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황금주파수 할당계획이 또 퇴짜를 맞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700MHz대역 주파수를 지상파방송과 통신사에 나누는 내용의 주파수 배분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의원들이 수용하지 않았다. 국회는 3.5GHz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하는 대안 등을 제시하며 미래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9일 미래부가 발표한 ‘지상파 방송 4+1 채널 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래부는 700MHz대역을 4개 지상파 채널에 UHD방송 용도로 할당(KBS1, KBS2, MBC, SBS)하고 EBS는 DMB방송용 대역의 주파수를 추가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대역은 1개 통신사에 주게 된다. 즉, UHD 방송용으로 24MHz 폭을, 통신용으로 40MHz 폭을 배분하는 내용이다

700MHz대역 주파수는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잔여대역이다. 전체 108MHz폭 중 현재 20MHz를 재난통신망 용도로 결정했고 나머지 대역 용도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상파는 UHD 전환을 이유로, 통신사는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며 해당 주파수 대역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부 안이 실행되면 전국동시 UHD방송은 불가능하다. KBS2와 EBS만 전국단일대역을 사용해 전국방송으로 도입된다. KBS1, MBC, 지역민영방송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이마저도 광역권과 강원도 일부에만 해당된다. 인구 23%가 거주하는 기타 시군지역의 UHD방송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미래부는 기존 DTV용도의 채널을 재배치해 추가적으로 UHD채널을 공급할 계획이다. 부산, 대구 등 인근 광역권과 인접한 울산광역시 역시 기존 DTV대역 채널재배치를 통해 3개 채널을 공급하게 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 외의 음영지역은 장기적으로 각 방송사와 협의해 음영을 해소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미래부의 4+1안에 따르면 광역권과 강원권을 제외한 지역은 DTV대역의 주파수를 추가로 재배치하지 않는한 UHD시청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DTV대역 재배치가 언제 완료될지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사진=방송협회 제공.
 

여야 의원들은 미래부의 주파수 배분안이 ‘차별적인 내용’이라며 반발했다. 단계적 UHD방송 도입으로 음영지역이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지상파방송 중에서도 일부 지상파는 700MHz대역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DMB용도의 주파수를 UHD방송용으로 전환하게 되면 별도의 송수신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런 결론을 내놓을거면 왜 오랜 논의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규모가 큰 방송사는 해달라는대로 해주고, 약자인 EBS는 DMB주파수를 주겠다는 계획인데 정부가 공공영역을 이렇게 다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 역시 “EBS에 DMB주파수를 주겠다는 건 UHD를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왜 같은 지상파에 이중잣대를 갖다대느냐”고 반문했다.

미래부의 계획대로라면 통신사 중 단 한 곳만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학봉 의원은 “트래픽 해소 차원에서 통신용도로 줘야 한다는 게 미래부의 통신용도 할당 이유인데, 40MHz폭을 주면 통신사 1곳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국민의 3분의 1만 혜택을 보게 된다.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은 트래픽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 1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원회가 열렸다. 미래부의 안대로 주파수가 배분될 경우 즉각적인 UHD방송이 불가능한 TBC(대구방송), OBS, EBS의 카메라가 보인다. 사진=금준경 기자
 

주파수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3.5GHz대역 통신용 배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방송중계용도로 사용되는 이 대역을 방송이 통신에 양보하고, 대신 700MHz대역 전체를 UHD용도로 활용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래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났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그 대역을 활용하게 되면 이용 방식에 따라 160~200MHz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면서도 “주파수를 회수하고 재배치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당 대역을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 기술도 개발이 안 돼 있어 주파수를 배분하려면 2025년까지 연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상파 방송사 및 통신사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서 주파수 배분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조해진 의원은 “노력하다 보면 가장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당사자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나서 다시 논의를 하겠다. 그때까지 미래부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방송이 주축인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700MHz대역 주파수 지상파 전면 할당을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미래부 안은) 통신사를 위해 지역 UHD 방송을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700MHz 대역을 UHD 방송 전환에 우선 활용한 뒤 HD 방송 종료를 통해 약 3배의 주파수를 반납하겠다는 지상파 방송의 계획이 중장기적으로 주파수 자원의 활용성을 높이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같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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