명이 골키퍼로 드러났다. 인조잔디와 많이 접촉할수록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번 조사에는 2012년 이후 인조잔디를 설치한 학교가 일부 제외돼 있다. 하지만 김 단장은 “관련 업계 종사자의 폭로로 충전재(고무알갱이)에 ‘후쿠시마산 폐타이어’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떻게 유통됐고 어느 학교에 사용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바꾸는 사업은 언제 시작됐을까? 김 단장은 “노무현 정부가 시작하고 이명박 정부가 확산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통해 학교 담장을 허물고 학교 운동장에 잔디를 까는 등 녹색화·생태화해 ‘녹색학교’,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녹색화·생태화는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난 2012년까지 1000여개에 달하는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이 조성됐고, 지난해 5월에는 조달청이 발주했던 255건의 인조잔디 입찰에서 28개 사업자가 담합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김 단장은 “녹색이 아닌 것을 억지로 녹색으로 칠하는 것과 사업자들의 담합행위를 보면 4대강 사업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규제는 2010년 말에야 KS표준이 마련됐다. 이전에는 인조잔디 충진재로 사용되는 폐타이어 재활용에 대한 기준밖에 없었다. 정부는 인조잔디 유해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친환경인조잔디’로 조성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셈이다. 

   
▲ 19일 오후 녹색당은 환경재단에서 '학교 인조잔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어 인조잔디의 유해성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인조잔디의 유해성 문제는 지금 처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2008년 당시 경기환경운동연합에서 인조잔디에 대한 유해성을 지적했던 안명균 경기녹색당 운영위원장은 환경 뿐 아니라 학교운동장의 사용 목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인조잔디 사업은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으로 지원됐는데 그러면서 학교 운동장이 생활체육, 특히 조기축구회만을 위한 공간이 됐다”고 비판했다.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이 교육목적이 아니라 처음부터 생활체육진흥을 목적으로 진행된 사업이고, 이로 인해 다양한 교육공간이자 놀이공간으로 활용돼야 할 운동장이 축구만 할 수 있는 획일화된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게 안 위원장의 지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잔디운동장 조성관련 2008년 추진계획에 따르면 인조잔디를 깔면서 학교는 축구장을 외부인에게 의무적으로 개방해야 하며 사용료를 징수해야 한다. 이는 향후 인조잔디를 교체하는 비용으로 적립하도록 돼 있다. 

윤국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원은 “인조잔디 까는데 약 6억원, 유해성이 드러나 철거하는데 약 1억3000만원, 여름에 뜨거워서 낮에는 사용을 못하는 비용, 아침마다 나는 고무냄새 등을 고려하면 철회해야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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