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집필한 회고록에 담긴 천안함 사고직후 기록이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사고직후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함장과 통화를 했다고 기술했으나 해당 비서관은 천안함장 연락처도 모르는 상태였다며 직접 통화했다고 기술된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폭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과장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마저 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내놓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의 ‘천안함 폭침 되풀이된 도발’에서 “2010년 3월 26일 저녁,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며 “오후 10시50분경, 나는 급히 청와대 지하별관의 상황실로 이동했다.  상황실로 가면서 ‘북한이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뇌리를 스쳤다”고 썼다.

이 전 대통령은 “상황실에 도착하니 TV에서는 천안함 침몰 소식이 보도되고 있었다”며 다음과 같은 김병기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발언을 인용했다.

“함장과 통화는 되는데 통화 상태가 좋지는 않습니다. 함장 이야기는 배 바닥에서 폭음이 들리고 침수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함장과 통화한 김병기 국방비서관이 보고했다. 배 바닥에서 폭음이 들렸다면 미사일 공격은 아니었다”며 “상황실에서는 어뢰나 기뢰에 의한 폭침, 암초에 의한 좌초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340쪽에 실린 사진.
 

그러나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이었던 김병기 전 주레바논대사는 최원일 천안함장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사는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회고록 집필 과정에 제가 직접 관여하지 못해 선명하게 답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내가 직접 통화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함장의 전화번호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아마도 통화된 내용을 보고드렸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 전 대사는 “당시 현장에서 가장 권위있는 보고내용이 함장의 발언이라 처음엔 포술장(김광보 대위)의 전화 이후 함장이 갑판에 나와 휴대폰으로 (이원보 2함대 22전대장과) 통화가 됐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보고한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내가 직접 통화했다고 잘못 들었는지 전달이 잘 안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드린 것은 맞지만, 제가 함장과 통화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초기 단계 때 보고가 이뤄지고 있을 때 어수선했다. 대통령은 내가 함장과 통화한 모양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눈물. 사진='대통령의 시간'
 

최원일 함장은 천안함 침몰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3차례, 법정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사고 당시 22전대장과 통화에서 ‘어뢰에 맞은 것 같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최 전 함장은 2012년 6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당시 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대표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당시 최 전 함장은 ‘사고 이후 사고 상황보고를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했는가’라는 변호인 신문에 “허순행 상사를 통해서 무전기로 보고하고 22시30분경 22전대장 이원보 대령과 통화하면서 어뢰피격판단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2함대 사령관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청와대는커녕 다른 이에게 보고했다는 말은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최 전 함장 발언의 핵심은 어뢰에 맞은 것 같다는 것인데도 청와대에 보고했을 때 이 같은 말을 안했을리 없다.

그러나 청와대에 전달된 보고내용에는 어뢰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김 전 대사는 증언했다. 

김 전 대사는 “어뢰 같습니다, 어뢰 맞은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그 때엔 들은 것이 없었다. 그 순간에는 (어뢰라고) 그렇게까지 자세히 듣지 못했다”며 “‘함수 부분은 보이는데 함미가 안보인다’는 최 함장의 보고내용 정도만 우리가 파악한 것이지, 함장의 보고 전체를 합참이 내게 전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비서관이 그 긴박한 순간에 함장과 통화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표지.
 
   
김병기(왼쪽) 전 주레바논 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까지 올라온 보고내용에 대해 김 전 대사는 “우리가 파악한 첫 보고는 선저파공에 의한 침수였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과정에 대해 “사고 직후 해군 행정관이 작전장교와 실무토의를 그 전에 많이 해왔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합참에 있는 해군 작전장교가 해작사에 자료파악 전화했다가 상황보고가 돼 있는 것을 보고받아 결과적으로 합참보다 청와대가 먼저 상황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해군 행정관은 김정수 대령이었는데, 아마도 밤 9시48분~50분 같다”며 “그 때 국방부와 토의하는 것 때문에 늦게 퇴근하다 보고를 받고 바로 들어갔다. 차를 돌리면서도 ‘선저 파공으로 침수’라는 보고내용을 보면서 아마도 ‘백령도 피신했다가 사고를 당해 수리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청와대가 들어가보니 선저파공만이 아니라 침몰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대통령이 (잘못) 기억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좌초 보고도 있었는지에 대해 김 전 대사는 “아마도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좌초라고 여기고 보고한 것일 것”이라며 “함장이 ‘함미와 연돌이 보이지 않는다,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고 보고한 것을 (전해) 듣고 침몰 상황이라 판단했다. 당시엔 그 요인이 좌초이거나 기뢰, 탄약고 폭발의 가능성 등을 다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왜 최 전 함장과 전화통화하지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김병기 전 비서관의 보고를 마치 최 전 함장과 사고직후 통화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 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일종의 전직 대통령 기록물에도 이렇게 과장 왜곡된 기록을 남긴 이유와 관련해 천안함 침몰이 폭발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회고록엔 최 전 함장이 이원보 전대장과 통화에서 ‘폭음이 들렸다’고 말한 것처럼 김병기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처럼 나와있다. 합조단 보고서에 나와있는 최 전 함장과 이원보 전대장의 통화내용에는 '폭음이 들렸다'는 발언은 없다. 오히려 최 전 함장 발언의 핵심은 ‘어뢰 같은데요’라는 말인데, 정작 김병기 전 국방비서관이 파악한 내용에는 ‘어뢰’라는 말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를 두고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조사위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기 위해 끼워넣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이라는 기록은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의 경우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는데도 그에 대한 사실관계마저 왜곡한 것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원일 함장은 당시 이원보 22전대장에게 어뢰라 판단된다고 보고했지만 모든 보고내용과 구조체계는 좌초 또는 사고로 간주하고 이뤄졌다고 이종헌 전 행정관이 자신의 저서 <스모킹 건>에서 밝혔다. 또한 심승섭 당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해군준장)은 지난 2011년 천안함 재판에 출석해 사고 당일엔 좌초라는 보고만 올라왔을 뿐 어뢰라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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