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정에서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조작했다는 의혹의 신빙성이 크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관련 의혹을 폭로한 이해관 전 KT 새노조 위원장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판사 이승한)는 KT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공익신고자 보호조치결정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14일 기각했다. 권익위가 KT에 이해관 전 KT 새노조위원장에 대한 복직결정을 내리자 KT가 이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전 위원장의 의혹제기가 신뢰할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공익신고로 볼 수 있고 공익신고에 따른 보복성 해고는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전 위원장은 2011년 KT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국내전화로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해 문자메시지 요금을 올려 받았다고 2012년 2월 언론에 제보했다. 이후 KT는 이 전 위원장에게 2개월 정직처분을 내렸으며 가평 지사로 전보조치했다. 같은 해 12월 KT는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이 전 위원장을 해임했다.

   
▲ 이해관 KT 노조 위원장 ⓒ슬로우뉴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제기한 의혹의 신빙성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KT의) 투표서비스가 국제전화 식별번호인 ‘001’을 사용하였음에도 실착신 국제전화번호가 없고, 일반적인 국제전화와 달리 외국 국제관문교환기를 거쳐 국외로 신호가 전송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사무관도 이 사건 투표서비스(음성, 문자)가 국제전화인지 국내전화인지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KT)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제66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3조의 해당 조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남용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66조의 해당 조항은 처벌규정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과 상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제전화 사기의혹에 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었던 이 전 위원장의 의혹제기에 관해 “‘공익신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KT의 해고를 ‘보복성 조치’라고 판단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가 공익신고가 있은 후 2년 이내에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해당 공익신고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아야 해고의 부당함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전 위원장은 “KT가 (해고 전) 가평으로 전보조치한 것이 부당하다는 확정판결을 지난 4월 23일 대법원이 내린 바 있다”면서 “법원의 공익신고자 보호의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 2011년 9월 제주공항 도착대합실에서 제주도와 도관광협회,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수 있도록 투표를 해 달라며 관광객들에게 삼다수와 함께 홍보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