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아직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제대로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에서부터 국민연금이 함께 논의됐다고는 하지만 여야합의가 발표되면서 전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공무원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면서 진행된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내고 덜 받기’로 합의했고 이로 인한 재정절감분을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쓰기로 결단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2일 여야대표는 합의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의 모범적 사례”라는 표현을 남겼다. 여야가 막판에 끼워넣고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될지 의문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에 대해 부정적인 청와대 입김에 여당 친박계에서 여야 합의안에 반발했다. 애초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넣은 것은 야당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결국 여야 대표의 합의는 무산됐고 정치권은 이에 대한 책임을 떠밀기 바빴다. 상대적인 차이가 있었지만 신문들은 결국 여야뿐 아니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모두의 잘못을 지적했다. 

다음은 8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중 연금관련 보도를 다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연금 대타협 찢은 ‘지리멸렬 여권’>
동아일보 <“이참에 4대연금 체질개선 공론화하자”>
서울신문 <불신의 연금정책…불편한 연금정치>
조선일보 <공무원연금案에 숨은 ‘4가지 毒’>
한겨레 <‘사회적대타협’ 걷어찬 여권>
한국일보 <“공적연금 강화, 與는 열린자세로 소득대체율 50%로, 野도 고집 말아야”>

한겨레와 경향은 여권의 책임을 묻는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를 채웠다. 반면 조선과 동아는 공적연금 전반을 공론화하자는 주장을 1면에 먼저 내세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책임자 찾기에 나섰다. 조선·중앙는 “야당 탓”, 한겨레·경향은 “여권 탓”, 동아는 “청와대 탓”으로 돌렸다.

   
▲ 8일자 중앙일보 4면.
 

중앙일보 <“공무원단체가 50% 명시 요구”…야당이 밀어붙였다>를 보면 소득대체율 50%가 첫 공론화 된 시기는 지난 3월 12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했다. 하지만 합의 전날인 5월 1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안을 언급했다.  

지난 2일 여야대표 합의문에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란 문구는 없다. 여당은 “합의가 안됐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합의는 했지만 문구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날 뒤늦게 실무기구 합의문에 50%가 포함된 것을 인지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뜻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전했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결국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사회적대타협’ 걷어찬 여권>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정했다. 공적연금 강화라는 측면에서 소득대체율 50%로의 상향조정은 긍정적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이런 주장을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편을 들 수만은 없다. 130석이나 되는 거대야당이 소득대체율 50% 주장이 처음 나온 3월 12일로부터 한 달 반이 넘도록 여당과 청와대에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과 중앙 보도에 따르면 조윤선 정무수석은 지난 1일 밤이 돼서야 합의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됐다. 청와대에서 합의문의 내용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야당이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해왔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국민없는 사회적 대타협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표현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실상을 보면 여야 대표 간에도 ‘소득대체율 50%’라는 표현을 어떻게 명시할지, 명시해야 하는지 확정하지 못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은 지난 2007년 연금개혁 당시 소득대체율 60%에서 현행 40%로 깎여 ‘용돈연금’이라는 비난까지 받아온 것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했다.

   
▲ 8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에 실린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칼럼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한 날카로운 촌평이 인용됐다. “공무원연금 개혁하랬더니 국민연금 개혁하고 있네요.” 국민들의 참여 없이 정치권에서 잠깐 언급하다가 무산된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대해 비꼬는 표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한겨레는 ‘공무원연금 개혁’ 여당 추천위원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이를 사회적 논의 없이 밀어붙이는 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공론의 장을 마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덜 내고 덜 받을지, 더 내고 더 받을지 물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 8일자 한겨레 2면.
 

김무성, 문재인 여야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 합의무산에 대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신문들은 일제히 여야 지도부를 비판했다. 새로 선출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첫 과제로 연금개혁 협상이 부여됐다.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돼 여당이 결국 합의안을 통과하지 못한 정황을 모든 신문들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만의 잘못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여야를 나무라기 전에 스스로의 정치력 부족을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8일자 동아일보 사설.
 

또한 “청와대가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 부분이 연계된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강변한 것도 무책임하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따로 놀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고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연금불신"초래, 연말정산 보완책 처리 시급

정치권의 무능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불안으로 전달됐다. 정치권에서 논리적인 소통이 오가지 못하면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엉뚱한 소리를 해도 거르지 못했다. 한겨레는 복지부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부는 보험료가 2배로 인상된다는 주장을 펴다 뒤늦게 수정했다.

이는 정치권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한겨레는 복지부의 이런 태도 탓에 ‘연금개혁 대신 연금불신’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문형표 장관은 아직도 미래세대 부담론을 내세우며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을 속인 문 장관에 대해 야당은 해임건의안을 검토 중이다.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연말정산 보완책 등 민생법안 100여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연말정산은 오는 11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638만명이 다시 연말정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5월 환급’도 불가능해진다. 보완대책 처리시점이 소득세 신고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소득세법은 모든 납세자가 5월 31일까지 전년도 소득신고 및 세금납부를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대다수 직장 급여일과 접수기간을 감안하면 11일이 마지노선이다. 여야는 이를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회선진화법 도마에 올리고 싶은 조선

조선일보는 <다시 도마 오른 국회선진화법…여 “야당 결재법” 야 “타협의 정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대두되기 시작했다”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중점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국민일보 <흑석동 반지하방에도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세계일보 <근로자 21만명 ‘불임 공포’ 떤다>
중앙일보 <엄마, 휴대폰서 드라마 맘껏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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