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7월 말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9개월 동안 종편 겸영 신문사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자사이기주의’보도를 쏟아냈다. 이들 신문은 한국신문협회를 동원해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왜곡보도의 양과 정도는 덜해도 지상파 보도 역시 문제가 있었다.

조중동·매경의 물량공세, 총량제 비판기사 ‘146건’

‘광고총량제’는 많은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정책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고총량제에 관해 ‘못 들어봤다’는 응답자가 64.0%였다. ‘들어봤지만 모른다’는 응답은 16.7%였다. 이런 경우 언론이 균형잡히지 않은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게 되면 독자와 시청자들이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7월 31일부터 지난 4월 말까지 9개월 동안 종편 겸영 신문4사는 광고총량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쏟아냈다. 동아일보는 광고총량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55건 썼다. 조선일보는 38건, 매일경제는 34건, 중앙일보는 19건 썼다. 동아일보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광고총량제를 비판한 셈이다.

효과 부풀리고, 출처 뒤바꾸고

이들 언론은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효과를 부풀리면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보고서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광고주의 81.7%가 지상파 광고비 충당을 위해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일 의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광고주의 81.7%라는 수치는 사실과 달랐다. 설문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를 늘리겠다고 한 19%의 광고주 중 81.7%, 즉 전체의 15.5%만이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15.5%를 81.7%로 5배 이상 과장해 보도했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3월 2일 기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소속 연구원의 개인적인 연구 논문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년 연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 KISDI 보고서 왜곡 건으로 방송협회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이들 언론은 '바로잡습니다'를 내보내 정정보도를 했다.
 

KISDI보고서 공개하라더니 이제 와서 “못 믿겠다”

방통위가 지상파 광고총량제 효과를 조사한 KISDI보고서를 공개하자 조선, 동아는 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연 효과를 1000억~2000억 원 가량으로 보도했던 이들 언론이다. 연 효과가 300억~600억 가량이라고 발표한 KISDI보고서를 편향이라고 낙인찍었다.

지난 1월 31일 동아일보는 “(KISDI 보고서가) 분석대상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인기방송프로그램으로 한정하는 등 지상파 광고매출증가를 일부러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역시 “이 수치는 의도적으로 축소됐다는 논란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월 26일 신문협회는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도입효과를 따로 조사하고도 그 결과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방통위에 용역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개질의서에 조선과 동아의 발행인이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공개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니 ‘못 믿겠다’는 것이다.

지상파 특혜엔 ‘침소봉대’, 종편 특혜는 외면

이들 언론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반대 논리 중 하나는 영세·중소채널(PP)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20일 <지상파 연 2000억 추가 수익, 영세 방송은 고사>기사에서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독점 사업자 규제 없애주고 영세 방송사 밥그릇 뺏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월 16일 <광고총량제는 지상파만 살찌워...영세채널 고사할 것>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5일 가상광고 편성대상에 교양프로그램이 제외된 점을 두고 “대다수 중소채널(PP)은 교양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하고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전무후무한 특혜로 영세·중소채널에 타격을 준 주체는 다름 아닌 종편이다. 의무재송신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10번대 황금채널을 배정받았다. 광고영업에서도 1사1미디어렙을 운영하는 특혜를 누렸다. 영세·중소채널을 향한 이들 언론의 걱정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 지난 1월 16일 동아일보 기사.
 

시민단체 입장, 자사 입맛에 맞게 짜깁기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전반의 ‘시청권 침해’를 우려했다. 지상파, 유료방송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였다. 광고총량제 뿐 아니라 가상광고, 간접광고 확대에 따른 우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은 언론시민단체의 주장을 지상파 광고총량제 반대의견으로 재구성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3월 3일 보도에서 지상파 광고총량제 문제를 거론하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밝혔다. 기사를 읽은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우리 성명서를 제대로 읽어봤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종편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 13일 열린 공청회를 보도하며 MBN은 “지상파에 편중된 광고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단단히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시민단체들은 법 개정이 지상파 광고 급증으로 이어져 공공성과 시청권이 훼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시청권을 훼손하고 보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광고규제 완화를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지난해 10월 1일 TV조선 <뉴스7> 보도 갈무리.
 

지상파도 문제 있어

지상파 역시 지상파 광고총량제에 대한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했다.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거나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사에 유리한 입장 위주로 보도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 지난 2월 13일 열린 광고총량제 공청회에 대해  MBC는 <“광고시장 규제완화” 한 목소리>라고 리포트 이름을 뽑았으나 사실과 달랐다. 케이블업계와 라디오업계 패널이 조건부 찬성입장을 밝혔을 뿐 대부분의 패널들이 반대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보도의 양 뿐 아니라 영향력도 감안해야 한다.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이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한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무료보편적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도의 양이나 왜곡의 정도가 덜하다고 해도 더 크게 비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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