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700MHz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과 통신사 모두에 배분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언론노조가 지상파 우선 할당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채수현 언론노조 주파수공공성특위 위원장은 “미래부의 계획대로라면 전국 UHD방송을 실시할 수 없다”면서 “지상파는 5년 동안 주파수를 할당 받아 쓰고 UHD전환이 완료되면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700MHz 주파수는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잔여대역을 말한다. 총 108MHz폭 중 현재 20MHz를 재난통신망 용도로 결정했고 나머지 대역 용도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상파는 UHD 전환을 이유로, 통신사는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며 해당 주파수 대역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700MHz대역 사이에 재난망이 들어온 탓에 전파 혼선을 막기위한 가이드밴드 대역이 주파수 곳곳에 생겨 양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미래부 안은 ‘4+1안’으로 알려졌다. 700MHz 대역 주파수 중 재난안전망에 된 20MHz를 제외한 대역을 지상파방송과 UHD가 나눠 쓰는 내용이다. 우선 통신용으로 총 40MHz 폭을 배분하며 지상파 UHD 방송 용도로는 4개 채널 24MHz를 배분하게 된다. 대상 지상파채널은 KBS1, KBS2, MBC, SBS(민방)이다. 나머지 1개 채널은 기존 DMB용 주파수 대역에서 확보해 EBS에 제공할 예정이다. 지상파 UHD방송을 위해서는 채널당 6MHz의 대역폭이 필요하다.

   
▲ Ultra-HD는 Full-HD보다 해상도와 화소가 4배 높다. 이미지=하이센스 미국 웹사이트 갈무리.
 

이 같이 시행하게 되면 전국단위 UHD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게 언론노조의 입장이다. 지역과 시기별로 나눠서 보면 KBS2와 EBS는 전국에 일제히 사용이 가능한 700MHz 대역과 DMB 대역 1개 채널씩을 공급하게 된다. 나머지 3개 채널은 KBS1, 서울 MBC와 지역 MBC에 배분한다. 이렇게 되면 울산을 제외한 광역시와 강원도에 UHD방송을 도입할 수 있다. 부산과 인접한 광역시권인 울산은 기존에 HD화질용으로 사용하던 DTV대역의 지상파 채널들을 재배치해 추가로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게 미래부의 계획이다.

채수현 위원장은 “지상파는 무료 공공 서비스로 누구나 동등하게 혜택을 누려야 되는데 미래부의 안대로라면 UHD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시, 군지역이 적지 않다”면서 “DTV대역에서 추가로 공급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UHD도입이 되지 않는 지역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외의 지역은 나중에 UHD방송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노조는 자체 주파수 배분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상파가 700MHz 주파수에서 11개 채널을 할당 받아 5년 동안 UHD 전환을 끝낸 다음 반납하겠다는 내용이다. UHD전환을 끝낸 다음 지상파 UHD방송은 기존 HD방송 용도인 DTV대역으로 옮기게 된다. UHD전환이 5년 내에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채수현 위원장은 “아날로그에서 HD로 넘어갈 때 10년이 넘게 걸렸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디지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에 5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 언론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700MHz 주파수 배분안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700MHz대역을 통신에 할당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에 대해 채수현 위원장은 “경제적 추정치는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할 당시 KISDI가 추정한 경제적 효과도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수치였다”고 덧붙였다.

지상파가 주파수를 사용한 후 반납할 계획이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의 경제적 가치를 동등비교해서도 안 된다고 채수현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또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게 되면 통신3사 모두에 할당할 수 없다. 이중 하나의 회사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날 언론노조는 정부의 주파수 배분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식 MFN(복수주파수망, Multi Frequency Network)을 유럽식 SFN(단일주파수망, Single Frequency Network)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SFN방식은 MFN 방식보다 채널 혼선이 적어 낭비되는 주파수 대역이 줄어들게 된다.

언론노조는 ‘지상파 UHD TV전환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UHD TV에 수신기 다이버시티 안테나를 내장하는 내용으로, UHD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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