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안에 합의한 가운데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가 최대 18.8%까지 오른다며 부정적입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2060년인 국민연금 기금고갈시점을 2100년으로 늦추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까지 포함돼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연금개혁안 중 국민연금과 관련돼 합의한 사항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것이다. 둘째는 최근 공무원연금개혁으로 절감한 재정(20%)을 저임금자들의 연금보험료로 지원해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이다. 셋째는 (국민)연금크레딧을 강화해 소득대체율을 증가하는 방안이다.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국민연금이 등장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의 공동위원장이었던 중앙대 김연명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공무원연금과 함께 논의돼왔고, 여야 추천위원들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8차례나 국회에서 회의했다”고 말했다.

 

소득대체율 40%에서 50%로 

1988년 국민연금법이 시행된 당시 소득대체율 70%가 목표였고 이는 선진국들의 목표 수준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소득대체율을 60%로 삭감하면서 기금고갈 시점을 2040년으로 늦췄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40%로 삭감했고,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기금의 수입과 지출 중 지출삭감에만 초점을 둔 개혁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율이 최대 18.8%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9%(노사 각 4.5%)인 보험료율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연금보험료 수입이 지출보다 많도록 만들어 기금규모를 꾸준히 늘려가는 방안이다. 정부안대로 올리면 2083년에는 보험료를 걷지 않아도 2100년까지 17년간 지급할 보험료를 쌓아놓는 규모가 된다. 
 
따라서 정부안은 뻥튀기 된 수치다. 소득대체율 50% 보장을 위한 것에 더해 기금고갈시점을 2060년에서 2100년으로 연기하면 필요한 보험료와 2083년 한해 필요한 보험료의 17배를 쌓아놓은 보험료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때 적립금은 GDP대비 140% 수준으로 현재 국민연금 기금이 GDP대비 35%인 것에 비하면 과한 수치다. 

계산 방식부터 바꿔야, 보험료율 아닌 GDP 차지비중으로

복지부는 부과방식 보험료율을 기준으로 연금을 계산했다. 하지만 김연명 교수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보험료율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지 않는다. 보험료는 자본소득, 노동소득, 자영소득 등 여러 가지에 부과하는데 정부의 부과방식 보험료율은 노동소득만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60년엔 월급의 22%(노동자 부담분 11%)나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경제상황, 인구구조 등 다양한 독립변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소득자체가 줄어들면 같은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은 높아져야 하고 노동소득이 늘어나면 보험료율은 낮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참고용으로 쓸 수 있는 있지만 계획을 세우기엔 불완전한 지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기준은 연금지출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그 사회가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고려한 것이다. 2060년에 국민연금 6.5%, 공무원 연금 약 1%, 기초연금 2.8% 등을 합하면 공적연금은 GDP대비 9.3%정도를 차지한다. 2010년 기준 OCED국가들은 평균적으로 GDP의 10%정도를 연금으로 사용한다.  

   

▲ 공무원 연금공단은 공무원 연금개혁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 공무원연금개혁 홈페이지

 

 

후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주장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0.01%로 높이면 소득대체율 50%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기금이 고갈된 2060년 이후 후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인 저축처럼 적립금이 고갈되면 후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 연금 운영방식의 두 가지인 적립식과 부과식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과식은 현행 건강보험제도와 같이 경제활동능력이 있는 현재세대가 낸 보험료를 경제능력이 없는 부모세대에게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적립식은 현행 국민연금으로 현재 세대가 낸 보험료를 훗날 자신이 지급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기금을 쌓아놓고 세금 투입을 최소화하도록 운영해야 한다며 적립식 운영을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적립식을 고집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어떤 나라도 완전 적립방식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고, 인구구조와 평균수명의 변화, 국내외 경기상황 변화 등 다양한 독립변수가 있어서 먼 미래의 재정구조를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 세대는 자신을 위한 연금도 내면서 현재 부모세대에 대한 연금도 내고 있다. 현실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후세대가 일정부분 현세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은 정당하다. 현재 국민연금 470조원 중 36%인 172조는 현 세대가 낸 보험료로 생긴 투자수익금이다.(2012년 말 기준) 오히려 현 세대가 후세대의 부담분 중 172조원을 덜어준 셈이다. 정부는 후세대갈취론을 내세우지만 이미 후세대의 부담을 고려해온 것이다. 

과도한 기금운영은 위험 부담

기금운영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들은 완충펀드(buffer fund)를 통해 최소한의 위험만 대비한다. 한국과 같이 국내 투자처가 부족하고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에서 GDP의 35% 수준으로 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큰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계 어디도 GDP의 30%이상을 적립금으로 쌓아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환율 부담이 없는 미국에서도 과한 연금기금은 문제가 된다. 캘퍼스(캘리포니아 주 공무원 퇴직연금)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자산의 25%를 손해봤다. 한국도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손실이 있었지만 다행히 기금이 계속 적립되는 국면이었기 때문에 회복이 가능했다. 기금이 최고점을 찍은 2040년 이후에는 연금투자로 손실이 발생하면 회복하기 어려워 진다.

 

부과식이든 적립식이든 현 세대 경제능력에 기반

부과식과 적립식이 이론적으로 보면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궁극적으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제부담능력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현재 부동산이나 주식·채권 등에 투자된 국민연금을 국민들에게 지급하기 위해서는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정부의 주장처럼 기금적립액이 많다고 후세대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이 때 현금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은 그 사회의 경제적 수준만큼만 할 수 있다. 최근 30년 만기 국공채도 발행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실상 이 채권은 국민연금으로 사달라는 소리”라며 “그 채권이 후세대가 짊어질 부분이므로 기금적립액만 가지고 세대간 형평성을 따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2060년에 기금은 0원이 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주식·채권·부동산등에 투자된 연금이 쉽게 현금화되지 않는다면 기금은 남아있을 수도 있다. 국제기구에서 연금 계획을 세울 때 GDP 중 비중으로 계산하는 것도 해당 사회의 경제부담능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수입증대를 위해 국민연금 투자 다변화도 필요 

현행 국민연금 470조원 중 85%정도가 상위 100대 기업 주식에 투자돼 있는 등 대부분이 금융자산에 투자돼 있다. 하지만 금융자산은 위험을 떠안게 되고 과연 국민들 노동의 대가를 주주권을 행사하지도 않는 금융자산에 꼭 투자해야한다는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유희원 박사는 국민연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출산율을 높여 노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국민연금을 공공영역에 사회책임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중소기업이나 신흥기업 주식을 사거나,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어린이집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인 해결책이지만 2060년을 기금고갈시점으로 본다면 한 세대가 넘는 45년의 준비기간이 있기 때문에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 증대보다는 지출삭감에만 초점을 두고 연금 개혁을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금크레딧, 소득재분배 기능도 논의 필요 

정부는 결국 소득대체율과 그에 기반해 후세대갈취론을 기반으로 공적연금 개혁의 논쟁을 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6개월간 연금을 낸 것으로 인정해주고,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 1년 연금을 낸 것으로 인정해주는 연금크레딧 제도가 운영중이다. 

김 교수는 이를 확대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무원 연금 재정 절감분을 어떻게 국민연금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 사용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국민연금을 현재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급 140만원 이하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OECD국가 중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한국이 47.2%로 1위다.(2013년 기준)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이 12.8%에 비하면 네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는 2010년 기준 OECD국가들이 평균 14.7% 노인들에게 GDP의 9.3%를 지출하는 반면 한국은 10.9% 노인들에게 GDP의 0.9%밖에 지급하지 않는 결과다. 

유 박사는 복지부의 주장처럼 공적연금 지출축소는 공적연금의 재정위기를 초래한 실업증대, 인구 고령화, 생산성 감소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정책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서로 비교하면서 연금깎기경쟁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지난 2007년 연금개혁 당시 축소된 국민연금을 보충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 국민연금 기금확보 하나만을 기준으로 연금개혁을 바라보면 노인빈곤 문제는 해결할 수 없고 다른 공공정책 또는 사적연금시장이 보충적으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소득재분배 기능도 줄어들게 된다. 

기금과 세금 비율, 노동자 사용자 부담비율 등도 논의 필요 

이번 합의에도 과제는 많이 남아 있다.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연금 지급에서 기금과 세금의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부과식과 적립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노동자와 사용자의 부담률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GDP의 11%를 연금으로 지출하는데 이 중 세금비율이 3.5% 수준이다. 세금과 기금 비율은 연금 크레딧 제도와 관련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전문가·시민단체 간 의견충돌이 생기는 이유도 적립식과 부과식에 대한 철학의 차이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와 사용자의 지급비율도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보험료를 각각 1:1로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연금은 노동의 대가를 나중에 받는 것이므로 이자율이 반영돼 대부분 국가들은 사용자인 국가가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의 전신인 국민복지연금법(1973년 1월)은 사용자 4%, 노동자 3%로 설계됐었다. 

궁극적으로는 보험료 인상 문제도 더 고민해봐야 한다. 유 박사는 “보험료 인상은 주 수입증대 기제라는 점에서 공적연금제도를 강화해가는 장기 과정에서 배제할 수 없는 대안”이라며 “OECD 평균 기여율이 19.6%(노동자 8.4%, 사용자 11.2%)에 달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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