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지원 예산을 절반가까이 삭감한 채 지원하기로 해 전방위적인 보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이용관 집행위원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감사원 감사, 부산시의 감사에 이어 이번엔 예산 감액이라는 전방위적인 부산영화제 옥죄기라는 지적이다. 다른 영화제 지원액수는 는 반면, 부산영화제만 감액됐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세훈)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5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 결과 공지’에서 오는 10월 1일부터 열흘간 열릴 예정인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액을 8억 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14억6000만 원을 비롯해 20회를 영화제를 이어오는 동안 15억 원 안팎의 국고 지원을 했던 영진위는 올해 부산영화제에 지원예산을 전년대비 46.6% 줄였다.

국내 7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아예 예산배정이 안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제외하고 신청한 예산이 감액된 곳은 부산영화제가 유일하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배정된 지원내역은 지난해 6억1000만 원에서 7억 원으로 9000만 원이 늘었으며, 제19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16일~26일)도 전년대비 5000만 원이 인상된 6억 원을 받게 됐다.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5월 27일~6월 3일)도 1000만 원 가량 늘었으며(3억5000만 원), 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13일~18일)의 경우 6000만 원이 늘어난 3억5000만 원을 배정받았다. 지난해 5000만 원의 국고를 지원받은 DMZ국제다큐영화제에도 8월 5일~12일 열리는 7회 대회 때엔 1억 원으로 5000만 원이 증액된 지원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부산영화제만 지원예산이 큰 폭으로 깎인 것이다.

   
다이빙벨 영화 포스터
 

영진위의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은 부산영화제 지원내역 삭감에 대해 “총 지원예산이 특정 영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상황을 완화하고, 국제행사에 대한 지원을 세심하게 하자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자는 취지”라며 “결론적으로 부산영화제는 이미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다수 의견에 의해 부분 감액했다”고 밝혔다.

박덕호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올해 평가위원이 많이 고민한 것이 국제영화제로 위상을 갖춘 영화제 보다 도약하려는 영화제에 중점 지원하는 것이 사업 취지에 맞다고 봤다”며 “그래서 부산영화제 지원은 줄이고, 다른 영화제들은 소폭 증액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지원 대상에서 빠진 청소년영화제에 대해 박 부장은 “임금 문제로 갈등을 빚는 등 내홍이 정리될 때까지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른 영화제는 증액하고 부산영화제만 지원예산을 반토막으로 삭감한 것은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죽이기 위한 보복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부장은 “예비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볼 때 부산 영화제가 그동안 성장했으니 새롭게 도약하려는 곳 도와주고, 영진위의 영화제 지원 예산에 부산영화제 차지하는 비율이 43%에 달하니 이를 완화하고 도약 영화제 돕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부산시의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요구와 감사원의 영화제 감사, 부산시의 영화제 감사에 이은 지원예산 반토막 삭감은 7개월 동안이나 집요하게 보복을 하는 것이라는 영화계의 비판에 대해 박 부장은 “유연하게 봐달라”고 말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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