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언론 경영의 기반이지만, 동시에 저널리즘을 뒤흔든다. 기성언론은 ‘광고주’의 영향을 받는다. 그 방식이 ‘압박’이든 ‘회유’든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대안언론이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유료모델을 운영하는 이유다.

‘오마이뉴스’는 ‘10만인클럽’이라는 유료회원 제도(8897명)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후원회원제도(3만5370명)를 운영하고 있다. 두 모델은 내용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유료화와 무관하게 모든 기사를 공개하고 있다. ‘국민TV’와 ‘프레시안’은 협동조합 모델을 선보였다. ‘국민TV’는 조합원 수가 2만8431명이다. 프레시안은 조합원 2337명, 후원회원 1670명을 보유하고 있다.

후원이 가장 활성화된 대안언론은 뉴스타파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조직 규모를 지금처럼 유지하면 고정적인 후원금으로만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구성원은 41명  가량이다. 그 중 촬영기자와 데이터팀을 포함한 제작인력은 30명 정도다.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뉴스타파는 이례적인 경우다. 대다수의 대안언론은 유료회원이나 후원회원이 있지만 광고를 축소하거나 없앨 수 없는 상황이다. 이한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은 “‘10만인클럽’은 월 1만원을 내는 회원이 8800명 정도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아직까지 수입의 대부분은 광고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조합원 1만 명을 달성하면 홈페이지에서 광고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설립 2년차인 아직까지 조합원과 유료회원을 합해도 목표치의 절반을 넘어서지 못했다.

협동조합 모델은 신선한 시도였다. 임경구 프레시안 협동조합팀장은 “편집권 독립을 지키면서 시민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던 중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돼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적자를 소폭 줄이기도 했고 조합원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상운 국민TV 사무국장은 “준비위원회 단계 때 ‘협동조합으로 갈 것인가? 주식회사로 갈 것인가?’를 놓고 한 달 넘게 고민했다”면서 “주식회사는 자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협동조합은 출자 지분에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한다. 그러므로 자본의 지배에 예속될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모델의 강점은 ‘민주성’과 ‘투명성’이다. 1인1표에 기초하는 운영원리에서 민주적 구조가 확보된다. 또, 운영과정 전반이 조합에 공개된다. 사업 승인 또한 조합을 통해 이뤄진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이 같은 특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언론 모델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모델에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황용석 교수는 “협동조합은 경제 공동체로서 폐쇄적인 특성이 있다”면서 “종교단체에 어울릴지 몰라도 언론에 어울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조합원이 특정 성향 위주로 쏠리게 되면 언론의 정파성이 심화된다는 우려 또한 있다.

유료회원제도나 후원제도에서 협동조합모델로 전환하는 것과 출범 때부터 협동조합 모델로 운영하는 점 역시 차이가 있다. 황용석 교수는 “프레시안 협동조합 구성원들은 10년 이상 프레시안의 특성을 경험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면서 “국민TV처럼 새로운 매체를 협동조합 형태로 출범시키면 토대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인데 폐쇄적인 형태의 협동조합 모델로 운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대안매체가 갖는 공통적인 고민은 시민 참여가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정체기를 맞는다는 사실이다. 임경구 팀장은 “유료회원이 되거나 조합원이 된 분들은 과거행적에 대한 보상을 했다고 본다”면서 “우리 대안언론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해 확장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언론이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려면 기존 열성독자 외에 폭넓은 일반 독자를 끌어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성 언론이 만들어내지 않는 ‘틈새’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야 한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체 브랜드를 강화했다. 김용진 대표는 뉴스타파의 성공에 관해 “우리사회 주류매체가 소홀히 하거나 외면하는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들춘 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편’이 대표적인 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던 시기 스타급 해직기자들이 주축을 이룬 점도 뉴스타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프랑스 ‘메디아파르’ 편집국. ⓒ정철운 기자
 

프랑스의 ‘메디아파르’와 네덜란드의 ‘드 코레스폰덴트’의 성공 역시 같은 맥락이다. 드 코레스폰텐트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013년 9월 창립된 네덜란드의 비영리 언론사다. 드 코레스폰덴트의 기자인 에른스트 잔 파우스는 “양질의 저널리즘과 틈새시장”을 강조했다.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는 지난 10월 언론정보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드 코레스폰덴트’의 특성에 관해 “실시간 뉴스 속보 대신 주류 언론의 취재망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배경을 분석하는 등 사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메디아파르’는 가장 성공적인 유료화 모델로 꼽힌다. 2008년 창간한 이 탐사저널리즘 매체는 1년에 90유로의 구독료를 내는 유료회원만 2014년 기준 9만 명 이상이다.

그러나 우리 대안언론들이 모두 기성이 다루지 않는 분야나 방식의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유료독자 중심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독립언론의 역량이 분산된 느낌”이라며 “후원이나 구독료만으로 운영되는 독립 언론매체도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와 인력이 필요하다. 몇몇 독립 언론매체의 전략적 제휴 또는 합병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국민TV의 <뉴스K>는 개국 전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등 타사와의 협력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 다음 <뉴스펀딩>에서 가장 많은 모금액을 기록한 '제동이와 진우의 애국소년단'.
 

뉴스펀딩도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된다. 드 코레스폰덴트의 성공비결 역시 펀딩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활성화된 ‘뉴스펀딩’은 포털사이트 ‘다음’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의 펀딩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펀딩에 참여했던 한 대안언론 관계자는 “‘펀딩에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플랫폼에 의존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고 포털 종속에 대한 염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위근 연구위원 역시 “다음 ‘뉴스펀딩’은 유명 저널리스트 중심이고 언론이 아닌 기자에 대한 펀딩”이라며 “언론매체 입장에서는 성공한 모델이라고 부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다음 ‘뉴스펀딩’은 지난 21일 후원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총 92개 프로젝트가 있었다. 주진우 시사IN기자의 ‘당신 소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7636만2000원을 모금했다. 주진우 기자가 김제동과 함께 진행한 ‘애국소년단’은 1억7150만2826원을 모금했다. 92개 프로젝트 중 주진우 기자가 참여한 프로젝트 2개에만 4분의 1에 육박하는 후원금이 쏠렸다.

다음 뉴스펀딩은 이용자가 ‘부채의식’으로 후원하는 게 아닌 콘텐츠 자체를 보고 지불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대안언론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독자의 열정적인 참여다. 메디아파르 편집국장 에드위 플레넬은 2013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짜 정보는 권력에 부합하거나 여론을 한 곳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언론이 기사의 독립성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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