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종편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3일 열린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대토론회의 ‘한국의 언론권력,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아젠다 토론에서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손석춘 교수는 “현재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JTBC 보도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실제로 JTBC가 보도를 잘 하고 있다”면서도 “손석희 사장과 기자들이 개별적인 노력과 달리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석춘 교수는 “JTBC로 인해 언론운동진영의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JTBC를 우리 언론이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모델로 이해한다면 외려 중앙일보 자본, 범상성자본의 승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TBC보도에 대한 호평과는 별개로, 그 배경에 있는 범 삼성자본에 대한 경각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손석춘 건국대 교수,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장행훈 언론광장 대표, 정필모 KBS 해설위원. 사진=정철운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서 언론의 정파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정파성과 상업성”이라며 “일부 진보언론 또한 정파적 언론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특정 권력이 아닌 약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묻혀버린 시민의 삶과 목소리를 말해주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언론진영을 정파성이라는 정의 아래 ‘진보’와 ‘보수’의 양 축으로만 이해하면 본질을 외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손석춘 교수는 “한국 언론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로 볼 일이 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중동의 ‘성완종 리스트 물타기 보도’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보도’를 언급하면서 “이것을 보수언론, 보수적인 보도라고 봐야할지 의문스럽다”면서 “이것을 보수라고 하면 조중동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행훈 언론광장 대표는 이전에는 언론이 권력과 유착했다면 지금은 언론 스스로 권력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언론은 권력과 유착하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앞장서서 권력이 됐다. 국민이 아닌 특정 정치세력, 특정 경제권력에 속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행훈 대표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나서서 잘못된 언론을 질책하고, 시민운동을 강력하게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언론권력에 맞서기 위해 독립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말했다. 그는 “과거 안티조선운동이 상당한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조중동 등 권력이 여전히 강력한 것을 보면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기존의 언론이 소유구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매체를 육성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필모 KBS 해설위원은 “종편을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널리즘이 아닌 프로파간다식의 방송을 하는 종편을 퇴출해야 한다. 지금도 제도적 장치가 있다.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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