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엔진 구글 홈페이지에 검색어 ‘박근혜’를 넣으면 “박근혜(대통령) 공식홈페이지”가 뜬다. 이곳은 대한민국 청와대 홈페이지다. 포털 다음 홈페이지에서 ‘박근혜’를 검색한 뒤 공식사이트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한 누리꾼은 “청와대가 대통령 개인의 공간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홈페이지는 박 대통령 개인 공간에 가까웠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속해 처음 보이는 ‘대통령 박근혜’ 하위 게시판에는 ‘박근혜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는 박 대통령 10대와 20대 시절 사진 8장, 퍼스트레이디 시절 사진 7장,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박 전 대통령 영정 사진에 머리를 숙이는 사진을 포함해 50여장의 사진이 게시돼 있다. ‘박근혜 갤러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가 느껴진다. 

   
▲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상대적으로 홈페이지보다 양방향 소통이 쉬운 청와대 블로그나 SNS에도 박 대통령의 동정보고 이상의 수준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오락성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페이스북 ‘대한민국 청와대’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 17일 윷놀이 게임을 소개하겠다며 청와대 블로그 주소를 소개했다. 해당 블로그 페이지에는 윷놀이를 몇 명이서 하는지, 도, 개, 걸, 윷, 모에 대한 설명 등 어린아이들도 다 알만한 내용이 소개돼 있다. 페이스북에 윷가락이 무작위로 바뀌는 동영상을 “‘재생’과 ‘일시정지’를 번갈아 누르면, 윷을 던지고 새해 덕담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며 게시했다. 

지난 2월 14일 청와대 페이스북에는 박 대통령의 중국 팬클럽 ‘근혜연맹’으로부터 받았다는 편지와 화보집 등이 게시됐다. 근혜연맹은 청와대가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는데, 정작 중국의 SNS 서비스인 웨이보 페이지를 개설한 것 외에 별다른 활동 내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 페이스북은 “화보집에는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자작시, 생일축하 메시지 등이 가득 담겨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3월 15일에는 아이들이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소개됐다. 청와대 페이스북은 “‘박근헤 대통령님’ ‘저말 감사해요’ ‘고맘습니다’ ‘독도ㄹ 지켜주세요’”라며 아직 한글 맞춤법도 떼지 못한 아이들에게 받은 손 편지를 공개했다. 청와대 페이스북은 “아이들의 순수함이 나라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라고 덧붙였다.

나라사랑을 강조하는 게시물은 지난 4월 4일에도 이어졌다.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전군 전투복 태극기 부착, 청와대 앞 태극기 길 조성, 태극기 사랑은 나라사랑의 시작”이라며 태극기 사진 9장과 함께 게시했다.  

   
▲ 청와대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달 16일 올라온 게시물은 박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해 미리 준비한 대국민 담화문을 읽는 영상과 사진, 종이배를 접는 그림을 통해 세월호를 추모하는 게시물이 전부였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상 중에 상주가 자리를 비웠다는 비판을 받아가면서 중남미 순방을 떠난 지난달 17일 청와대는 첫 순방지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박 대통령이 콜롬비아 독립전쟁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를 헌화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칠레 건국영웅 동상에 헌화하는 사진도 올라왔다. 

지난달 25일에는 한·브라질 패션쇼 및 K-pop공연 게시물도 인상적이다. 평소 패션으로 이목을 끌던 박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일정이었다. 청와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문화행사를 통해 남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pop열기가 패션산업 발전과 패션 한류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남겼다.    

남미의 여운은 한국에 도착해서도 계속됐다. 지난 4일에는 페루 K-pop동호회가 100개가 넘게 있다고 소개하며 동호회 대표단이 박 대통령에게 ‘애정을 담아’ ‘라마’인형과 은빛 브로치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남미 순방의 ‘숨 가쁜 일정’이 외교 일정이 아니라 여행에 가깝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만한 게시물이었다. 이쯤되면 국정홍보를 넘어 박 대통령의 인기관리를 위한 SNS활용에 가까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동안 총 109차례의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비판받았던 이유는 일방적인 소통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라디오에서 인터넷이나 SNS로 소통채널이 달라졌지만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은 여전했다. 청와대가 국민의 이야기를 들을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국정운영’ 게시판에는 4대 국정기조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정책방향에 대한 소개는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바로 국민들이 직접 댓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청와대 블로그에는 ‘정책 갤러리’라는 게시판이 있다. 박근혜 정부 정책을 요약해 인포그래픽이나 카툰으로 전달하는 공간이다. 화려한 이미지만 강조될 뿐 게시물을 살펴봐도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 당연히 국민들의 반응도 없다. 총 130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지만 SNS에 공유된 게시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국민들이 직접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국민토론방’이나 ‘자유게시판’에는 공공아이핀이나 휴대폰을 통해 실명인증을 거쳐야 한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스스로 검열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는 요소다. 

   
▲ '박근혜' 검색 구글 화면 갈무리
 

지난달 15일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 페이스북에 한 누리꾼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저번에 인터넷 뉴스에서 보수적인 댓글을 썼다며 현직 부장 판사의 신상이 공개됐다. 정치색이 짙은 사이트들이 있는데 그런 곳엔 되도록 반대 의견을 내지 않길 바란다. 당신의 의견이 그들을 설득할거란 생각은 하지 말라. 그저 그들의 표적이 될 뿐이다.”

자기 검열이 일상화된 한국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나 청와대 SNS에 단 댓글에 대해 청와대 측 답변은 없다. 청와대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청와대 홈페이지나 SNS에서 국정을 수행하는 박 대통령 본인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브리핑도 모두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채워져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조차 박 대통령을 직접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보여주기식 인터넷 활용은 건설적인 소통을 저해한다. 청와대 페이스북 댓글은 대부분 정부정책에 대한 토론보다는 박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이나 게시물과 상관없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소통의 형태를 가진 사실상의 불통인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